어느덧 다사다난했던 신묘(辛卯)년이 가고 임진(壬辰)년 용의 해를 맞이하였다.
새해가 밝아오면 희망을 품어도 보고 결심도 해본다. 다이어트, 담배 끊기, 운동 더하기 등등 계획을 세워 시도해본다.
작심삼일이란 말도 있듯이 거창하게 꿈도 꾸지만 실천을 행하기란 쉽지 않다. 말은 쉬우나 행동하기는 어렵다.
용은 몸통은 뱀과 같고 비늘이 있고 네 개의 발이 있어서 날카로운 발톱을 가졌으며, 머리는 사슴과 같이 뿔이 있고 등은 81개의 비늘이 있어서 사람이 이것에 닿으면 죽게 되고, 토끼 같은 눈, 소의 귀, 뱀의 목, 범의 발바닥, 매의 발톱 큰 조개 같은 모습의 배를 가졌다고 한다.
수많은 고사성어가 생겨난 우리 겨레와 가장 친숙한 동물이 용이라 한다. 용은 전통적으로 고귀하고 신비로운 존재로 비유하고, 특히 왕을 용에 비유하게 된다. 그 이유는 용에게는 인간과 국가를 보호하고 물을 다스리는 능력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나라의 법을 어기면 두 눈을 빼서 장님이 되게 하리라.” 법을 어기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임금은 이처럼 무서운 법을 정했다. 사람들은 “너무 잔인한 법이잖아!” “하지만 그런 무서운 법이 아니고는 사람들이 나라의 법을 지키지 않으니 할 수 없는 일이야.” 사람들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정말 법을 어기면 눈을 빼는 벌을 내릴까?” “물론이지. 임금님이 정하신 법인데!”
그러던 어느 날, 불행하게도 단 하나뿐인 왕자가 법을 어기게 되었다. 임금은 왕자에게 벌을 주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백성들이 몰려와서 “임금님! 왕자님은 장차 이 나라의 왕이 되실 분입니다. 그러하오니 왕자님의 죄를 용서하십시오.” “왕자님이 장님이 되면 앞으로 이 나라는 어찌하옵니까?” “아니다! 나라의 법은 왕자나 거지나 모두에게 공평한 것이다. 왕자라고 해서 죄를 용서한다면 누가 법을 믿겠느냐!” 임금은 우선 왕자의 한쪽 눈을 뽑게 했다. 사랑하는 왕자가 한 눈이 뽑혀서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임금님의 마음은 칼로 도려내듯이 아팠다.
“이번에는 나머지 한쪽 눈마저 뽑을 차례다.” 그러자 신하와 백성들이 모두 임금님의 발 아래에 꿇어 엎드렸다. “나라의 정해진 법은 누구나 그대로 지켜야 한다. 왕자는 아직 한 쪽 눈밖에 뽑지 않았다. 법대로 다른 한쪽 눈도 뽑아야 한다. 그러나 그대들의 말대로 왕자가 눈을 다 뽑으면 장님이 될 테니 대신 나의 눈을 뽑도록 하거라.” 그 누구도 임금의 명을 거역할 수 없었다.
그 후부터 이 나라에는 죄를 짓거나 법을 어기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한비자(韓非子)는 군주를 설득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다룬 세난(說難) 편에서 상대의 치부를 건드리면 결코 그를 설득할 수 없음을 역린지화(逆鱗之禍)로 경고했다.
“용이란 원래 순한 동물인데 잘 길들이면 사람이 타고 다닐 수도 있지만 목 근처의 길이가 한 자나 되는 거꾸로 난 비늘, 역린을 건드리면 절대로 안 된다.
용은 이것을 건드리는 자를 반드시 죽여 버린다. 군주에게도 이런 역린이 있으니 절대로 이 역린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군주만 이 역린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역린을 가지고 있다. 함부로 사람의 역린을 건드리면 안 될 것이다.
용의 해를 맞이하여 정화된 사회를 기대해보며, 질서를 지키며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되었으면 한다.
김민정
워싱턴여류수필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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