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서 제2 인생 왕년의 스포츠 스타
역도 김해남-레슬링 김명중
1950-60년대 초반 한국 역도계에는 김해남(金海男)이란 큰 별이 있었다. 국가대표로 1952년 헬싱키 대회를 시작으로 멜버른, 로마에 이어 64년의 도쿄 등 올림픽에 네 차례나 출전한 경이적인 선수였다. 안타깝게도 그는 매번 4위, 5위, 6위를 하며 메달의 문턱에서 좌절한 불운의 사나이이기도 했다. 김해남은 74년 도미해 건축 일과 자동차 바디샵에서 정비사로 일했다. 메릴랜드 랜햄에 거주하는 김해남(82)은 ‘이 풍진 세상’이란 시집도 펴내는 등 노년 들어서는 바벨 대신에 시심(詩心)을 들어 올리고 있다.
레슬링의 김명중 선수(36)를 기억하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남다르게 화려한 선수생활은 없었지만 한남대-상무를 거치며 95년-98년까지 국가대표를 지냈다. 96년 이란에서 열린 세계대학선수권대회 그레코로만형 82kg 이하 경기에 출전했으나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아산시청 소속으로 있다 다쳐 은퇴했으며 2010년 도미했다. 김명중은 애난데일의 한국병원에서 물리치료 보조로 잠시 일하다 현재는 신학대를 다니고 있으며 버크의 새언약교회 전도사로 신앙을 전하고 있다.
마라톤 이상훈-근대 5종 이영찬
이상훈은 1960년대 초반 한국 마라톤의 신기록의 사나이였다. 1963년 도쿄 올림픽 예선과 64년 18회 전국 선수권 대회에서 각각 2시간21분54초와 2시간21분25초로 2년 연속 한국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66년에는 방콕에서 열린 제5회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동메달을 목에 걸며 전성기를 보냈다. 70년대 도미한 그는 버지니아에서 건축업에 종사해왔으며 80년대 말에는 워싱턴 육상협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근대 5종이란 사격, 펜싱, 수영, 승마, 크로스컨트리 5종목의 경기에서 승부를 가리는 근대 올림픽의 정신이 구현된 종목이다. 이영찬(42)은 아시아 최강을 이끈 근대 5종의 스타였다. 한국체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이영찬은 ‘95동경 근대 5종 대회에서 아시아 최고기록(5,644점)을 작성하며 개인 및 단체전을 석권, 2관왕에 올랐다. 아시아 최고기록 보유자였다. 96년부터 주니어 대표 코치로 활약하다 2000년 국가대표 코치, 감독으로 발탁됐다. 체육훈장 맹호장을 받았으며 2008년에 도미, 버지니아에 정착했으며 모 스포츠클럽에서 후진들을 지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빙상 채지훈, 장권옥, 김동성-양궁 강동원
메릴랜드에 거주하는 90년대 동계올림픽의 영웅 채지훈(38). 그는 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따며 김기훈 이후 한국 쇼트트랙 전성기를 이끌었다. 95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500m, 1500m, 3000m에서 우승하며 개인종합 1위를 기록했다. 은퇴 후 연세대에서 박사학위를 땄으며 미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도 지냈다. 지난해부터 워싱턴 지역으로 이주해와 리딩 에지 스피드 스케이팅 클럽에서 헤드 코치로 활동 중이다.
장권옥(46)은 80년대 후반부터 90년까지 대표 선수로 활약했으며 92년까지 상비군 코치를 맡았다. 2001년 태평양을 건너 메릴랜드에서 클럽 선수들을 지도했고, 2003년 미 숏트랙 대표팀 코치로 발탁됐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미 숏트랙 대표팀을 지도하며 미 올림픽위원회가 수여하는 우수 코치상을 수상하기도. 최근 러시아 국가대표팀을 잠시 맡았다 귀국한 그는 버지니아 레스턴에서 도미니언 스피드 스케이팅 클럽을 창단해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숏트랙 스케이팅 김동성(31)도 한때 워싱토니언이었다. 2002년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6관왕의 김동성은 국민적 스포츠 영웅으로 떠올랐다 은퇴 후 2006년 도미했다. 그는 이듬해부터 메릴랜드 위튼 클럽에서 코치로 변신했으며 ‘포토맥 스피드스케이팅클럽’을 거쳐 ‘DS 스피드스케이팅클럽’을 창단했다. 하지만 체벌 논란 등 지도방식을 놓고 생긴 불화로 홍역을 치르다 지난해 귀국했다.
강동원은 80년대 중반 한국 국가대표 양궁선수였다. 전남체고 재학중 고교생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되며 두각을 나타낸 강동원은 85년 제3회 대통령기양궁대회에서 선전하며 제14회 아시안컵 양궁대회 대표팀으로 단체전 동메달을 목에 건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여자의 김진호, 남자 전인수 등 기라성 같은 스타들에 가려 큰 빛을 보진 못했다. 10여년 전 도미한 강동원은 한인식품점 그랜드마트의 스털링점과 센터빌 점에서 차장으로 최근까지 근무하다 지난 16일 한국으로 역이민을 떠났다.
축구 노태경-테니스 김치완-농구 박인규
“빠른 발, 번개 놀림 자랑 수비제친 뒤 오른쪽 센터링 특기.” 노태경이 프로축구 포항제철에서 뛸 때 언론은 그를 1993년도 떠오르는 샛별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노태경(40)은 91년부터 2000년까지 포철과 2003년까지 성남 일화에서 수비수로 활약하다 은퇴했다. 90년-91년 청소년 대표로 선발돼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뛰기도 했다. 92년-94년에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되는 영광도 안았다. 지도자 연수를 위해 2003년 워싱턴에 온 노태경은 아예 버지니아에 정착해 현재는 스프링필드에서 ‘폴라라띠나’라는 남미 베이커리 및 뷔페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생업 틈틈이 어린이, 청소년들에 선진 축구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노태경 축구교실을 운영하며 땀을 흘리고 있기도 하다.
김치완(金致完)은 92년부터 96년까지 한국 테니스 국가대표팀에서 활동하며 데이비스컵 및 국제대회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참가했으며 94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는 소속팀 후배인 장의종과 호흡을 맞춰 복식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는 등 아시아 무대를 호령했다. 선수생활을 마치고 개인사업을 하던 김치완은 2006년 버지니아로 이민 왔으며 현재는 필라델피아에 본부가 있는 한미문제연구소(ICAS)에서 테니스 교육프로그램의 커미셔너로 활동하고 있다.
박인규(56)가 한국 농구계에 남긴 발자취는 뚜렷하다. 연고전이 뜨겁던 시절, 연세대 농구부에서 그는 신선우, 박수교 등과 맞수 고대의 예봉을 꺾던 최정예였다. 75년부터 86년까지 무려 11년간 국가대표 포워드로 활약했던 그는 이충희란 걸출한 톱스타가 부럽지 않은 스타였다. 79년-87년 삼성전자 선수로 뛴 그는 기아(현 모비스) 감독대행을 거쳐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 감독을 맡아 2004년까지 이끌었다. 그 후 도미한 박 감독은 버지니아에서 건축업에 종사하다 2010년경 다시 귀국했다.
태권도 박천재, 이준걸, 이현석, 박재성
워싱턴 지역에는 종주국답게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를 지낸 이도 4명이나 있다. 박천재 현 조지메이슨대 체육과 교수(53)는 한국체육대 출신으로 1982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메릴랜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버지니아태권도협회장을 지냈다. 현재 대학 외에도 버지니아 훨스처치에서 월드챔피언 태권도장을 운영하며 태권도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엘리컷시티에서 U.S. 태권도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이준걸(52) 관장의 경력도 화려하다. 79-81년까지 국가대표를 지냈으며 80년 대만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아태권도대회 페더급에서 금메달을 땄다. 경희대 체육과 3학년이던 81년 미 샌타바바라에서 열린 제1회 월드게임 태권도 대회에서도 페더급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체육훈장 백마장을 수상하기도. ROTC 장교로 임관해 특전사의 707부대 수중침투 팀장을 지내다 84년-94년까지 청와대 경호실에서 경호계장으로 근무했다. 94년 LA를 거쳐 99년 메릴랜드에 정착해 후진을 양성 중이다.
로럴에서 월드챔피언 마샬아트센터를 운영하는 이현석 관장(42)은 고교시절인 89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를 제패하고 90, 91년도 월드컵 태권대회에서도 금을 따낸 괴력의 사나이. 부산 동아대를 거쳐 97년부터 4년간 대만 올림픽팀 코치로 활약했으며 2001년 미 육군 초청으로 도미, 콜로라도스프링스에서 미 3군 합동 태권도팀 감독을 역임한 바 있다. 2006년 메릴랜드로 이주해 도장을 운영하고 있다. 체육훈장 거상장을 받았다.
버지니아 비치에서 역시 월드챔피언 도장을 운영하는 박재성 관장은 89년 이란국제대회에서 플라이급 우승을 차지한 챔피언 출신이다. 한국체육대 출신으로 93년 제11회 세계선수권대회 플라이급 대표선수도 지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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