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계 강영우 박사는
췌장암 투병 끝에 23일 세상을 떠난 강영우 박사는 시각 장애라는 역경을 극복하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한인 이민 1세대 성공의 롤 모델로 한인사회에 귀감이 되는 인물이었다.
강 박사는 특히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한인 최초의 백악관 국가장애위원을 역임하면서 미국내 한인사회의 정ㆍ관계 진출의 전기를 마련하는 등 한인 이민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한국 경기도 앙평군 태생의 강영우 박사는 중학교 재학 중인 14세 때 외상에 의한 망막 손상으로 실명했다.
그러나 강 박사는 자신의 고난을 신앙과 굳은 의지로 이겨냈으며 1968년 서울맹학교 고등부 졸업후 연세대 교육과에 입학, 1972년 이 학교 문과대학 전체 차석으로 졸업했다. 같은 해 석은옥 여사와 결혼 후 유학, 동부 명문 피츠버그 대학에 유학을 와 교육학 석사,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대 루즈벨트 재단 고문, 유엔 세계장애위원회 부의장 직을 거쳤으며 2006년 루즈벨트 재단 선정 127인의 공로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2008년에는 국제로터리 인권상을 받았다.
강 박사는 특히 지난 2002년부터 차관보급인 백악관 장애위원으로 6년동안 일하면서 미국의 5,400만 장애인을 대변하는 직무를 수행했고 장애인의 사회 통합, 자립, 권리를 증진시키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 박사의 저서로는 ‘빛은 내 가슴에(A Light In My Life)’ ‘어둠을 비추는 한 쌍의 촛불’ ‘아버지와 아들의 꿈’ ‘우리가 오르지 못할 산은 없다’ 등이 있다.
강 박사는 지난해 10월 담석으로 입원했다 담낭 제거 수술을 받은 후 회복이 더뎌 정밀조사를 받은 결과 12월에 췌장암이 발견돼 투병해 왔다. 성탄절을 앞둔 지난 연말 “누구보다 행복하고 축복 받은 삶을 살아 온 제가 이렇게 주변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할 시간을 허락 받아 감사하다”며 작별 편지를 보내고 1월에는 국제 로터리재단 평화센터 평화장학금으로 25만 달러를 기부해 감동을 주기도 했다.
<정영희·이종휘 기자>
“미안합니다 고마웠습니다”
강영우 박사, 아내와 두 아들에 남긴 마지막 편지
“미안합니다, 더 오래 함께 있어 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내가 떠난 후 당신의 외로움과 슬픔을 함께 하지 못할 것이라서. 당신이 있었기에 모든 것이 가능했습니다. 나를 당신을 이끄는 등대라 불러주던 당신, 그런 당신은 나의 어둠을 밝혀주는 촛불이었습니다. 아직도 봄날 반짝이는 햇살보다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당신을 난 가슴에 품고 떠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마웠습니다.”
지난 연말 자신의 췌장암 발병 사실을 가까운 친지들과 지인들에게 알리는 이메일을 띄워 미주동포는 물론 한국까지 눈시울을 붉히게 한 강영우 박사. 그가 코앞까지 닥쳐 온 죽음을 앞두고 부인과 두 아들에게 남긴 편지가 또 다시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사랑하는 아내에게’를 제목으로 석은옥 여사에게 남긴 편지에서 강 박사는 “50년 전 처음 만나 부부의 인연으로 40년을 산 당신은 하나님께서 내게 보내준 날개 없는 천사였다”며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순간에 내 가슴을 가득 채우는 것은 당신을 향한 감사함과 미안함”이라고 고백했다.
이어 시련이 닥쳤을 때 용기를 불어 넣어 주어 고마웠다며 “수백번, 수천번 마음속으로 하던 말들을 이제야 글로 남긴다고 말했다.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이제 너희들과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너희들을 품에 안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작별할 때가 되었다니 좀 더 많은 것을 나누고, 좀 더 많은 것을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이 밀려 오는구나”라며 “하지만 너희들이 준 사랑이 너무 컸기에, 너희들과의 추억이 마음속에 가득하기에 나는 이렇게 행복한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단다. 너희들의 아버지로 반평생을 살아왔다는 게 내게는 축복 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강 박사는 지난 크리스마스때 온 가족이 모여 보낸 추억을 떠 올리며 “너희 곁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항상 함께 할 것이기에 아버지는 슬픔도, 걱정도 없단다. 하나님의 크신 사랑과 놀라운 축복이 너희와 함께 하기를 하늘나라에서도 계속 기도하겠다. 너희들을 넘치도록 사랑했고, 사랑 한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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