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한인2세 뿌리교육을 점검한다
한인 2세들을 위한 뿌리교육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한인사회에 넘쳐나지만 정작 2세들을 위한 이민역사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균형 잡힌 뿌리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민 역사 100년이 넘도록 2세들을 위한 이민역사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빈약한 뿌리교육 실태를 점검했다.
■이민사 교육 빈약
워싱턴은 1883년 고종황제의 특명을 받고 미국을 방문한 보빙사절단이 다녀간 곳이다. 사절단의 일원인 변수 선생은 1891년 메릴랜드 대학을 졸업, 미국대학을 졸업한 최초의 한국인 유학생으로 묘지는 메릴랜드에 있다. 구한말 서재필 박사, 이승만 대통령 등 독립운동가들이 인연을 맺은 상징적인 곳이기도 하다.
워싱턴 한국 총영사관 앞에는 2008년 건립된 미 최초의 한인 출신 의사이자 대표적인 한국 독립 운동가인 서재필 박사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워싱턴 DC에 위치한 아메리칸 대학은 이승만 박사와 인연이 깊다. 이곳에서 공부한 적은 없지만 이 박사는 1943년 4월8일 독립선언문을 낭독하고 교정에 네 그루의 벚나무를 심었다.
DC에는 한국전참전기념공원도 있다. 또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 한국관에는 한국 유물들과 사료가 전시되고 있다. 버지니아 비엔나 메도우 락 파크내에는 평화의 종과 장승이 설치된 ‘코리안 벨 가든’도 있다.
미흡하지만 이런 자료들이 2세들을 위한 뿌리교육에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 한국학교협의회 등 교육단체들이 그간 2세들을 위한 한인 정체성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실질적인 한인 이민사 교육 프로그램은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미한국학교수도권지역협의회(CAKS)의 최규용 이사장(메릴랜드대 교수)은 “한인사회가 정체성, 자긍심 교육이 중요하다고 외치지만 정작 ‘우리가 미국 땅에 어떻게 뿌리 내렸는가’를 외면한다”며 “학생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이민 역사 교육을 통해 한민족의 훌륭함을 깨우치고 부모와 자녀의 문화적 단절에서 오는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균형 있는 이민사 뿌리교육 절실
“한인 이민역사 100년 없이 한인 2세들이 자신의 뿌리 정체성을 튼튼히 할 수 있을까요?”
부실한 한인 이민사 교육을 안타까워하는 뜻있는 한인들은 더 늦기 전에 한인사회와 한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민사 100년을 토대로 한 한인 2세 뿌리교육 프로그램이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인 청소년들이 이민선조들의 역사와 뿌리를 바탕으로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정체성과 자긍심을 확고히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인 2세 뿌리교육에 주력해 온 이내원 워싱턴한국학교협의회(WAKS) 전 이사장은 “미국에서 태어난 2세들이 자신의 역사를 알아야 일본과의 독도 분쟁 등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며 “바람직한 뿌리교육을 위한 역사교육 교재 개발이 가장 시급하다. 비디오 등 영상교재 개발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국교육원 소은주 원장은 “현지실정에 맞는 역사교육 교재가 미흡한 점에 대해 보완 노력을 기울여 나갈 방침”이라며 “한국학교 교사연수회와 특강 등을 통해 한인 교육단체의 뿌리교육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홍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워싱턴 한국문화원도 주류 사회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대부분으로 한인 2세들을 대상으로 한 실효성 있는 프로그램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통합한국학교 MD캠퍼스 추성희 교장은 “우리가 왜 이민을 왔고 선조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어떻게 이뤘는지 되새기는 것은 한인사회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며 “통합한국학교에서는 지금까지 해방이후 현대사 위주로 역사교육을 해왔는데 내년에는 미주한인 이민사 교육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했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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