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에서 마르세이유까지 프랑스 남동부 코티다쥐르의 해안 도시들, 그 중에서도 단연 중심도시는 니스이다. 지중해 특유의 빛에 압도되고, 온갖 향기, 바람들이 감각 속으로 아플 만큼 강하게 느껴지는 그곳은 19세기 초부터 피서·피한지로 발전, 유럽의 부호, 귀족들의 호사스런 휴양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니스의 가장 중요한 볼거리는 미술관들이다.
니스 시내에만 마티스 미술관. 샤갈 미술관. 니스 현대미술관 등 훌륭한 미술관들이 즐비하고, 니스에서 차로 20분 거리 안팎에 있는 매그 미술관, 르느와르 아틀리에, 피카소 미술관, 레제 미술관 등도 명성이 높다.
프랑스의 남쪽 끝에 이처럼 훌륭한 미술관들이 집중해 있는 것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보나르, 마티스, 피카소, 시냑, 샤갈 등 대가들이 이곳에 머물렀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북프랑스의 잿빛 도시 캉브레 출신인 마티스가 남프랑스의 니스에 미술관을 두게 된 것은 37년이라는 오랜기간 니스에 머물면서 니스를 배경으로 많은 작품을 남겼고, 니스에서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마티스는 그가 매일 바라본 지중해의 푸른빛 만큼이나 단순명쾌한 아름다움을 폭발하는 듯한 색을 통해 표현했으며 뛰어난 직관력으로 니스의 감춰진 영혼을 구상화했다.
루이 아라공은 ‘소설 앙리 마티스’에서 “마티스의 창은 니스를 향해 열려 있다. 그 경이롭게 열린 창 너머에는 안경 너머 마티스의 눈동자처럼 파란 하늘이 있다. 니스는 화가를 바라보고 화가의 눈에 투영된다”라고 썼다.
사물이 갖고 있는 고유의 색채를 부정하고, 혁명적인 변화를 시도한 마티스의 작품에서 색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다. 그에게 있어서 색채는 자신의 경험과 감정의 표현이었으며, 이는 20세기 초의 미술운동인 야수파의 전형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특히 니스에서 북서쪽으로 20㎞ 정도 떨어진 방스의 언덕에 위치한 로자리오 예배당(사진)은 말년의 마티스가 전체적인 장식을 맡은 것으로도 유명한데 선으로 이루어진 평면적인 성 도미니크상, 성모자상 등 간결한 드로잉들과 대조를 이루는 깊고 푸른색의 채색창문들은 지중해의 푸른 바닷물이 넘실대는 듯 색이 출렁이는 듯 빛에 따라 변하는 풍경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마티스 예배당이라고도 불리는 이 작은 성당은 사실 고령의 마티스를 극진히 보살펴주던 간호사 모니크 부르주아와의 우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말년의 마티스는 류머티즘과 천식, 게다가 수술을 받은 후 붓을 쥐기 힘들어지면서 대신 색종이 오려 붙이기로 작업을 하게 되는데 당시 모니크는 병간호 외에 종이에 색을 칠하는 등 많은 작업을 도와주면서 깊은 우정을 쌓게 된다.
그 후 모니크는 마티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수도원으로 들어가게 되고 2년 후 모니크가 아닌 수녀 ‘자크 마리’가 되어 마티스와 재회한다. 마티스는 그녀에 대한 우정의 선물로 성당 건축에 참여하게 되는데 당시 신문들은 ‘마티스와 자크 마리 수녀가 낳은 로사리오 예배당’과 같은 선정적인 타이틀로 보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예배당은 마티스 스스로 고백했듯이 ‘방대하고 진지하며 다난했던 노력의 결실이자 일생동안 이끌어온 작업의 정점’이며 마티스 예술의 집약이다.
니스로의 여행을 꿈꾸는 이들은 부디 이 작은 예배당에서 시시각각 다가오는 빛, 색을 전신으로 느끼며 죽음을 앞두었던 노대가의 영적 고백을 들어볼 일이다.
“나는 당신처럼 온 힘을 다해 영적인 지평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다르게 보이지만, 내 작업의 진로는 당신처럼 영적인 신앙심을 향하고 있답니다”
<모니크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