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의 어려움을 딛고 몽클레어 대학을 졸업한 신지성(가운데)씨 가족들이 밝게 웃고 있다. 사진은 신지성씨의 왼쪽 시계 방향으로 여동생 신이레씨, 어머니 윤미숙씨와 아버지 신태호씨.
화장실 못가는 아들위해 부모 4년간 매일 학교에
뉴저지 주립 몽클레어대 한인 학생회장까지 맡아
지난 12일 뉴저지 몽클레어 주립대학 졸업식장. 뇌성마비 1급 장애인 신지성(21·영어명 팀)씨가 휠체어를 타고 단상에 오르자 조용하던 장내는 이내 700명이 넘는 졸업생의 박수소리로 가득 찼다. 시간 지체를 우려한 학교 측이 미리 박수 금지를 요청한 상태였지만 신 씨의 등장엔 소용이 없었다. 결국 신씨는 이날 유일하게 박수를 받은 졸업생이 됐다.
휠체어에 앉아 왼손가락 두 개로 겨우 노트를 집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4년을 보낸 신씨의 대학 졸업은 그만큼 대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신씨는 “박수는 결코 제 것이 아니라 가족들의 것”이라며 자신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 해온 부모님과 동생에게 이날 받은 학사모의 영광을 돌렸다.
실제 신 씨의 아버지 신태호(52)씨와 어머니 윤미숙(48)씨는 혼자서는 화장실에 갈 수 없는 아들을 위해 4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몽클레어 대학 기숙사를 오가며 통학 아닌 통학을 해야 했다. 물론 몸은 피곤했지만 아들이 대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해 단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고.
처음 어머니 윤씨가 아들의 장애를 알게 된 건 갓 돌을 넘겼을 때로 신씨의 성장 속도가 유난히 느린 점을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부터였다. 뇌성마비라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전한 의사는 ‘아이가 남들보다 3개월이나 일찍 태어났던 게 원인’이라며 아이가 자라봐야 장애의 정도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씨는 언젠가 아들이 성장하면 걷게 될 날이 올 것으로 믿었지만 결국 아들은 걸음마 대신 휠체어에 앉는 법을 먼저 배웠다.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 보내면서 남들보다 책도 열심히 읽혔고, 수학 문제를 이해시키기 위해 밤을 지새운 적도 많았습니다. 물론 힘들었지만 엄마인 제가 포기하면 아들도 포기할 것 같아 이를 꽉 물었죠.”
다행히 아들 신씨에겐 뛰어난 집중력과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지력이 남달랐다. 휠체어에 앉아서도 볼링, 야구 등 스포츠는 물론 댄스파티에도 참석할 정도로 활달한 성격의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윤씨도 힘이 났다.
그래서 아들이 수영을 하고 싶다면 수영장에 데려갔고, 하모니카를 불고 싶다는 아들의 손엔 하모니카를 쥐어줬다. 고등학교 땐 기타를 치고 싶다는 아들의 바람을 듣고 뭉쳐있는 오른손을 펴는 수술까지 시켰다. 얼마 후 손은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아들의 소원을 들어줬다는 생각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
이같은 부모님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신씨는 대학 4년 동안 평점 4.0점 만점에 3.7점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4학년 땐 한인학생회장까지 맡는 등 학업 외의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섰고, 특유의 밝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인해 많은 친구들도 사귀었다. 처음 대학에 진학할 때 ‘곧 포기할 것’이라는 주위의 우려를 멋지게 날려버린 것이다. 신씨는 향후 진로에 대해 “1년 간 직장생활을 경험한 뒤에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지금까지도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 만약 신이 저에게 ‘할 일을 다 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같은 아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어머니 윤씨는 ‘만약 아들이 집에서 먼 지역의 대학원으로 진학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을 받자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 “가야죠. 같이 가서 아들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야죠.”
<함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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