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CMA 340톤‘공중에 뜬 돌덩어리’ 개막… 다양한 모습 특별한 경험
큰 돌덩이 하나가 도시로 왔다.
리버사이드 근처 바위산의 일부였던 화강암 덩어리를 영차영차 인간들이 옮겨다가 빌딩 숲 콘크리트 도시 위에 떡하니 세워놓았다. 이름 하여 ‘공중에 뜬 돌덩어리’(Levitated Mass). 사실은 공중에 뜬 게 아니라 돌이 놓인 곳의 땅을 파서 걸쳐 띄운 형태라 해야 맞겠다.
24일 LA카운티 뮤지엄(LACMA)에서 개막된 마이클 하이저의 ‘레비테이티드 매스’는 현대인이 세운 최초의 거석 기념물이자 LA를 상징하는 새로운 명물로 등장했다.
고대인들이 수만명을 동원해 먼 곳으로부터 거석을 옮겨다 세움으로써 파워를 과시했던 선사시대 이후, 중세 근대 현대를 통틀어 이처럼 큰 돌을 인간이 운반해 작품으로 설치한 일은 처음이자 앞으로도 다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사건이다.
무게 340톤에 달하는 돌덩어리 아래로 완만한 경사의 콘크리트 터널(456피트)을 만들어 그 밑으로 지나다닐 수 있도록 만든 이 설치물은 직접 가서 보면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다. 사람들은 터널 한쪽 끝에서부터 바위를 보며 걸어 내려가 밑에서 올려다 본 다음 터널의 반대편으로 나오면서 다른 쪽의 바위를 바라보게 되는데 거대한 바위를 밑에서 바라보는 경험은 그 자체로 매우 특별한 것이다. 또 터널 주변 어디에서나 360도 모든 각도에서 돌을 볼 수 있고 만져볼 수도 있는데 보는 각도에 따라 또 해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언제나 다른 모습, 다른 느낌을 표현하게 된다.
무엇보다 아름답고 인상적인 것은 사막처럼 황량하게 조성한 주변 조경이다. ‘레비테이티드 매스’가 설치된 정원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는 누런 흙바닥인데 그 삭막한 흙바닥을 걸으면서 발밑으로 느끼는 감촉이 굉장히 정겹고 즐겁다. 만날 콘크리트길을 걷던 구둣발이 흙바닥을 밟으면서 내는 바스락 소리를 듣는 것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돌은 뮤지엄을 방문하면 누구나 티켓을 사지 않아도 가서 볼 수 있고, 뮤지엄 밖 6가 길에서도 잘 보인다.
미 전역에 장소특수적 대형 설치작품을 남겨온 대지예술가 마이클 하이저(Michael Heizer)는 이 작품을 1969년 처음 구상했다. 당시 그는 네바다주 시에라에서 120톤짜리 바위를 구입해 네바다 북부의 마른 호수바닥을 파내고 설치하려 했으나 바위를 옮기던 크레인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서지는 바람에 포기하고 말았다.
그 후 거의 40년이 지난 2007년, 하이저는 리버사이드 인근의 채석장에서 바위산이 폭파되면서 이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가 떨어져 나온 것을 보고 다시 ‘공중부양된 돌덩어리’ 작업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 작품계획을 마이클 고반 라크마 관장에게 전하면서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이 스토리는 지난 3월부터 진행된 대대적인 운송작전을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됐다.
한 아티스트의 특별한 생각과 오래된 집념, 이를 수용한 뮤지엄의 결단, 그리고 그 실현을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한 후원자들 모두 대단한 일을 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개막식에는 수백명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루었으며 평소 대중 앞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은둔형 아티스트 마이클 하이저도 이날만큼은 단상 한 구석에 앉아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보았다.
라크마는 7월1일까지 이 돌이 지나왔던 22개 도시에 사는 주민들에게 뮤지엄 입장 티켓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해당 주민의 집코드는 웹사이트(lacma.org/ levitatedmass)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글 정숙희 기자·사진 장지훈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