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모자와 베이비시터 등 3명을 무참히 총격살해한 혐의에 대해 용의자 로빈 조(53·한국명 조규빈)씨의 유죄가 확정된 ‘미러클마일 살인사건’이 조씨에 대한 사형 여부를 결정하는 선고 공판에서도 검찰과 변호인 측간 공방이 이어지면서 계속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특히 지난 2003년 당시 조씨가 왜 두 살배기 어린아이까지 무참히 살해했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여서 선고공판 배심원단의 평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건현장의 비닐장갑 DNA 일치가 결정적
검찰, 추가증거 제출, 변호인“동기없다”반론
배심원단 현장 사진에 흔들려… 내주께 선고
■사건 배경
지난 2003년 5월5일 오후 5시45분께 LA 한인타운 인근 미러클마일 지역 르네상스 아파트 402호에서 송지현씨(당시 30세)와 아들 송현우군(당시 2세), 그리고 베이비시터 민은식씨(당시 56세)등 3명이 무참히 총격 살해된 채 송씨의 어머니에 의해 발견됐었다.
당시 60여 명의 수사관들이 동원돼 수사를 벌였고 한때 살해된 송씨의 남편 송모씨가 용의 선상에 오르기도 했으나 그의 혐의가 풀리면서 미궁에 빠질 뻔했던 사건은 6년 뒤인 2009년 같은 아파트 거주자인 조씨가 전격 체포되면서 새 국면을 맞이했다.
보험 에이전트로 일하던 조씨가 지난 2006년 ‘시티 트래블러스 보험관리사’를 운영하면서 11명의 한인 투자자들로부터 200만달러를 횡령한 혐의로 체포된 상태에서 채취된 DNA 샘플이 르네상스 아파트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검찰은 이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조씨를 기소했다.
■법정 공방
검찰은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비닐장갑에서 나온 DNA가 조씨의 것과 일치하고 조씨가 익명을 가장해 피해자 송씨의 남편이 용의자인 것처럼 투서를 한 정황이 포착되는 등 조씨가 살해범임이 확실한 결정적 증거들이 많이 있다며 조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특히 3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검찰 측은 범행 현장과 인근에서 발견된 총기를 싸는데 쓰인 종이와 신문지 조각 등을 추가 증거자료로 제출했는데 이 종이에는 조씨의 부인이 근무하던 직장의 상호가 그대로 남아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LA 카운티 검찰의 프랭크 샌토로 검사는 “범행 동기가 무엇이든 조씨가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장갑을 끼고 피해자들에게 6발의 총격을 가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피해자의 남편 송씨는 “재정난에 시달렸던 그가 우리 집에 보관해둔 현금이 많을 것으로 생각하고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그러나 조씨의 변호인 측은 그가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 송씨 모자와 민씨를 살해할 동기가 없다며 그의 무죄를 주장해 왔다. 앤드루 플라이어 변호사는 사건당시 현장에 피해자 송씨의 결혼반지와 명품 가방 등이 그대로 있었다는 점과 비닐장갑에 다른 사람의 DNA도 담겨 있었다는 점 등을 주장하며 반론을 폈다.
■유죄 평결 어떻게 내려졌나
그러나 지난달 26일, 12명의 배심원단이 만장일치로 조씨에게 ‘유죄’를 평결한 데에는 검찰이 제출한 비닐장갑 조각이 가장 결정적인 증거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이 비닐장갑 조각에서는 조씨의 DNA와 함께 숨진 송씨의 DNA가 검출됐다. 재판과정에서 조씨는 평소에 다른 이유로 비닐장갑을 사용했던 점을 인정했고,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종류의 장갑을 사용한 적이 있다는 점도 시인했다.
여기에 재판과정에서 검찰이 공개한 범행현장 사진이 배심원단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겨우 두 살 된 송군이 베이비시터 민씨와 함께 피범벅이 돼 쓰러진 현장사진으로 인해 일부 배심원은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고, 결국 평결 심리 6일 만에 배심원단은 조씨의 유죄를 확정했다.
■선고 전망은
1급살인 1건과 2급살인 2건에 대해 유죄가 확정된 조씨는 캘리포니아 형법에 따라 사형이나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검찰과 변호인 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배심원들이 과연 조씨에 대한 사형 결정을 내릴 지는 배심원단의 결정문이 낭독되는 순간이 돼서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배심원단의 결정은 이르면 내주 중 나올 전망이다.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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