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린 맥코맥과 그녀의 변호사 리처드 헌. 맥코맥은 인터넷을 통해 타주 의사가 처방한 낙태약을 구입하는 행위를 불법화한 아이다호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넷째 임신 5개월만에 지운 후 사체는 뒷마당에 방치
주법상 인터넷 처방·19주 이상 태아 낙태 모두 금지
“연방헌법에 위배” 소송제기… 낙태 찬반그룹까지 개입
유난히도 추웠던 2011년 1월 어느 날, 아이다호주 포카텔리에 위치한 제니 린 맥코맥(33)의 아파트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맥코맥이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낙태약으로 5개월 된 태아를 사산했다는 제보를 접수했다며 사실관계 확인을 요구했다. 그녀는 경관들을 바비큐 그릴이 놓여 있는 뒷문 출구 쪽으로 안내했다. 그리곤 그릴 위에 놓여 있는 상자를 가리켰다. 그 안에 사산한 태아의 사체가 있다고 했다. 맥코맥의 말대로 추운 날씨로 꽁꽁 얼어붙은 사체는 검은 플래스틱 포장으로 둘둘 말린 채 상자 안에 담겨 있었다. 태아는 완전한 얼굴 형체를 하고 있었고 머리털과 조그만 손톱도 이미 나온 상태였다.
그녀는 경찰서로 연행된 후 중범혐의로 입건됐다.
세 자녀를 둔 편모인 맥코맥은 2010년 12월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했다.
세탁소 점원으로 근무하며 벌어들이는 쥐꼬리만한 봉급에 월 250달러의 자녀 양육비에 의존해 근근이 생활하는 그녀에게 돌봐야 할 아이가 한 명 더 늘어난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부담이었을 터였다.
맥코맥은 “당시 막내가 한 살이었다”며 “내 형편에 출산을 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일찌감치 낙태로 마음을 정했지만 막상 결행을 하기는 힘들었다.
아이다호주에는 낙태시술소가 보이시와 트윈 폴스 단 두 곳에 있다. 둘 모두 포카텔리에서 차로 몇 시간을 줄기차게 달려가야 한다. 그리고 그녀에겐 그때도, 지금도 차가 없다.
어영부영 그렇게 시간이 지나는 동안 뱃속의 아이는 점점 커졌다. 새 아기를 갖기 18개월 전 그녀는 450달러를 주고 낙태수술을 받았었다. 그때로부터 1년 만에 또 아이가 들어선 것이다.
그러나 임신 초반 중절수술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에 낙태를 하려면 2,000달러 이상이 필요했다.
미시시피에 거주하는 그녀의 여동생이 언니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듣고 인터넷 웹 사이트에서 낙태약을 구입해 보내주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문제의 사이트는 사전에 의사와의 ‘온라인 진단’을 거쳐야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인터넷 처방의’는 “공식적으로”는 임신 9주 이전일 경우에 한해서만 사용을 추천한다. 그러나 실제로 미국에서 이뤄지는 낙태의 17%에는 ‘온라인 처방약’이 동원된다.
아이다호는 타주에 비해 낙태에 대한 규제가 엄격한 편에 속한다.
인터넷 낙태 처방약을 법으로 금지할 뿐 아니라 ‘태아의 고통’을 이유로 임신 19주를 넘겼을 경우 중절을 금지하는 전국 6개 주 가운데 하나다.
후자는 19주가 지난 태아의 경우 외부 자극에 고통을 느낀다는 아직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이론에 근거해 제정한 법이다. 이 법은 2011년에 제정됐기 때문에 맥코맥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대신 낙태절차는 반드시 의사가 관장해야 하며 임신 3개월에서 6개월 사이에는 병원에서만 수술이 가능하다는 1972년의 주법을 어긴 혐의가 적용됐다.
담당검사인 바녹 카운티의 마크 히드만 검사는 맥코맥이 수차례 낙태와 유산을 거듭했으나 태아를 보호하려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의사의 처방을 받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낙태약을 제조해 준 사람이 누군지 확인조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원은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그녀에게 적용된 혐의를 기각했다. 태아의 사체에서 약물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고 맥코맥이 사용한 인터넷 처방약 패키지를 찾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담당판사는 새로운 증거가 나타날 경우 맥코맥을 재기소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일단 형사혐의에서 풀려난 맥코맥이 반격에 나선 것. 그녀는 제9차 연방순회 항소법원에 아이다호주의 낙태 제한법이 연방 헌법에 위배된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B. 린 윈밀 연방지법 판사를 설득해 항소법원이 위헌성 여부에 대한 판결을 내릴 때까지 자신에 대한 재기소를 중지하라는 예비명령을 끌어냈다.
그녀가 제기한 소송은 자연스레 낙태를 반대하는 이른바 생명지지(pro-life) 그룹과 선택지지(pro-choice) 그룹의 개입을 불러왔다. 이들은 낙태문제가 이슈가 될 때마다 서로 세력을 규합해 전면전을 펼친다.
그러나 이번에는 양쪽 다 미적거리는 눈치가 역력하다.
낙태 지지그룹은 내심 맥코맥이 그들의 싸움에 앞장설 이상적인 전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여론의 지지를 받을 만한 자격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법적 미혼인 그녀는 뻔질나게 임신과 낙태를 반복했다. 뱃속의 생명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을 전혀 보여주지 않은 싱글 맘의 응원단으로 나섰다가 여성 선택권 옹호그룹 전체에 대한 일반의 이미지만 흐려놓을 것이라는 회의감 때문이다.
더구나 소송이 연방 대법원까지 올라간다고 가정하면 승산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이들의 계산이다. 대법원은 낙태를 합법화한 ‘로우 대 웨이드’ 판결 이후 이를 보강할 만한 결정을 내놓지 않았다.
반면 보수진영도 이번 건은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싸움이다. 이들은 불법낙태를 한 여성보다 이를 시행한 의사를 겨냥한 싸움을 벌이고 싶어 한다.
더구나 친생명 진영 내에서도 아이다호의 낙태 관련법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아이다호주 검찰총장도 19주를 지난 태아가 고통을 느낀다는 검증되지 않은 주장에 근거한 관련법은 합헌성의 기준을 통과하기 힘들다는 견해를 주 의회에 통고한 상태다.
더구나 맥코맥의 변호사이자 의사인 리처드 헌은 바로 이 법을 물고 늘어지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그는 자신이 직접 원고 가운데 한 명으로 소송에 임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렇게 되면 방어가 힘들어진다.
전체 카운티의 98%에 낙태시술소가 없는 아이다호가 19주가 지난 태아가 ‘고통을 느낄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합법적 행동의 시간대’를 놓친 임신부를 처벌하는 것은 기회의 문을 닫아놓고 마녀사냥을 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내부 지적도 불안스럽다. 보수진영으로서도 실익을 챙길 수 있는 건수가 못 된다.
힘들긴 맥코맥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거주지는 아이다호 남동부의 몰몬교도 밀집지역으로 유난히 보수적인 곳이다. 그것만으로도 그녀에게 쏠리는 주변의 시선이 얼마나 따가울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맥코맥은 세탁소 일도 그만두었다. 그녀에게 옷을 맡기기 싫다는 고객들이 워낙 많다보니 눈치가 보여 붙어 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나야 어쩔 수 없지만 아이들까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듣고 놀림을 당하는 것 같다”며 “머리가 큰 두 아이가 창피해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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