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에서 71세 사이의 건강한 성인 40만2,260명을 대상으로 1995년부터 14년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의 건강 효과는 미국인들의 변함없는 관심사다. 미국에서 가장 수요가 높은 음료이다 보니 건강 효과에 대한 신뢰할 만한 기관의 연구 결과가 나올 때마다 언론까지 가세해 호들갑을 떨어댄다. 최근 미 국립보건원(NIH)과 은퇴자협회(AARP)가 공동으로 내놓은 대규모 관찰연구 역시 예상대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뉴잉글랜드 저널’ 5월호에 실린 보고서는 심장질환과 암, 뇌졸중 등의 이상 증상이 없는 50세에서 71세 사이의 40만2,260명을 대상으로 1995년부터 장장 14년간 수집한 자료를 정밀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도출된 결론은 커피 애호가들을 안심시키기에 족했다. 흡연을 비롯하여 건강과 장수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요인들을 두루 감안할 경우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오래 산다는 것이 요점이다. 그렇다고 대단한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사망률이 10~15%가량 낮은 정도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커피를 마시는 미국인들의 수를 감안하면 이번 연구의 파급효과는 결코 만만치가 않다.
40만명 14년간 추적 사망률 15% 낮춰
치매·우울증에 좋고 근육활동에도 효과
사실 수십 년 전 전문가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커피 습관이 건강을 해치고 생명을 단축시킨다고 경고했다. 새로운 연구 결과도 나이에 따른 조정만을 거칠 경우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망률이 더 높게 나왔다.
그러나 반전이 숨어 있었다. 흡연, 음주, 육류섭취, 신체활동과 신체질량지수 등 참가자들의 건강관련 특성을 모두 감안하면 정기적으로 커피를 마시는 쪽의 평균수명이 조금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시작할 당시 비교적 건강했던 커피 애호가들은 심장병, 기관지 질환, 뇌졸중, 당뇨병, 감염, 부상과 사고로 숨질 가능성이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낮았다.
1995년 이후 2008년에 이르는 기간, NIH와 AARP의 연구에 참여한 40여만명 가운데 5만2,515명이 숨졌다.
연구를 주도한 전국 암협회의 역병전문가 닐 프리드만은 사망자들이 밝힌 커피 섭취량과 이들의 사인을 일일이 비교해 조사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 결과 사망위험은 하루 마시는 커피량이 8온스 용량의 레귤러 컵을 기준으로 4~5잔에 이를 때까지 점진적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반면 매일 여섯 잔 이상을 마시면 4~5잔을 마실 때에 비해 사망률이 약간 올라가지만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커피 섭취량은 8온스에서 10온스 컵을 기준으로 측정하기 때문에 1990년대 이후 종종 사용되는 초대형 컵의 경우는 한 컵 이상으로 간주한다. 이런 대형 컵으로 몇 잔을 들이키게 되면 초조감과 불안감, 불면증 등의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또 커피가 물보다 이뇨효과가 강하다는 종전의 믿음을 뒤엎었다. 통상적인 수준의 양을 마실 경우에는 물이나 커피나 이뇨효과에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프리드만 박사에 따르면 하루 여섯 잔까지의 커피는 일일 수분섭취 권장량에 포함시킬 수 있다. 이는 물이 아닌 음료수를 마셔봤자 하루에 필요한 수분 섭취량을 채우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속설과도 배치된다.
커피는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1,000가지 이상의 화학성분을 포함한 복합물질이다. 이들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성분인 카페인은 에스프레소 샷(a shot of espresso)에는 70밀리그램, 8온스짜리 레귤러 커피에는 100밀리그램 정도가 들어 있다.
그러나 유사한 음료수라도 카페인 함유량 수준에는 광범위한 편차가 존재한다.
오리건 주립대학의 제인 히그돈과 발즈 프레이의 조사에 따르면 같은 점포에서 6일에 걸쳐 각각 구입한 같은 종류의 커피라 해도 8온스 컵을 기준한 카페인 함유량은 130밀리그램에서 282그램에 이르기까지 큰 차이를 보였다.
커피의 성분 가운데 카페인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연구결과 카페인이 함유된 일반 커피와 카페인이 없는 커피 가운데 어느 쪽을 주로 마시건 사망률에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커피에 함유된 성분들 가운데 항산화물과 폴리페놀도 건강과 관련해 모종의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커피에서 카페인을 제거하기 위해 오랫동안 사용해온 화학물질이 건강에 유해하리라 믿어온 사람들의 우려를 덜어주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카페인 제거용 화학물질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현재 상당수의 커피 제조업체들은 이들 대신 물을 사용하는 스위스식 방식을 채택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됐듯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은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원두에 ‘듬뿍’ 들어 있는 카페스톨(caftstol)과 카페올(Kahweol)은 동맥에 해를 끼치는 LDL 콜레스테롤의 혈중 농도를 높여준다.
카페스톨과 카페올은 커피를 내릴 때 필터에 의해 걸러지지만 에스프레소와 프렌치 프레스, 인스턴트 커피에는 그대로 남아 있다.
커피는 혈압의 일시적 상승을 초래한다. 하지만 새로운 연구결과는 다른 요인들이 없을 경우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낮다는 기존의 결론을 재확인해 주었다.
커피는 또한 제2유형 당뇨병, 간질환, 파킨슨씨병 등의 위험을 낮춰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에 실시된 몇 건의 다른 연구는 커피가 우울증과 치매, 알츠하이머질환의 위험을 줄여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힘든 신체활동을 하는 사람들 역시 커피를 마심으로써 뻐근한 몸을 푸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만이 이런 효과를 낸다. 디캡은 해당이 안 된다.
카페인이 담긴 커피는 근육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 지방산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편 에너지 대사를 관장하는 아데노신의 효과를 둔화시켜 근육이 쉽게 피로를 느끼지 않도록 지원한다. 카페인은 또한 운동 후 피로감을 줄여주고 회복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켜 준다.
커피가 임신부에게 해로운지 여부를 둘러싼 잡음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제까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하루 300밀리그램 이하의 카페인 섭취는 임신부와 태아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150밀리그램 이상 섭취하면 저체중아를 낳을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커피 애호가라면 카페인이 약물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타가메트, 디푸루칸, 루복스, 멕시틸과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은 물론 시프로와 레바퀸과 같은 항생제는 카페인 신진대사에 영향을 끼쳐 그 효과를 끌어올린다. 또 아스피린과 아세타미노펜과 섞어 마시면 진통효과가 높아진다. 그러나 항정신병 약물인 클로자핀(clozapine)과 체내에서 혼합되면 독성을 일으키니 주의해야 한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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