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잡화상
▶ 장 소 현 <극작가, 시인>
한 여성잡지에 실린 정경화씨 인터뷰를 읽고 상쾌하게 탁 트인 느낌에 사로잡혔다.
“이미자, 그 분을 매우 존경해요. 예전에는 ‘동백 아가씨’ 등을 수백 번 들으면서 내 바이올린의 글리산도와 프레이징에 적용해보는 연구를 무려 한 달간 했잖아요. 뜻대로는 잘 안 됐지만… 그 분 노래는 만 번을 들어도 신비스럽죠. 패티 김도 좋고요. 그 분은 인생의 곡절이 많은 분인데, 또 다른 매력이 있죠.”
세계 정상의 바이올린 연주자 정경화가 “이미자를 매우 존경한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그것도 칭찬이 너무 지나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헌데 낯설지만, 무척 통쾌하다. 활짝 열린 느낌이 시원하다.
대중가요에 대한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한다.
“아니 그걸 어떻게 우습게 봅니까? 그것도 아트가 분명하잖아요. 그 안에 크리에이티비티가 담겨 있다는 걸 누가 부정할 수 있겠어요.”
그녀는 자신은 ‘클래식 지상주의자’가 아니며, 젊은 시절에는 재즈를 즐겨 듣고 부르고, 레이 찰스의 노래도 무척 좋아하는 등 활짝 열려 있었다고 한다. 클래식 연주자들이 흔히 갖는 대중음악에 대한 오만과 편견이 그녀에게는 없다는 이야기다.
과연 대가답다. 그처럼 넓은 포용력이 있었기에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가 돌아왔다. 손가락 부상으로 지난 2005년부터 연주를 못 하는데다가, 어머니와 큰 언니가 세상을 떠나는 등의 커다란 슬픔을 늠름하게 이겨내고, 다시 바이올린을 잡고 연주를 시작한 것이다. “바흐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귀가 열리기까지 참 많은 세월이 걸렸다”고 말하는 그녀가 새로운 전성기를 맞아 진정한 거장으로 도약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문화를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로 나누고, 차별하는 습관에 젖어 있다.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이른바 먹물 많이 먹고, 가방 끈 긴 사람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한 것 같다. 인간의 삶을 고급과 저급으로 나누는 것과 같은 터무니없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문학계에서는 김진명이나 이원호 같은 대중작가는 아무리 열심히 잘 쓰고 독자가 많아도 비평에서 아예 언급조차 않고, 대중가요 가사는 아무리 빼어나도 시로 치지 않는다.
또, 미술 쪽에서는 만화나 삽화를 중요하게 보는 미술평론가도 몇 명 없다. 그런데 사실은 지금 ‘국민화가’로 대접받는 박수근 화백 같은 경우, 삽화는 그의 작품세계를 읽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그런 이들에게 “이미자를 존경한다”는 정경화씨의 말을 꼭 들려주고 싶다. 칸막이가 많을수록, 오만과 편견이 기승을 부릴수록 문화는 시들 수밖에 없다.
그나저나 여성잡지는 볼수록 참 호화찬란하고, 광고도 무지하게 많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여자들 수준을 높여주는(?) 기사로 풍성하다. 문득 법정 스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인터뷰를 하겠다고 멀리까지 찾아온 여성지 기자에게 던진 말씀이다.
“아니, 중더러 여자들 속옷 광고 사이에 끼어들란 말씀이신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