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선(전 한인회 회장)
매일같이 이른 아침부터 일터로 나가느라 그동안 자세히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계절의 변화하는 모습이 눈부시다. 벌써 숲 안쪽으로는 가을이 지고 있다.
나름 성실하게 산다고 생각하며 살았기에 무엇을 위해 이토록 열심히 사는가에 대한 답을 새삼스레 찾자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의 내 나이가 인생에서 가을이라는 계절을 보내고 있음을 알기에 선문답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보는 것이다. .
‘나는 행복한가…’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준 두 아이와 무조건 내편이 되어주는 아내… 그리고 남들보다 특별히 풍족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비루할 정도는 아닌 현재의 생활이 행복하다고 믿으면서도, 세상의 잣대에 나를 맞추며 무언가 더 채워 넣으려 애쓰는 지금의 나의 모습을 돌아본다.. 더 많이 가진 자가 부자가 아니라 덜 부족한 사람이 부자라는 말이 아프게 와 닿는다. 나는 늘 부족함을 느끼니 스스로 얼마나 가난한 사람인가…
또 나는 늘 마음이 바쁘다.. 천성적으로 급한 성격 탓도 있겠지만 지금의 내가 있을 자리에 제대로 자리하고 있는지, 시간은 지나가는데 이루지 못한 것만 눈에 보이니 조급하고 마음만 바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주변을 돌아보면 나보다 여유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모두 나보다 편안히 보이니 더 혼란스럽다. 하물며 TV를 보다가도 광고가 나오는 시간을 참지 못하고 다른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는지 이리저리 돌리다 아내에게 핀잔을 듣기 일쑤이다. 결국 리모컨을 빼앗기고 광고가 끝나기를 기다려 연결되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잠시도 멈추지 못한 나의 조급함에 부끄러움을 느끼곤 한다.
지난주일 신부님이 강론 말씀 중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신학교에 들어가 클럽 활동을 하며 익히게 된 사진에 대한 말씀이었다. 처음으로 갖게 된 사진기에 남다른 애착을 가졌던 일과, 10여년을 사진에 대한 열정으로 행복했던 일,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그토록 아끼던 사진기를 도둑맞은 후 사진을 그만두기까지의 이야기였다.
그때 신부님은 모든 것을 빼앗겼다는 분노 대신 그동안 자신이 가졌던 사진에 대한 열정을 두고 깊은 묵상을 하였다고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 여기서 멈추는 것이 사진기를 가져간 이를, 잃어버린 사진기에 대한 아쉬움을, 맹목적이었던 10년간의 집착을…. 그 모두를 가슴에 품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고백하셨다. . 멈춤으로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되었다는 깊은 성찰이었다.
신부님의 강론을 들으며 나도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초조해하고 안타까워하며, 그동안 쉴 틈 없이 달려오며 집착하던 것들에 내 꿈과 미래를 바꾸어 버린 건 아닌지… 내가 멈추어야 하는 시점을 지나치고 있지나 않은지… 잠시 멈추어 서서 좌우를 둘러보니 초라한 내가 벌거벗고 거기에 있었다. 매일 아침마다 지나치면서도 알아채지 못했던 계절이 변화하는 모습, 애써 외면했던 상대방의 이야기… 그리고 내 욕심까지도…
행복의 지름길은 남과의 비교를 멈추는 일이라고 한다. 멈춤이 순환의 끝이 아니라 시작을 예고하는 또 다른 준비임을…. 가을을 품고 홀연히 겨울로 떠나가는 나무에게서 멈춤의 미학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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