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 정의 문화읽기
▶ 메이 정 <앤드류샤이어갤러리 관장>
르네상스는 14세기에 시작하여 16세기까지 유럽에서 일어난 문화, 예술 전반에 걸친 시대적 정신운동이다. 신 중심의 중세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지향했던 이 시대는 무명의 장인들이 예술가로 변모하던 시대이며, 천재들을 많이 배출해낸 개인숭배의 시대이기도 하다.
하워드 가드너는 그의 책(Frames of Mind)에서 인간의 지능은 언어, 음악, 논리수학, 공간, 신체운동, 인간친화, 자기성찰, 자연친화라는 독립된 8개의 지능으로 구성, 각각의 능력별로 천재가 있는가 하면 이 8가지 전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있다하는데 아마도 르네상스적 인간들이 후자의 경우에 속할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야말로 르네상스맨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화가이자, 조각가, 발명가, 건축가, 해부학자, 식물학자, 천문학자였던 그를 제하곤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설명할 수 없고 ‘신비한 미소’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모나리자는 지금도 작품들과 광고를 통해 수많은 패러디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그의 드로잉을 보면 체내의 내장이나 신경조직뿐 아니라 팔, 다리의 근육과 뼈, 동작에 따른 변화까지 아주 상세히 관찰, 묘사되어 있어서 생명의 근원에 대한 그의 궁금증을 느낄 수 있는데 관람자를 자연스럽게 그림 속으로 인도하는 화면 구도, 사람의 마음을 그린 듯한 인물들의 제스처와 표정들은 이런 그의 사물에 대한 통찰과 탐구의 소산이다.
그 외에도 움직이는 다리 설계, 전쟁무기 고안, 하늘을 날 수 있는 장치, 도시의 요새 설계 등… 실제로 제작된 것은 많지 않지만 물리적인 이치를 적용하여 도구를 만드는데 끊임없는 호기심을 갖고 있었던 그는 늘 우리에게 놀라움의 대상이다. 또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글자의 방향을 반대로 뒤집어써서 거울에 비춰봐야만 읽을 수 있게 했는데, 이런 암호 같은 글자, 인체 해부, 작품 도난사건 등으로 신비함이 더해져 모나리자의 모델이 다빈치가 여장한 것이다 라는 설부터 황당하지만 재미있게 쓴 다빈치 코드까지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진 적이 없다.
그런데 최근엔 16세기 중반에 갑자기 사라져 행방이 묘연했던 레오나르도의 미완성 걸작‘ 앙기아리 전투’를 찾아낼 수 있는 실마리가 잡혔다며 전 세계 미술계가 다시 술렁이고 있다.
이 작품은 피렌체가 아직 공화정에 있을 때 청사로 쓰였던 베키오 궁전의 커다란 방 벽을 장식할 목적으로 주문된 두 점의 전쟁 그림 중 하나이다. 피렌체가 치른 전쟁인 앙기아리 전투와 카시나 전투인데 전자는 레오나르도에게 후자는 미켈란젤로에게 주어졌다. 두 대가의 그림이 한 방에서 한 시기에 그려진다는 사실 그것 자체로도 커다란 관심거리였는데 아쉽게도 두 그림은 완성되지 못하고 후에 이 벽은 바사리의 그림으로 대치되었다.
그런데 바로 이 바사리의 프레스코화가 걸린 벽 뒤에 레오나르도의 그림이 숨겨져 있다고 해서 화제다. 이 그림은 루브르 박불관에 소장된 루벤스가 모사한 드로잉으로 그 모습을 다소나마 짐작할 수 있는데 기마병들이 서로 엉켜 싸우는 격동적인 순간, 잔혹한 표정으로 칼을 휘두르는 모습과 앞발을 든 말의 긴장된 근육들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1970년대에 바사리의 프레스코화에서 ‘찾으라 그리하면 발견할 것이다’ (Cerca Trova)라는 성경 글귀를 발견한 후 사라진 작품이 여기 숨겨져 있다는 암호라고 여겨 시작된 이 탐사는 말도 안 되는 상상력이 만들어낸 해프닝으로 끝날지도 모르지만 작품 못지않게 매력적인 작품 뒤의 숨겨진 이야기의 베일을
벗기고픈 우리의 소박한 호기심이 이루어져 다음번 피렌체 여행에서는 베키오 궁전에서 ‘앙기아리 전투’를 보게 되기를 소망해 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