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두 번째로 월드시리즈 우승의 꿈을 이룬 자이언츠 선수들이 버스터 포지(뒤에 왼쪽)-서지오 로모‘배터리’를 향해 달려나가며 환호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월드시리즈 우승은 설명이 안 되는 것이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처럼 확실한 에이스(저스틴 벌랜더)에 ‘45년 만의 3관왕’을 차지한 간판타자(미겔 카브레라)가 있어도 안 되는데, 자이언츠는 특급 마무리 전문투수(브라이언 윌슨)가 부상, 올스타게임 MVP로 뽑힌 간판타자(멜키 카브레라)는 약물검사에 걸려 시즌을 접고, 또 시즌 내내 죽을 쑨 에이스(팀 린시컴)를 불펜으로 돌리고도 해냈으니 말이다.
자이언츠는 ‘차’ ‘포’ ‘마’를 하나씩 다 떼고 우승한 셈이다.
3주 전 만해도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였다. 열흘 전만 해도 불가능한 일로 보였다. 하지만 자이언츠는 28일 디트로이트에서 벌어진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도 연장 10회 대접전 끝 4-3으로 승리, 그 아무도 예상치 못한 4연승 싹쓸이로 “스포츠의 세계에 불가능이란 없다”는 점을 입증했다.
자이언츠는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에서 신시내티 레즈에 싹쓸이를 당할 위기에 몰렸던 팀이다.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도 1승3패의 벼랑 끝에 몰렸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그런데 월드시리즈에서는 ‘천하의 뉴욕 양키스’를 4연승으로 휩쓸고 올라온 타이거스를 싱겁게 4연승으로 밀어버리고 3년 만에 두 번째 왕관을 썼다.
그 전에는 월드시리즈 정상에 다시 오르는데 56년이 걸린 팀이었다.
보스턴 레드삭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콜로라도 로키스 등이 이미 포기한 선수로 시즌 도중 영입한 2루수 마르코 스쿠타로가 다시 한 번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려줬다. 그리고는 커리어 내내 중간계투로 뛴 ‘땜빵’ 클로저 서지오 로모가 슬라이더만 계속 던지다 한복판 직구로 ‘3관왕’ 타자를 돌려세우며 마침표를 찍었다.
자이언츠 외야수 그레고 블랑코는 경기 후 “이렇게 될 거라고 누가 미리 말해줬어도 절대 믿지 못했을 것”이라며 “나만 아니라 그 아무도 이런 결과가 나오리라 믿지 않았겠지만 해냈다”고 말했다.
자이언츠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1승3패의 벼랑 끝까지 몰린 뒤 다시 패하지 않았다. 그 후로는 56이닝 동안 뒤지지 않는 등 카디널스와 타이거스를 36-7이란 합계 스코어로 압도하는 괴력을 보여줬다. 그때부터 자이언츠의 팀 방어율은 신들린 0.98이다.
디비전과 챔피언십 시리즈 연속 1게임만 더 패하면 탈락하는 시점까지 밀렸다가 월드시리즈에서는 싹쓸이로 우승한 다른 팀은 2004년과 2007년 보스턴 레드삭스밖에 없다.
지난 90년 동안 3년 만에 2번째로 월드시리즈 정상에 선 내셔널리그 팀도 1975~76년 레즈, 1963~65년 다저스, 1942-44년 카디널스에 이어 자이언츠가 4번째다.
‘먹튀’로 찍혀 3년 전 월드시리즈에는 끼어주지도 않았던 왼손 선발 배리 지토가 자이언츠를 구해내며 그 모든 것을 만회하는 시나리오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정규시즌에는 홈런랭킹 꼴찌였던 자이언츠가 별명이 ‘쿵후판다’인 파블로의 홈런 세 방으로 기선을 제압한 것도 이변이었다.
<이규태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