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잡화상
▶ 장 소 현 <극작가, 시인>
드디어 우리의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가 확실시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신바람 난다. 심사소위원회인 심사보조기구의 심사 결과 ‘등재권고’ 판정을 받았고, 12월에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 열리는 제7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무형유산으로의 등재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오래도록 바라던 꿈이 드디어 이루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중국이 느닷없이 아리랑을 자기네 문화유산으로 등재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황당했던 참이라 더욱 반갑고 신난다.
“아리랑은 세대를 거쳐 지속적으로 재창조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 한국민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결속을 다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도 높이 샀다”는 등 재권고 이유도 매우 정확하고 합리적이다.
사실 아리랑만큼 우리 겨레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줄 노래는 없다. 아리랑은 함경도에서부터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전역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고, 오늘날에 전해지는 다양한 가사만도 수천 수에 이른다.
남과 북이 마음 놓고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도 아리랑밖에 없다. 오래 전에 남과 북이 올림픽 단일팀 출전을 협의할 때 임시 국가로 아리랑을 선정한 것도 그런 까닭이었다. 그 후로 남과 북이 함께 꾸미는 축제에서도 아리랑은 빠지지 않는다.
신기한 것은 아리랑이 이처럼 우리 겨레 누구나 즐겨 부르는 대표적 민요인데, 정작‘ 아리랑’이라는 말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20가지가 넘는 학설이 있지만, 아직 정설이 없는 실정이다. 그만큼 의미가 깊고 넓고 신비롭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리랑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 참 많다. 그 중의 하나가 많은 경우 아리랑을 한의 노래라고만 생각하는 점이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본조아리랑’ 혹은‘ 서울아리랑’의 가사 때문이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라는 가사…
그런데 사실 이 ‘서울아리랑’은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 덕에 가장 널리 퍼진 노래일 뿐, 우리 아리랑의 전형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잘 아는‘ 밀양아리랑’의 곡조나 가사는 얼마나 적극적이고 경쾌한가.“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 정선아리랑’이나‘ 뗏목 아리랑’의 가사들 중에는 참으로 흥겹고 익살스러운 것이 많다. 그런가 하면‘ 광복군 아리랑’이나‘ 독립군 아리랑’의 가사는 씩씩하기 그지없다. 이처럼 아리랑 전체를 보면 아리랑은 결코 한의 노래만은 아니다.
‘삼팔선 아리랑’의 가사도 참 절묘하다“. 사발그릇 깨지면 여러 쪽 나지만/ 삼팔선 깨지면 하나 된다네” 참 대단한 통일노래다. 유네스코의 말대로 “아리랑은 세대를 거쳐 지속적으로 재창조됐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만주 아리랑’이나‘ 치르치크 아리랑’처럼 세계 방방곡곡 한국인이 있는 곳에는 아리랑이 있었고, 지금도 꾸준히 재창조되고 있는 우리의 노래가 바로 아리랑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미주 한인사회의 애환을 노래한 아리랑은 아직 없다. 우리들의 정서를 잘 표현한 ‘아메리카 아리랑’이나 ‘나성 아리랑’ 같은 것이 만들어져 모임 때마다 신명나게 부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땅의 시인들이 좋은 가사를 많이 지어줬으면 좋겠다. 통일된 뒤에 한민족 전체가 함께 부를 아리랑도 미리 만들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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