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수 기자
열흘 넘게 밤마다 촛불만 켜고 사는 것이 낭만스럽지만은 않았다. 자동차에 가스를 채우기 위해 2~3시간 줄을 서서 혹시 내 앞에서 가스가 끊기지는 않는지 가슴을 졸이는 일을 다시 반복하고 싶지않다. 하지만 이번 허리케인 샌디로 난생처음 아미시 타운의 삶을 경험하면서 잃은 것보다는 찾은 것이 더 많은 감사의 기간이었다는데 많은 롱아일랜더들은 동감할 것이다.
샌디가 온 첫날부터 사흘까지는 그런대로 촛불의 멋을 즐길 수 있었다. 전기가 안들어오고 히터도 안나오고 전기 스토브라 요리도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에서 오랜만에 컴퓨터에서 떨어진 자녀들은 TV에서 떨어져진 부모들과 그동안 누리지 못한 가족의 대화를 나누고 또 관심과 사랑을 주고받는 값진 시간들로 채웠다. 브루스타로 끓인 라면으로 허기와 추위를 달래며 있는 초 여러 개를 켜고 저녁을 때우는 것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동네 상점마다 물이 떨어지고 초가 떨어지고, 바테리가 떨어지고, 부탄가스가 떨어졌다는 것을 알아가면서 어둠을 달래기 위해 켜던 촛불의 수를 줄여야 했으며 집안 온도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브루스타에 물을 끓이는 시간도 줄여나갔다.
5일이 지나면서 자동차에 넣을 가스를 구입하기 위해 긴 줄에 서면서 무장한 경찰들이 주유소에 배치돼 혹시나 새치기하는 얄미운 차량을 뽑아내고 다 팔리면 노랑 줄을 치는 현실은 점점 보이지 않는 엄숙한 공포로 삶을 누르기 시작했다.
두 동강난 전봇대들이 쓰러진 나무들과 뒤엉켜있어 차량의 통행이 금지된 골목길을 볼 때마다 전기 문명의 회복은 3주 이상 걸릴 것 같다는 비보에 당분간의 문명의 권리를 누릴 마음을 접었다. 집안 온도가 화씨 40도대로 떨어지면서 남의 집보다는 그래도 내집이 편하다는 이유로 밤에 있는 옷들을 껴입고 자던 일도 더 이상 감기에 걸릴 염려로 다른 방도를 찾게 했다.
추위와 어둠에 고생하면서 아침이면 어김없이 해를 뜨게 해주는 하나님께 감사했다. 밤이면 어둠을 주어 자녀들과 일찍 잠자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하는 자연에 순복했다. 밤에 집안 보다 달과 별이 떠있는 밖이 더 환하다는 것을 보고는 유리창 커튼을 열고 신의 창조에 무릎을 꿇었다. 습관적으로 어두운 곳 전기 스위치를 올려도 불이 켜지지 않는 방에서 그동안 과학의 발달과 문명의 발달로 누려온 문화가 얼마나 고마운지 가슴속 깊은 곳까지 뼈저리게 느껴졌다.
그동안 누리고 살던 것에 대한 감사로 가득 찼을 때 반가운 소식들이 들어왔다. 전기를 남보다 빨리 재공급 받게된 지인들의 연락들이었다. “집에 전기 들어왔어, 어서 와서 샤워하고 커피 마셔”, “와서 빨래해”, “자고 가” 진심이 담긴 그들의 연락은 추위를 녹이고 어둠을 밝혔다. 모두가 힘들었지만 서로의 고통을 위로하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위해 나누며 차에 가스를 넣기위해 기다리는 동안 자녀들을 데려고 가서 따뜻한 곳에서 먹여준 이웃들에게 감사하다. 또 서로 고생한 이야기를 웃으면서 나눌 수 있는 지인들이 있어 고맙다.
전기가 들어오자 그동안 못했던 청소기를 돌리며 세탁기를 돌리며 되찾는 평상의 일과에 콧노래가 나온다. 행복이, 감사가 절로 입에서 튀어나온다. 아직도 롱아일랜드 남부 해안가의 주민들은 전기가 끊어지고 집들이 파손돼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들에게 집에 전기 들어 왔어란 말을 하기가 너무 송구스럽고 미안하지만 따뜻한 커피를 나누고 싶다. 그리고 그들에게도 빨리 전기가 공급되기 기도한다. 추수감사절을 맞아 감사의 항목이 더 길어지고 깊어진 2012년의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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