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선 <전 한인회 회장>
월초부터 샌디가 휩쓸고 지나가는 바람에 정신없이 11월을 맞았었다.
지난 몇 해동안 예기치 않은 자연재해로 몇 시간씩 전기 공급이 끊긴 경우는 있었지만, 이번 샌디는 는 우리가 사는 지역도 예외가 아니어서, 일주일을 꼬박 추위와 어둠속에서 보내야 했다. 평소에 TV를 즐겨 보지 않으면서도 나오지 않는 시커먼 화면 앞에 앉아 리모컨을 만지작거렸다. 인터넷도 안되니 바깥세상과 유일하게 연결된 전화기의 충전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며 써야하는 불편함도 경험하지 못하던 일이었다. 또한 전기가 없으니 저녁시간을 보내기가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처음 하루, 이틀은 너울거리는 촛불 밑에서 눈을 찡그려 떠가며 책을 보았다. 초 장식이 있는 저녁 식탁도 나름 낭만이 있었고, 적당한 어둠이 오히려 안정감을 주는듯해 와인잔을 앞에 두고 여유를 부려가며 식사를 마쳤다. ‘이러다 갑자기 전기가 들어오겠지’ 하는 기대를 했던 것 같다.
셋째날부터는 불편함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어둠속에서 간단하게 차려진 저녁을 먹고 잠도 오지 않는 초저녁부터 한기어린 방에서 잠을 청해야 했다.
방송에서 들은 피해 상황이 너무 커서 전기가 복구되기까지의 예상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이제 느닷없이 들어올 거라는 기대감을 버리고 적응해야 하는 상황인 듯 했다.
그 이후부턴 아예 저녁식사를 밖에서 해결한 후 가능하면 늦게 집에 들어오기 위한 궁리를 했다. 바에 들러 스포츠경기를 보며 무료함을 달래는 동안 아이가 좋아하는 농구선수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게임 규칙을 잘 몰라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풋볼도 아이의 설명을 들어가며 보니 재미있었다. 아들과 맥주잔를 앞에 두고 같은 팀을 응원해 가며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은 불편한 현실이 주는 특별한 축복이기도 했다.
이렇게 우리는 스포츠 경기를 보거나 연주회장을 갔다가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집으로 들어왔다. 옆 동네의 불야성 같이 밝은 거리와 샤핑몰의 텅 빈 주차장을 환하게 밝힌 불빛을 지나치며 얼마나 부럽던지…. 길 하나 사이로 넘침과 부족함이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는 세상이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과 만나도 전기가 복구 되었는지 안부를 묻고 축하하고 위로해 가며 나도 모르게 서서히 불편함에 익숙해지고 있었는지 모른다.
일주일째 되는 날… 그날도 밖에서 시간을 보내느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밤늦게 동네 골목 어귀를 들어오다 습관처럼 확인한 이웃집 창문… 그동안 우리가 집을 비운 사이 불이 들어와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지나쳤던 그 집 창문 틈으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제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와 불편했던 기억조차 희미하다. 그러나 그날 ‘집이 그곳에 있음’ 에 감사하고 행복했던 마음은 잊고 싶지 않다. 추수감사절을 맞아 모든 가족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음에 감사하며 아직도 어려움에 놓여있는 이웃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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