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년기획-되돌아 본 경제 2012
▶ ③ 의류봉제업계
올해 한인 의류업계는 지속된 경기침체는 물론 환율, 노동법 단속, 외상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 의류업체들이 몰려 있는 다운타운 샌피드로 홀세일 마트.
올해 초반 오랜만에 활기찬 모습을 보였던 LA 다운타운 의류업계는 여름철부터 극심한 침체에 빠졌다. 경기 회복과 한미 FTA 시행으로 기대감에 부풀었던 의류·봉제·원단 업계는 2012년 중반부터 시작된 침체와 각종 단속 그리고 연말 중견 업체들의 파산 및 원화 강세 등으로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다운타운 한인 의류 업계의 2012년을 되돌아 본다.
봉제업계 상반기 반짝호황
노동법 단속강화 벌금부담
■봉제업계 상반기 호황으로 ‘굿 스타트’
연초 봉제업계는 일할 사람을 없을 정도로 밀려드는 주문량으로 오랜만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지난 수년간 불황이 계속되면서 여러 공장들이 문을 닫았으며 노동자들도 일거리가 없자 다른 직종을 찾거나 중남미로 돌아갔다. 이런 상황에서 올 상반기 현지 생산이 증가하면서 봉제공장들은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노동자들을 급하게 구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했다.
미주한인봉제협회 이희복 회장은 “해마다 감소해온 주문량 탓에 최근 2~3년 사이 전체 직원 수를 30%가량 줄인 업체가 대부분이었는데 상반기 기대치에 넘치는 주문이 밀려 여러 공장들이 오랜만에 풀 가동됐다”며 “800여개에 달하는 한인 봉제 공장들은 오랜만에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하반기 주문은 급격하게 감소했으며 종업원을 늘린 업체들은 일거리가 없어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희복 회장은 “올해는 상반기에 벌어 하반기에 적자를 메우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래도 작년보다 매출이 크게 감소한 업체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해를 평가했다.
■멕시코 바이어들 중국행
멕시코가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00%에 달하던 ‘반덤핑 관세’ 부과를 철회하면서 중반기부터 멕시코 빅 바이어들의 LA 다운타운 업계의 구매가 크게 줄었다.
업계에 따르면 멕시코 바이어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3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은 현금 결제를 하기 때문에 외상에 따른 대금 미납 등으로 인한 문제 발생이 매우 낮아, 업계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고객을 중국에 빼앗긴 셈이 된다.
한인의류협회의 이윤세 회장은 “멕시코 바이어들이 지난 봄철부터 크게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소들이 많다”며 “요즘은 소규모 바이어들만 기웃거리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여름철 대규모 노동법 단속으로 어려움 고조
여름철 봉제업계의 주문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노동 당국이 LA 다운타운 의류산업에 종사하는 업주들을 대상으로 불시단속을 실시하면서 봉제를 포함한 한인 의류업체들을 긴장에 몰아넣었다.
지난 8월 초 5일 연속으로 실시된 집중단속으로 인해 80여개 업체들이 조사를 받았으며 이 중 10여개 업체가 위반내용이 발견되어 현재 벌금형에 처해질 위기에 놓였다.
빈발하는 노동법 소송이나 상해보험 청구 갈등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한인 업주와 직원 사이에 벌어지는 소송이나 보험청구 갈등은 감정대립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업주나 직원 모두 몸살을 앓고 있다.
한인의류협회의 크리스토퍼 김 전임 회장은 “예전처럼 히스패닉을 비하하는 표현이나 행동은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지만 고용주가 순간적으로 모욕적인 말을 하거나 윽박지르는 경우도 있어 소송이 제기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잇단 폐업에 업계 긴장
불황으로 업체들의 파산보호 신청 및 고의적 폐업 잠적이 잦아지면서 하청을 받은 봉제 및 원단 등 관련업체들의 연쇄 피해가 잇달았다.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중견 규모 이상 의류업체 5~6곳이 미수금 문제를 일으킨 채 문을 닫았으며 관련 봉제, 원단, 프린팅 등 소규모 업체들의 피해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가 파산보호 신청을 할 경우 민사소송이나 합의 등을 통해 피해액을 줄일 수 있지만 폐업을 하고 업주가 잠적해 버리면 피해액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봉제협회의 이희복 회장은 “요즘 의류업체의 잦은 개·폐업으로 거래사들 간에 원청 신용도 확인에 고심 중”이라며 “의류업체가 갑자기 문을 닫으면 폐업업체 월매출의 약 20%가 봉제 하청공장의 피해액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원단업계 관계자는 “매뉴팩처 업체 1곳이 파산하면 보통 200만달러, 일반 의류업체 1곳이 잠적하면 100만달러 규모의 피해를 하청에 입힌다”며 “원청업체가 잠적하기로 마음먹으면 당사자를 찾을 방법이 없어 속만 태운다”고 전했다.
■원화 강세도 문제
최근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한국에서 의류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한 한인 의류업자는 “최근 거래처의 절반은 원화 결제를 요구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원단업계의 걱정은 현실화되고 있다.
한인원단협회에 따르면 현재 LA 다운타운 100여개 한인 업주들 중 한국산 제품을 수입하는 비중은 전체 40~50% 수준에 이르고 있는데 환율이 1,050원대로 떨어질 경우 원단의 단가가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 급등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재미한인원단협회의 구본준 전임 회장은 “스타일과 품질 등의 이유로 한국산 원단을 꼭 써야 하는 한인 업체들이 원화 상승과 관련, 대책 마련에 부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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