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선 전 한인회 회장
하루 하루가 차곡차곡 쌓여 이제 다시금 한해의 끝자락에 서게 되었다. 한동안 잊고 지나쳤던 길가의 텅 빈 나무들이 제국의 충성스런 군인들이 열병하듯이 줄지어 서 있다.
나이에 맞게 내려놓으며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아내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실제로는 모자라는 것을 하나라도 더 채우고자 애쓰며 살아왔던 한해였다. 조금 더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아내의 바램을 외면하며, 익숙한 생활 방식으로 조금 더 빠르게를 주문처럼 외우고 살아왔던 한해이기도 했다.
누구나에게 그렇듯이 나에게도 새해를 맞이하며 작은 소망이 있었다. 남들의 눈으로 보면 겨우 이제서야 하겠지만, 나이에 맞게 사는 법을 터득하기까지 그동안의 삶이 녹녹치 않았다고 핑계를 대고 싶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가지고 있던 헛된 욕심부터 하나씩 내려놓을 수 있게 되기를, 언제일지 모르지만 마음까지 가벼워지는 날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오십을 훌쩍 넘은 나이의 때늦은 소회이지만 나로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반전의 삶을 살기위한 또 다른 출발점으로 삼고 싶었던 것이다
행복의 조건을 완벽함이 아니라 부족함에서 찾았던 플라톤의 말처럼 ‘먹고 입고 살기에 조금은 부족한 듯한 재산’, ‘모든 사람들이 칭찬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외모’, ‘자신이 생각하는 것의 절반 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명예’, ‘남과 겨루어 한 사람은 이겨도 두 사람에게는 질 정도의 체력’, ‘연설 했을 때 듣는 사람의 절반 정도만 박수를 치는 말솜씨’….. 깊이 공감하며, 올해에는 이 부족함을 감사로 채워가는 여정으로 삼아 행복의 소중함을 알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올 한해는 감사할 일이 넘친다. 큰아이가 늘 가슴에 품었던 소망을 이루는 뜻깊은 해였고, 아내도 두 번의 교통사고에도 크게 다치지 않았음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감사해야 했다. 작은아이 역시 어릴적 꾸던 꿈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이 특별한 감사의 에너지가 오늘의 내 보잘 것 없는 삶을 추스리며 지치지 않도록 끌고 왔을 것이다.
그러고 생각해 보니 보니 소망이 하나 더 있었다. 젊은이들의 나눔의 현장에서 받은 선한 충격이 내내 부끄러움으로 남아, 나의 지난날을 반성하며 가졌던 소망이었다. 나도 그들처럼 작은 것이나마 나누며 누리는 행복이 얼마나 보람 있는지 느끼고 싶었다. 좀 손해본다 싶더라도 눈 딱 감고 마음을 나누며 이웃과 훈훈한 연말을 맞이하고 싶었는데, 돌이켜 보니 나는 늘 그들의 나눔의 잔치에 초대되어 박수만 치고 있었다.
이렇게 올해의 삶도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게 지나가고 있다. 나는 다시 생활인으로 돌아왔고 익숙한 내 삶을 다시금 채근하고 있다. 나는 아직도 내 빈손을 채우느라 이웃에게 손을 내밀지 못하고, 삶에 지치고 힘겨워 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 마디에 인색하다. 그러나 마음 안에 품은 미완의 꿈이 해마다 조금씩 자라 내년에 조금 더 큰 나무가 될 것으로 믿으며 다시금 희망을 다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동안 마음을 나누어준 주위의 따뜻한 이웃과 그들의 격려 때문이리라. 끝으로 지난 1년동안 졸고를 사랑해 주신 많은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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