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비자.관광비자로 무작정 오는 한국20.30대들
▶ 신분문제 해결이 가장 큰 걸림돌
#1. 서울의 한 중소업체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던 최성진(28ㆍ가명)씨는 빡빡 한 한국 직장생활에 지쳐 ‘기회의 땅’ 미국행을 결심하고 인터넷을 통해 미국내 직장을 알아보다 뉴욕의 한 부동산 업체와 연결이 됐다. 이 업체 간부와의 전화면담 끝에 영주권도 스폰서해 줄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일단 방문비자로 지난달 초 미국 입국을 감행했다. 그러나 최씨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체류신분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업체 측의 말뿐이었고, 당장 취업으로 체류신분을 바꿀 방법도 없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최씨는 “제대로 현실 파악 없이 업체 측의 말만 믿었던 게 잘못이었던 것 같다”며 항공비와 체류비만 날린채 새해 첫날 쓸쓸히 한국으로 귀국해야 했다.
#2. 인천의 학원가에서 강사로 일하던 김연희(30ㆍ가명)씨도 동경하던 미국생활을 위해 무조건 미국행을 택한 경우다. 김씨는 자신의 경험이 미국에서도 기회를 마련해 줄 것이라고 믿고 2주전 일단 뉴욕에 무비자 입국을 했다. 그러나 뉴욕에서 신분문제를 해결해 줄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김씨가 부닥친 것은 구직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신분문제 해결은 아예 불가능 하다는 현실이었다. 김씨는 “학생비자라도 받기 위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다 오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최근 한국에서 경제 양극화와 청년 실업문제가 심각한 상황이 지속되자 일자리를 찾기 위해 무비자나 관광비자로 무작정 미국을 찾았다가 좌절만 맛보는 한국의 20ㆍ30 대 젊은층이 늘고 있다.
부푼 기대감과 희망으로 미국행을 결심하지만 정작 현지 정착에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사전에 현지 사정을 파악하지 않고 무비자나 관광비자로 미국에 입국했다가 체류신분 해결이 어려워 비용과 시간만 낭비한 채 한국으로 귀국하거나 불법체류 신분으로 전락하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서울의 유명대학 학부와 석사까지 졸업한 김혜은(29ㆍ가명)씨는 제대로 된 준비없이 미국행을 택했다가 어느새 3년째 어학원 학생비자로 머물고 있는 경우다. 김씨는 학생비자를 유지하면서 구직 기회를 찾고 있지만 너무 어렵다며 “요즘은 취업비자 소지자가 가장 부럽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국 젊은이들이 이처럼 무작정 미국행에 나서는 이유로 잦은 야근과 술 문화 등 한국 특유의 사회생활 스트레스와 미국생활의 여유에 대한 동경을 꼽고 있다.
한국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뉴욕에 와 현재 맨하탄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박성진(35·가명)씨는 “정해진 시간에만 일을 하고 개인을 존중하는 분위기에 만족한다”며 “신분불안을 해결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민전문 변호사들은 한국 젊은이의 묻지마식 미국행 구직활동은 위험부담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행을 결심하는 이들은 사전에 ‘체류신분 해결 중요성과 현지 사정’을 제 대로 파악해야 한다. 특히 미국 내 한인업체가 무비자나 방문비자로 우선 입국한 뒤 신분문제 를 해결하자고 제안할 경우 무조건 믿지 말고 미리 계약서라도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이민변호사는 “취업비자나 영주권을 수속하기 위해서는 구직에 성공해야 하지만 미국 경기침 체와 높은 실업률로 쉽지 않은 상황” 이라며 “한국에서 체류신분을 해결 하고 오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조언했다.<조진우·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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