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갑헌 (맨체스터 대학 교수)
’레미제라블’이라는 영화가 대단한 인기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영화 뿐 아니라 그 책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읽었다.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시절, ‘새벗’이라는 어린이 잡지에 연재되었던 김용환 화백의 ‘코주부 장발장’이란 만화를 읽고 울었던 적이 있다. 중학교에 가서 읽었던 ‘아, 무정!’이라는 소설은 ‘레미제라블’의 일본역을 다시 한국말로 번역한 것이었고, 대학에 가서야 이 책을 다시 읽고, 빅토르 유고가 책속에 제기한 여러 문제들을 어느 정도 이해 할 수 있었다.
영국 유학시절 이 뮤지컬을 보러 런던에 두 번이나 가서도 표를 구하지 못해 돌아섰던 추억, 몇 년 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던 뮤지컬을 가족들과 세 번이나 본 기억이 새롭다. ‘레미제라블’의 주제는 한 마디로 회복 (Restoration/Redemption)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병든 사람이 원하는 것은 건강을 회복하는 것 이다. 전과가 있는 사람이 바라는 것은 사면을 받아 다시 정상적인 시민으로 사는 것이요, 길 잃은 나그네는 잃었던 길을 다시 찾는 것이 아닐까. 회복이라는 말로 요약 할 수 있는 이 변화의 과정은 현재 자신의 처지 보다 우월한 상태나 상황이 자신의 과거에 있었고, 그 것을 되찾는 것을 의미 한다.
굶주리는 가족을 위하여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감옥에 간 장발장은 비참한 감옥 생활을 견디다 못해 탈출을 기도한 혐의로 19년이라는 긴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게 된다. 감옥생활은 이 순진한 주인공을 흉악한 범죄자로 만들어 버린다. 이 사람이 뮈리엘 주교를 만나서 감화를 받고 변하여 새로운 사람이 된다는 것이 소설의 주제이다.
기독교 진리의 핵심인 구원의 문제도 타락하여 죄인이 된 인간이, 창조된 원래의 상태 곧 인간의 온전함과 순결함을 회복하는 과정과 직결 되어 있다. 이 변화를 기독교인들은 ‘거듭 남 (Born Again)이라 하는데, 이 거듭남은 오직 하나님의 은총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다. 장발장이 거듭나는 과정은 뮈리엘 주교의 사랑과 자비심 (Mercy & compassion)과 관계가 있다. 자신에게 온정을 베푼 주교의 사랑을 배반하고 그의 은그릇을 훔쳐서 달아났던 장발장이 다시 잡혀왔다. 뮈리엘 주교는 그가 훔친 은 그릇 위에, 자신이 신부로 서품 받은 날 어머니로부터 선물 받은 촛대까지 더하여 주며, 새 사람이 될 것을 당부한다.
장발장은 새 사람으로 회복 되지만 비정한 프랑스 사회는 그를 용서하기를 거부한다. 영화나 뮤지컬을 보면 뮈리엘 주교의 선한 인품이 장발장을 변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설의 처음 1, 2편을 조심스럽게 읽어보면, 작자 빅토르 유고는 뮈리엘 주교의 사랑을 통해서 드러나는 하나님의 은총이 장발장을 새롭게 변화시킨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뮈리엘은 프랑스의 귀족으로 태어났다. 혁명을 피해 가족과 함께 이태리로 망명하지만 그 곳에서 깊은 영적인 체험을 하고 신부가 되어 돌아온 사람이었다.
하나님의 은총을 받아 큰 변화를 체험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장발장이 죽는 순간 그의 얼굴에는 너무나 평화로운 미소가 흐르고, 그 위에는 뮈리엘 주교가 준 은 촛대가 빛을 비추고 있었다. 마치 장발장이 은그릇을 훔치려 방에 들어갔을 때, 잠들어 있는 뮈리엘 주교의 평화로운 얼굴 위에 비치던 환한 달빛을 연상케 한다. 촛불에 비친 평화로움과 달빛에 비친 평화로움의 근원은 바로 하나님의 은총이라는 작자의 암시 일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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