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없으신 아버지께서 내가 미국에서 병원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종교를 가지라고 권유하셨다. 본인의 경험에서 볼 때 종교가 있는 사람이 병원생활에 적응을 더 잘하고 병원에서의 힘든 상황을 더 잘 극복한다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죽어가는 사람을 봐도, 아파하는 사람을 봐도 간호학생으로 실습하는 동안에 한 번도 힘든 적이 없었다. 마음은 아팠지만 그 순간뿐이었다.다른 친구들처럼 울거나 졸도를 하거나 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환자들과 같이 기도를 하는데도 거리감이 없고 나의 상처를 내보이면서 환자들에게서 공감을 얻어내는 탁월한 능력 덕분에 병원 생활 하는 내내 특별히 종교가 필요하다고 느끼질 않았다.
하지만 정작 병원에서의 일을 그만 둔 뒤에 종교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어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만나게 되었다. 워낙 부모님에 순종하고 부모님의 자랑스러운 딸이길 바라면서 생활해 온 나이기에 이번에도 새로 맞이한 아버지에게도 역시 순종하는 딸이 되어서 그의 자랑스런 딸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기 시작했다. 하나님을 좀 더 잘 알기 위해서 성경을 읽고 공부하고 암송하다보니 내가 얼마나 병원에서 무지한 상태로 환자들과 공감을 시도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환자들과 성경책을 읽으면서 당신을 위해 기도한다고 하곤 얼마나 내가 엉터리로 기도를 했으며, 환자들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했지만 정작 내가 이해한 그들의 고통은 십분의 일도 못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구하라 구하면 얻어진다란 말에 난 환자들에게 요술램프의 지니에게 요청하는 것처럼 하나님께 기도하자고 했다. 환자들과 ‘덜 아프게 해주세요’, ‘상처를 빨리 낳게 해 주세요’, ‘이식할 수 있는 새로운 간을 주세요’ 라고 하는 기도를 해 왔는데, 그건 마치 결혼한 여자가 옆집의 잘나가는 남편을 자기남편으로 만들어 달라고 하는 기도처럼, 오직 자기의 욕심만을 생각하는 웃기는 기도였음을 알았다.
나에게 필요한 것을 달라는 기도를 하면서, 전혀 회개도 없이, 감사함 없이 요술램프를 들고 주문을 외우고 있는 내가 안타까우셨는지, 하나님은 아버지 마음으로 어떤 기회를 통해서 나에게 먼저 자신을 제대로 알라고 하셨다.
아직도 하나님을 잘 알지 못한다. 노아가 아담의 후손이란 것도 이번에 알았다. 예수님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고통인 배신을 이미 알면서 당하셨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런 무식으로 환자들에게 기도를 같이 해주면서 당신을 이해한다고 해왔던 것이다.
사람마다 종교가 틀리지만 기도해주겠다고 할 때 싫어한 환자는 보질 못했다. 그리고 가끔은 기도하는 사람들에게서 의학으로 설명하기 힘든 기적을 보기도 한다. 그래서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은 진짜로 종교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병원생활에서 얻는 나의 스트레스를 위해서가 아니라 환자들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이해 속에서 공감을 형성하면서 일의 보람을 찾기 위해서다.
병원에서 최일선에서 환자를 보는 간호사들은 항상 모든 불평의 창구이고 병원 내 모든 사람들의 불만의 타겟이 된다. 그런 스트레스 속에서 일의 보람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정말 힘들지만, 종교를 통해서 고통이란 것을 이해하게 된다면 환자들을 돌보는 사명감이 생기고 같이 진실로 기도하는 시간 속에서 환자들과 진심을 나눌 수 있다면 병원 간호사 일도 진짜로 해볼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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