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잡화상
▶ 장 소 현 <극작가, 시인>
죽기 전에 책 30권을 쓰는 것이 내 꿈 중의 하나다. 말하자면 나의 ‘버킷 리스트’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아직 스무 권도 못 냈으니, 갈 길이 까마득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건강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갈수록 사람들이 책을 안 읽고 종이책도 점점 없어질 조짐이라니 괜스레 마음만 바쁘다. 그렇다고 아무 책이나 막 쓸 수도 없고…
이렇게 무례하게 개인적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우리 이민사회도 버킷 리스트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버킷 리스트’라는 것이 따지고 보면 꿈의 설계도 또는 청사진일 것이다. ‘죽기 전에’라는 전제가 좀 꺼림칙하기는 하지만, 그건 지금 생각할 일이 아닐 것이다. 어차피 언제 죽을지는 하늘이 정하는 일이니까. 인명재천.
더구나 “백년 살 것처럼 계획을 세우고, 내일 죽을 것처럼 실천하라”는 격언을 생각한다면, 개인은 물론이고 우리 가정이나 사회나 나라도 버킷 리스트를 만들 필요가 절실한 것 같다.
되돌아보면 우리 미주 한인사회는 꿈이나 목표를 세워놓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힘써 본 경험이 없는 것 같다. 10년 후의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100년 뒤의 코리아타운은 어떤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20년 뒤의 우리 후손들은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30년 후에는 한국계 대통령이 나오기 바란다… 그런 식의 장기적 청사진을 그려본 적이 없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그저 하루하루 부지런히 살다보니 이만큼 발전했다, 참 대견하다, 수고했다, 한 잔 하자… 그런 식의 결과론만 있었을 뿐이다. 말하자면 꿈을 꾸지 않는 사회인 셈이다. 그런 꿈을 제시하는 지도자도 없었다. 그래서 도산 선생 같은 스승이 새삼 더 그리워진다.
올해는 도산 선생께서 정성껏 세우신 ‘흥사단’이 창립 10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다. 미주 이민 11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도산 선생께서는 이렇게 간절히 말씀하셨다.
“만일 100년을 자란 뒤에야 비로소 재목이 된다 하면, 오늘 심은 나무는 100년 후에는 재목이 될 것이외다. 그것을 언제? 하고 오늘도 아니 심으면 100년 후에도 없을 것이요, 영 아니 심으면 1,000년 후에도 없을 것이외다. 그러므로 결국 집은 못 지을 것이요” 그리고 각자가 스스로 주인이 되라고 가르치셨다.
도산 선생의 위대함은 거창한 말이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바로 실천 가능한 작은 가르침에 있다. 번드르르한 말만 하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성실하게 실천하는 솔선수범의 자세에 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생생하게 살아계신 것이다. 도산은 박물관이나 기념관에 있는 것도 아니고, 차가운 동상에도 갇혀 계신 것도 아니다. 우리들 마음에 생생하게 살아계신다. 우리가 그걸 모르고 살고 있을 뿐…
도산 선생께서 100년 전에 주신 가르침들을 오늘 우리 한인사회의 ‘버킷 리스트’로 삼아 실천했으면 좋겠다. 10년 뒤 우리 사회가 나를 사랑하고 남을 사랑하는 세상, 웃는 사회, 깨끗한 세상이 되기를 꿈꾼다.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참이라고 믿게 되는 그 날까지 나무를 심겠다, 100년 뒤 참된 세상 꿈꾸며 나무 심어, 섬겨 모시는 마음으로 정성껏 기르겠다…
도산께서 말씀하셨다. “나의 소원은 우리나라가 사랑의 나라, 미소의 나라가 되는 것이요. 그러기 위하여서는 우리 자신이 사랑과 미소를 공부해야 합니다. 훈훈한 마음, 빙그레 웃는 낯, 이것이 내가 그리는 새 민족의 모습이외다”
나의 버킷 리스트에 하나 추가한다, 웃으며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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