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사 청문회’ 하면 ‘시국 황당극’ 같은 게 연상된다.
이번 박근혜 정부뿐만 아니다. 역대 정권의 인사 청문회를 보면서 예외 없이 대상에 오른 장본인들의 낯 뜨겁고, 뻔뻔스럽고, 세상 물정 모르는 변명이나 발언을 시청해 왔기 때문이리다. 국가의 아주 중요한 분야를 이끌어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대통령 유고시 직무를 대행해야 할 서열인 각료급이라면 당연히 기본 능력과 인격, 경력이 확인돼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어찌 된 셈인지 청문회 대상에 오른 인물들 대부분이 모범 시민은 고사하고 부적격의 화신들이니 이거야 말로 ‘시국 황당극’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국가 정의를 수호하고 발전에 성실해야 할 인물들이 병역 기피, 불법 축재, 횡령, 위장 전입, 사기 등등 입에 담기도 싫은 갖가지 내막들이 들통 나서 망신을 당하는 진풍경에 기가 막힐 지경이다. 우리 공직자들 지도층의 수준, 최대 공약수가 바로 이것 밖에 안되나… 자괴감을 감출 수가 없다. 솔직하고 당당하고 화끈한 인물은 왜 이리 드문가. 뒤 구린 과오가 있으면 자중자애 근신하는 자세나 보일 것이지 뭘 더해 보겠다고 청문회까지 나왔는지 그 속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청문회 당사자들의 기기묘묘한 변명 또한 국민들 부아 지르기에 수준급이다. 착오다, 납부했다, 와전이다… 병역 기피… 몸무게가 빠졌다, 어깨 힘줄이 늘어났다, 눈이 나빠졌다, 폐병에 걸렸다. 무슨 조화를 부린 듯 군대 갈 바로 그때 그 나이에 안 갈 수 있는 사유가 생기고 불법 이전 그 순간 시세 차익 이문 남기는 걸 몰랐단 말인가. 본인들만이 아니고 처자식들도 여기에 합세했고 또 지금은 모두 건강도 회복되어 멀쩡하고, 착오로 미납했던 세금도 다 냈다는 변명이다.
나라에서 하라는 대로 군대를 만기 제대하고 꼬박꼬박 세금내며 열심히 살아가는 국민들을 도대체 뭘로 보고 이런 세태가 벌어지고, 계속 이어지고 있는 건지 참으로 눈앞이 아찔해 진다. 이런 썩은 분위기 아래 살아가는 국민들이 가엾다.
이 ‘시국 황당극’에 더한층 불을 댕기는 것은 ‘신상 털기식으로 청문회를 하지 말자’는 박근혜 대통령과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주장이다. 비리 불법 행위를 눈감고 넘어가자는 건가 아니면 “내가 임명했으니 반항 말라”는 협박인가. 청문회가 뭐하자는 건지 전혀 개념이 없는 것 같다. 나라 장래를 생각할 때 안타까운 일이다.
청문회 시스템이 잘 발달됐다는 우리가 사는 미국의 예를 참고로 보자.
지난 1991년 클래런스 토마스 연방대법관 지명자는 청문회에서 마리화나 피운 사실이 고교 시절 담임선생의 증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4일 동안의 청문회에 참고인 90여명이 출석했다. 매 7년마다 살아온 이웃 1명씩을 써내야 한다. 물론 허위 기재는 엄금이다. 발각되면 최하 5년간 공직을 가질 수가 없다. 국가의 중책을 맡기는데 아무나 앉히지 말고 능력, 경력을 검증하자는 게 청문회의 요체다. 즉, 신상털기가 주항목인데 이걸 적당히 하자니 도무지 의도를 모르겠다.
미국 정치인이라고 해서 야박하고 인간미, 의리가 없이 엄격한 청문회 제도를 시행하는 게 아니다. 학생 시절 마리화나 피웠던 사실을 지적하지 않고 그대로 공직에 진출시키면, 정부가 학생들에게 마리화나 피우지 말라고 규제할 근거가 없지 않나. 나라의 양심과 정의, 질서를 유지하고 좋은 인물을 등용시키기에 인사 청문회는 아주 좋은 제도로 장려되어야 한다.
한국에 아직도 청렴결백 유능한 인물이 많이 있다고 믿는다. 시류에 아첨하지 않고 점잖게 처신하며 이웃들에 존경받고 살아가는 인물이 많이 있다.
정실 인사 절대 배제하고 좋은 인물 발탁해 쓰면 청문회의 비극 ‘시국 황당극’이 공연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혼자 모르겠으면 주위에 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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