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클레리지 노인아파트다. 엄마 집이다. 매일 저녁 엄마를 위해서 저녁밥을 짓는다. 가끔 외식도 한다. 주말과 공휴일이 되면 엄마 집에서 아니면 우리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오늘은 저녁식사를 마련하기위해 보글보글 담북장을 끓이고 있다. 하얀 얼굴을 내민 두부 한쪽이 불쑥 튀어 나왔다. 나의 배고픔을 유혹한다. 튀어 나온 두부를 뜨거운 국물과 함께 한 수저를 떠서 입안에 넣을 때다. 누군가 바깥에서 문을 요란스럽게 두드린다. 갑작스런 노크 소리에 놀란 두부를 든 손이 깜짝 놀랐다. 앗! 뜨거… 입천장을 데웠다.
문을 열었다. 한 여인이 쌀 두 봉지를 양쪽 손에 들고 서있다. 씩씩 숨을 몰아쉰다. 쌀 한 봉지를 건네준다. 쌀을 받아 들었다. 금방 마음에 신호가 왔다. 우태창 노인회장, 캐서린 느미라지 미용실 원장, 워싱턴 성광교회 이름 등이 떠올랐다. 그 동안 신문 등 언론을 통해 이 이름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 회장님의 적극적인 수고와 희생이 없었다면 외롭게 살고 계시는 독거노인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심으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쌀을 전해 준 여인은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90세가 넘으신 노인들을 위해서 윤희균 노인봉사회장이 생일잔치를 차려줄 것이라고 한다. 꼭 참석해 달라고 오히려 부탁을 한다. 흐뭇한 마음이 든다.
노인들을 위해 수고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장수노인들이 많이 늘어난다는 뿌듯한 생각이 들었다.
식사 후 엄마는 삶을 타령을 하신다. 손을 쭉 펴서 나에게 보여주신다. 손이 이쁘지 않다는 것이다. “엄마! 엄마가 지금 연세가 몇인지나 알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자극을 준다. “내일 모레면 백 살이야… 백 살… 그래도 엄마는 이쁘게 늙으신거야!” 잠시라도 엄마를 위로해 준다. 백발이 된 머리가 눈에 뛴다. 머리가 길었다. 파마한 것이 풀렸다. 손질을 할 때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하고 있던 미장원의 이름이 떠올랐다. 느미리지 미장원이었다. 감사 표시를 하고 싶었다. 노인들을 위해서 도네이션을 하는데 고마운 답례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장원에 도착해 엄마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끝날 때쯤 전화해 줄 것을 부탁했다. 엄마는 예뻤다. 캐서린 원장을 찾아 “지난번에 쌀 잘 받았어요. 저희 엄마에요. 정말로 고마웠어요. 고마운 답례로 이렇게 엄마를 모시고 왔어요”라며 감사를 전했다.
거듭 노인연합회 우 회장과 느미라지 미용실 캐서린 원장, 성광교회 그리고 쌀을 전달해 주신 권 여사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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