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달력을 넘기다 큰 숫자 밑에 깨알 같이 씌여진 음력을 보았다. 얼었던 대동강 물도 녹는다는 우수가 지나고 겨울 한 철 잠을 자던 개구리가 기지개를 켜며 세상에 나온다는 경칩도 지났다. 이제 3월이 지나고 4월의 문이 활짝 열렸으나 아직은 꽃샘추위가 계속 됨으로 많은 사람이 감기의 시달림을 받으며 고생하고 있다.
성급한 꽃들은 앞 다투어 꽃망울을 터뜨리며 서로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자랑하는 계절이라 눈을 헤집고 먼저 피어나는 수선화가 수줍게 미소를 띠우며 길가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개나리가 맑고 환한 웃음으로 봄소식을 알려준다. 앙상한 가지에 꽃망울을 머금고 있는 우리 집 앞마당의 목련도 함박웃음으로 이 새로운 봄에 오래도록 나의 가슴을 설레게 하리라.
봄에 피어나는 꽃들 가운데 봄소식을 제일 먼저 알려주는 꽃은 역시 개나리꽃이라, 개나리꽃을 보면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다. 어린 시절 고향집 담벼락 밑에서 어미 닭이 파헤쳐주는 흙 속에서 열심히 먹이를 쪼며 삐약거리던 병아리들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맘때 쯤이면 동네 어깨동무 아이들과 어울려 텃밭과 들녘을 누비며 불도 지르고 냉이를 캐다가 이 집 저 집 나눠 주던 추억도 새삼스럽다.
며칠전 내가 다니는 교회의 권사님들이 두 시간이나 운전을 하고 냉이를 캐다 주일 예배 후 친교시간에 맞추어 교인들에게 냉이국을 대접하느라 야단들이었다. 덕분에 금년에는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려주는 꽃망울들의 수줍은 미소와 함께 냉이국으로 봄의 정취를 만끽하며 옛 추억을 더듬어 보았다.
유난히 따뜻했던 지난 겨울 동지섣달은 추위가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어쨌든 겨우내 움츠렸던 산천초목(山川草木)들이 새봄의 기운을 성급하게 만끽하려는 양 두꺼운 껍질을 헤집고 앞을 다투며 새순과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이렇게 봄이 오면 어김없이 찾아드는 꽃 잔치와 향기로운 봄내음이 겨우내 움츠렸던 우리들의 마음까지 밝게 열어주는 듯하다.
계절의 변화에 둔감해진 현대인들의 삶이 바쁘고 심각하고 삭막한 마음속에도 이렇게 봄소식은 어김없이 전해지고 있는 터라 아무리 지친 이민생활이라지만 계절의 변화를 통하여 보여주시는 하나님의 오묘하신 섭리를 새삼 발견하며 모두가 따뜻한 봄소식에 마음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마음껏 받아들여 움추렸던 마음을 봄의 꽃망울 모양 아름답게 활짝 피어나는 희망찬 봄맞이에 나서 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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