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미(용커스 거주)
따스한 대지의 기운이 모락모락 아지랑이를 피어 올리는 봄날, 모처럼 친구와 허드슨강 가에 자리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런치가격이 제법 20달러를 웃도는 식당이지만, 음식맛과 더불어 바깥의 풍경 값이다 생각하고 가끔씩 찾곤 하는 곳이다. 애피타이저로 후라이드 칼라마리(오징어튀김)를 오더하자, 귀엽고 친절한 웨이트리스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전에 왔을 때 런치 세트 메뉴에 분명히 있었다고 하자, 그녀는 메뉴를 가져와 꼼꼼히 확인을 하는데……없다.
그런데 막무가내로 하는 것이 아니고 손님의 요구를 충분히 존중하는 그 모습이 예쁘다. 주방에 가서 셰프에게 확인을 한 후에 메뉴가 바뀌어 따로 주문해야 한다는 말을 전하며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래도 서로가 전혀 불쾌하지 않은 것은 그 웨이트리스의 친절함 때문이다. 천성일까, 교육일까 생각하며 자꾸만 그녀에게로 눈길을 보내게 된다. 팁을 놓는 마음이 저절로 후해진다.
일전에 토속음식을 잘 한다는 소문을 따라 새로 오픈한 식당을 찾아갔는데, 명불허전! 식당에 들어서자 구수한 고향의 냄새가 진동하며 시장기를 부추긴다. 그런데 식사를 주문하고 얼마 안되어부터 슬슬 신경이 거슬리기 시작한다. 웨이트리스들의 주고받는 말소리가 대화를 넘어 거의 소음에 가깝다. 게다가 주방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퉁탕 거리는 소리가 그녀들의 끊임없는 잡담과 더불어 급기야는 시장기마저 앗아가 버린다.
매니저라도 불러 한 마디 할까, 밥 먹으러 왔으니 어서 먹고 나가고 다시 안 오면 그만이지, 아니 그러니까 더 얘기를 해서 잘못된 부분을 고치게 해야 하지 않을까? …… 이미 식욕을 상실한 우리 일행은 서로의 감정의 끈을 팽팽히 당기며 조용한 말다툼까지 벌인다.
이렇게 되면 식사 후 팁을 충분히 놓고 싶지 않은 유혹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불쾌감에도 불구하고 마음 약한 우리는 결국 정당한 팁을 놓고 나온다. 누구는 이럴 때 그냥 페니 하나 테이블에 놓고 나왔다는 무용담을 들려주지만, 그건 그야말로 대단한 무용담 일 수밖에 없다.
오래 전에 들은 얘기지만 누군가는 불친절함에 화가 나서 팁 없이 그냥 식당을 나서다가 쫒아 나온 주인과 거리 한 가운데서 고성을 주고받았다고도 했다.
물론 미국식당과 한인식당 간의 획일화된 얘기는 결코 아니다. 워낙 정이 많은 민족이라 손님을 가족처럼 따스하게 대하며 훌륭한 음식 맛에 인심마저 후한 한인식당도 얼마든지 많다.
다만 ‘음식점’이란 비즈니스의 특성상 음식맛과 더불어 가급적이면 준비하고 대접하는 손길에 예의와 배려가 함께 해야 하지 않을까? 마음 편히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담소하고 주인장과 종업원의 친절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어야 서로 명랑하고 즐거울 것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팁은 얼마’라고 아예 문서로 명시해 놓은 한인 업소도 있다. 처음 갔을 때 미처 그 요금표를 보지 못한 채 내 나름대로 팁을 놓았더니, 담당자가 5달러가 모자란다며 빤히 쳐다봐서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 하기사 이민초기, 맨하탄의 어느 호텔에선 팁 문화에 익숙지 않은 동양인 고객을 위해 친절하게도 팁의 액수를 빌(Bil)l에 함께 명시해 놓기도 했었다. 그래도 그렇지 그 한인업소의 사업방침은 과연 정당한 것일까.
팁이란 뭐니 뭐니 해도 받은 서비스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므로 극히 주관적인 것이어서 온전히 손님의 입장에서 액수가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다음에 갈 기회가 생기면 주인에게 정식으로 한번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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