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예가 지산 이종능 작품전 문화원서 17일부터
▶ 투박하지만 절제된 기품 토흔·달항아리 연작으로 유명 동양 3국 도자문화 섭렵 대영박물관 특별전·각국 소장
“흙과 불은 거짓말을 안 합니다. 흙은 곧 사랑입니다. 그리고 불은 열정입니다. 흙과 불은 곧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요”도예작가 지산 이종능 도예전이 5월17일부터 6월6일까지 LA 한국문화원(원장 김영산)에서 열린다.‘비대칭의 소박미’를 살린‘토흔’과 달항아리 연작으로 유명한 이종능(56) 작가는 자유분방하면서도 절제되고, 소박하지만 세련된 조화를 갖춘 도예작업으로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독특한 도자세계를 인정받고 있다.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하고 고유의 아름다운 선만 살려 꾸밈없는 미를 표현하는 그의 작품은 투박하고 거칠지만 편안하고 기품 있다.
작가 최인호씨는 그에 대해 “도예가이기보다는 하나의 생명을 만들어내는 창조자”라고 말하고 “지산에게는 자신의 거짓을 용납하지 않는 치열함, 거짓을 모르는 참 빛이 있으니, 지산은 반드시 육신을 태워 불가마 속에서 하나의 등신불로 이루어낼 수 있는 이 시대의 소중한 장인”이라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종능의 특별한 점은 한국의 전통 도예만을 공부한 것이 아니라 일본, 대만, 중국, 태국, 인도, 몽고는 물론 실크로드까지 답사하며 3년간 북방문화와 남방문화의 흐름을 체험하면서 연구를 거듭했다는 것이다. 틀에 매이지 않은 새로운 도예를 꿈꾸던 그는 실크로드를 따라가며 각 나라의 흙을 배웠고, 특히 일본의 도요지와 중국의 명차 산지인 운남성, 명요를 답사하면서 동양 3국의 도자문화에 대해 깊이 연구했다.
그런 과정에서 일본에서의 도자기 수업 중 사고로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 한 마디를 잃고 도예를 포기할 위기도 맞았으나 더 뜨거운 열정과 노력으로 이를 극복하고 마침내 자신의 도예세계 ‘토흔’을 창조해 냈다.
토흔은 ‘흙의 흔적, 세월의 느낌, 간절한 기도’를 담은 그의 도자기 이름이다. 시대를 초월한 도자기, 기교 없이 흙 자체가 예술이 되는 도자기, 섭씨 1,300도의 불길 속에서도 원래 흙의 본성과 느낌을 잃지 않는 도자기를 열망하며 빚어낸 생명체라 해도 좋겠다. 원시시대 토기를 닮은 이 도자기에 대해 작가는 “내가 살아온 삶의 모든 것이 가슴에 녹아 손끝으로 흘러내려 토흔이란 새 생명을 탄생시켰다”고 말하고 있다.
경영학을 전공하다가 대학 4학년 때부터 도예를 시작한 이종능 작가가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 그해 부산 아시안 게임에서 한국 대표작가로 선정되어 초대전을 연 것을 시작으로 KBS·NHK 한일합작 월드컵 홍보다큐 ‘동쪽으로의 출발’에서 한국 도자기의 우수성을 알렸고, 2004년 KBS 세계 도자기 다큐 6부작 ‘도자기’에서 흙을 만지는 사람들조차 궁금해 했던 자신의 비법을 직접 설계한 가마에서 처음 풀어내 시청자들은 물론 도자기 전문가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또한 같은 해 세계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 23인(블룸버거 통신, AIG, 3M 회장 등)의 부부 찻그릇을 제작함으로써 세인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2007년에는 대영박물관에서 백자 달항아리 특별전을 열어 또 한 번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으며 이때 선보였던 달항아리는 도쿄, 오사카 전시회 때도 관심을 끌어 아사히 방송이 지산의 토흔 작품과 도자철학에 대해 특집 방송한 바 있다. 지산의 작품은 오사카 역사박물관이 달항아리를 소장한 것을 비롯해 러시아 세인트피터스버그 국립민속박물관과 중국 항주국립 다엽박물관, 그리고 한국의 개인과 기업체들은 물론 해외 컬렉터들이 소장하고 있다.
그는 95년 이후 9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이번 LA 한국문화원에서의 작품전은 2010년 도쿄 한국문화원, 2011년 오사카 한국문화원에 이은 세 번째 해외 한국문화원 초대전이다. 이번 LA 한국문화원에서의 도예전을 앞두고 “고향의 흙냄새를 전해 드리고 싶다”며 큰 기대를 갖고 있는 이종능 작가는 ‘토흔’ 작품들과 일련의 달항아리 연작, 차 도구 작품 등 7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 개막식은 18일 오후 2시에 열리며 이날 오전 11시에는 작가의 세미나가 있다.
5505 Wilshire Blvd. LA, CA 90036문의 (323)936-3014(최희선)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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