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영(웨체스터 씨드 학원 원장)
어렸을 때 어머니로부터 많이 들었던 말은 ‘유종의 미’ 를 거두라는 말이었다. 나는 한문을 잘 모르지만 여러 번 들으면서 시작한 일을 잘 마무리 하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의 마지막 캘린더를 남겨두고 한창 들떠 있을 이 때, 유독 눈에 띄는 학생들이 있다. 그들은 평소에 했던 자원봉사나 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성실하게 지내는 학생들이다. 누구에게 인정받으려고 의식적으로 일하지 않고 이미 자신의 삶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진행 중인 것이다.
최근 들어 내가 큰 감동을 받은 일은 모두가 피날레(finale)를 준비하고 있는 이 시기에 스스로 자신의 전공에 관련된 일을 찾아 인턴(intern)으로 데뷔(debut) 한 학생을 목격한 일이다. 구체화된 여름을 설정하여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멋진 학생을 만나면 나는 추천서를 써 주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실제로 내가 가장 많이 쓰는 글은 추천서이다. 대학원을 진학 하면서 찾아 올 때가 있고 10년 전에 일했던 학생이 사회의 첫 발을 내딛으며 부탁 할 때도 있다. 이렇게 추천서의 유효 기간은 생각보다 길며 ‘보증수표’와 같은 역할을 한다.
내가 추천서를 써 주면서 쓰는, 최고의 표현은 ‘기대 이상으로 열심히 임무를 수행했다 (Goes above and beyond the demands of the job.)’ 라는 말이다. 더 이상 자원봉사나 운동이 필수가 아닐 때에 여전히 충실한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인격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도 나의 촉촉한 기억 속에서 그의 이야기가 술술 흘러나온다.
이번 시즌,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의 수석 무용수인(principal dancer) 이리나 드보로벵코(Irina Dvorovenko)의 은퇴는 발레계의 관심의 초점이 되었다. 그녀의 몸에서 연출되는 우아하고 깨끗한 선(purity of line)과 독특한 표현력을 좋아 하는 나는 애틋한 마음으로 그녀의 마지막 작품인 ‘Eugene Onegin’을 몰입하여 보았다.
온 마음을 동작 하나하나에 담아 활짝 핀 꽃송이처럼 무대 위에 떠다니며 파트너와의 앙상블 (ensemble)을 통해 이야기 하는 그녀와 후배의 모습은 감동적 이었다. 그리고 슬프지만 기쁘게, 기쁘지만 슬프게 서로의 흔적을 기억하려는 몸짓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졸업생들도 후배들에게 소중히 간직될 선배로 기억되기 바란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프리마돈나처럼 지금 이 순간도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우리 12학년 학생들에 나의 마음의 꽃다발을 듬뿍 안겨 주고 싶다. 브라보! (Bra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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