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은 나의 천직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놀게 한다”
▶ 한인부모들‘성적위주’교육 벗어나야 한인사회·한국과 각별한 인연‘친한파’ 7일 졸업식 후 43년 교직생활 마감
지난 26년간 하버드-웨스트레익 스쿨을 미 최고의 명문학교로 육성시키고 은퇴하는 토머스 허드넛 CEO가 교육자로서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하상윤 인턴기자>
명문대 진학을 꿈꾸는 한인 학생들이 꼽는 꿈의 중·고등학교인‘하버드-웨스트레익 스쿨’(Harvard-Westlake School)에서 26년 간 교장, 이사장, 최고경영자(CEO)를 두루 거치며 이 학교를 미국 최고의 명문사학으로 키운 토머스 허드넛(66) 이사장 겸 CEO가 오는 6월30일 숱한 치적을 남기고 은퇴한다.
하버드-웨스트레익 스쿨이 미국 내 최고 명문사학으로 발전한 이유는‘최고’를 향한 그의 열정과 노력 때문이었다. 남학생을 위한 하버드 스쿨과 웨스트레익 여학교가 1989년 합병돼 하나가 되었을 때부터 교장 및 CEO를 맡아 공부, 스포츠, 예술 등 3개 핵심분야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데 올인 한 그는 최고의 교사진과 코칭 스태프, 시설 등에 아낌없이 투자했고 학생 및 교직원들의 바판적인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이다.
지금까지 학생들이 제작한 학교 신문기사 내용을 단 한 번도 고치거나 삭제하지 않을 정도로‘표현의 자유’에 대한 허드넛 이사장의 믿음은 미국 교육계에서도 유명하다. 남가주 한인 커뮤니티를 사랑하며 오랫동안 한인 인사들과 친분을 맺어온‘친한파’이기도 한 허드넛 이사장은 은퇴 후 교육 분야 컨설턴트로 제2의 인생을 다져나갈 계획이다. 허드넛 이사장을 캠퍼스 내 사무실에서 만나 교육자 및 교육 행정가로서 인생 스토리를 들어봤다.
- 1970년부터 무려 43년간 교육계에 몸담아왔다. 은퇴를 앞둔 소감은?▲하버드-웨스트레익 스쿨이 미국 내 최고의 명문사학으로 자리매김 했기에 큰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 지금까지 교육계에 몸담아온 것에 대해 아무런 후회가 없다. 은퇴 후 남가주 내 사립학교들이 능력과 비전을 갖춘 교장을 물색하는데 도움을 주는 컨설턴트로 일할 계획이다.
- 교육계에 몸담기 전 외교관의 길을 걸으려고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교육계에 투신하게 되었는가?▲프린스턴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1969년 우등으로 졸업했다. 이후 매서추세츠주의 터프츠 대학에서 외교사 및 국제관계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공부를 마친 후 1970년 워싱턴 DC에 있는 명문 사립학교 ‘세인트 알반스 스쿨’(St. Albans School)에서 유럽역사 담당교사로 채용돼 교육자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 학교에서 7년간 일하면서 교사, 칼리지 카운슬러, 학생주임, 운동부 코치 등을 두루 거쳤고 이 때 교육계 일이 나의 천직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30세 때 메릴랜드주의 사립학교 ‘노르우드 스쿨’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교육 행정가로 방향을 틀었다.
- ‘친한파’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과의 인연을 소개한다면.
▲세인트 알반스 스쿨에서 근무할 때 당시 주미 한국대사였던 김동조(2004년 작고)씨와 친분을 맺었다. 하버드-웨스트레익 이사회 이사인 장재민 한국일보 회장과 친분이 두터우며 그의 초청으로 수차례 한국을 다녀왔다. 한국에 갈 때마다 한국은 정말 역동적인 나라라고 느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한국의 대표음식 김치를 좋아하며 불고기, 갈비 등을 즐겨먹는다. 한국은 경제 기적을 이룬 나라이며 세계를 리드하는 지도국가로서 위상을 확고히 다졌다고 생각한다. 1997년 한인 커뮤니티와 유대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이유로 박태희 LA 총영사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 하버드-웨스트레익 스쿨을 미국 최고의 명문사학으로 키운 비결은?▲나의 교육철학을 소개하자면 “공부할 땐 열심히 공부하고, 놀 때는 열심히 놀자”로 요약된다. 솔직히 말해 학생들이 공부에만 매달리는 학교는 재미가 없다. 북가주의 사립학교 ‘브랜슨 스쿨’ 교장으로 재직하다 1987년 하버드-웨스트레익 스쿨 교장으로 부임한 뒤 학교를 공부, 스포츠, 예술 분야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노력한 것이 좋은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능력을 인정받는 교사와 코치를 영입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현재 하버드-웨스트레익 야구팀은 야구전문 잡지 ‘베이스볼 아메리카’에 의해 미 전국에서 랭킹 1위에 올라 있고 학교 신문 ‘하버드-웨스트레익 크로니클’, 합창단 등도 미국에서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케스트라 역시 LA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인 구스타보 두다멜의 지도를 받은 적이 있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 야구팀 멤버 2명이 지난해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발탁돼 2개 구단과 계약을 맺었고 현재는 마이너리그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 한인 학생이 많이 재학 중이다. 한인학생들을 평가해 달라.
▲한인 학생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하버드-웨스트레익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한인 학생들은 공부도 잘하고 운동, 예술분야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지금까지 많은 한인학생들이 다양한 스포츠팀에서 활약했고 신문, 오케스트라, 합창단 등의 핵심멤버로 학교의 명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7~12학년을 통틀어 100여명의 한인이 재학 중이다.
- 하버드-웨스트레익 스쿨 졸업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이 궁금한데.
▲매년 졸업생의 30% 정도가 아이비리그와 스탠포드 대학에 진학한다고 보면 정확할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메이저리그에 드래프트된 야구선수 2명을 제외한 모든 졸업생이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 한인 학생들이 명문대 진학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인 부모들은 대부분이 이민 1세로 명문대 입시위주의 한국 시스템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부모들은 일단 미국 시스템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학 입시는 ‘학업성적 위주’의 시스템이 아니다. 굳이 명문대 입시를 따진다면 공부는 기본이고 여기에 추가로 학문적 호기심, 어떤 것에 대한 열정, 타인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과 리더십까지 갖춰야 한다. 입학하기 어려운 대학일수록 수많은 학생 중에서 툭 튀어나온 특별한 학생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 미국 공교육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사립학교와는 달리 공립학교는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교장이 노조, 정부기관 등의 눈치를 보느라고 소신껏 정책을 추진하고 시행하기가 어렵다. 교장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학교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 약력- 1947년 5월8일 뉴욕에서 출생- 1969년 프린스턴 대학 학사- 1970년 터프츠 대학 Fletcher School of Law and Diplomacy 석사- 1970~1977년 세인트 알반 스쿨 교사, 칼리지 카운슬러, 학생주임, 코치 역임- 1977~1982년 메릴랜드주 노르우드 스쿨 교장 역임- 1982~1987년 북가주 브랜슨 스쿨 교장 역임- 1987~2006년 하버드-웨스트레익 스쿨 교장 겸 CEO 역임- 2006~현재 하버드-웨스트레익 스쿨 President & CEO
<구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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