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국일보가 9일 창간 44주년을 맞는다. 1968년 개정 이민법 발효로 이민 물꼬가 트이고 한인 이민자들이 신생의 기대에 부풀어 모여들기 시작하던 바로 그때 본보는 태어났다. 그로부터 44년 한인사회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고, 본보는 한인사회의 눈과 귀가 되어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왔다.
초기 이민사회에서 정보는 생명줄이었다. 낯선 사회 시스템과 언어장벽이라는 이중의 벽 앞에서 한인 커뮤니티는 정보에 목말랐다.
운전면허 취득, 자녀의 학교 입학, 세금 보고, 영주권 신청 등 미국생활에 꼭 필요한 정보로부터 가슴 저리게 그리운 고국 소식까지 독자들의 알고 싶은 욕구를 채워주는 것이 본보의 일차적 사명이었다.
수적으로 몇 안 되던 당시 한인사회 뉴스는 기껏해야 자녀출산, 개업, 결혼 등 동네소식 수준이었다. 이런 정겨운 소식들을 전함으로써 본보는 한인들간 소통의 창구 기능도 함께 했다. 한인사회는 한국일보를 정보와 소통의 구심점 삼아 나날이 커지고, 본보는 한인사회의 성장을 원동력 삼아 함께 발전한 상생의 44년이었다.
정보의 시대인 지금 언론 환경은 180도 바뀌었다. 정보 한 줄이 귀하던 시대에서 정보가 넘쳐나는 정보 과잉의 시대로 바뀌었다.
매일 아침 신문이 배달되어야 뉴스를 접하던 시대에서 하루 24시간 어디서든 뉴스를 접할 수 있는 뉴스의 유비쿼터스 시대로 바뀌었다. 저널리스트가 민주주의 사회의 제4부 구성원으로 고유역할을 인정받던 시대에서 스마트폰 하나 있으면 누구나 사진 찍고 글 써서 저널리스트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로 바뀌었다.
1인 미디어, 시민기자, 그도 아니면 단순히 소셜네트웍 회원으로서 누구나 정보를 만들고 퍼 나르는 만인 기자시대, 그래서 정보가 넘쳐 주체를 못하는 정보 홍수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정보의 정크푸드화가 심각하다. 어디서나 쉽게 구해 먹을 수 있는 정크푸드가 몸의 건강을 위협한다면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정크푸드 정보는 정신의 건강을 위협한다.
정크푸드가 열량만 많을 뿐 영양가가 없듯이 정크푸드 같이 양산되는 이 시대의 정보들 중에는 정확성과 객관성을 상실한 영양가 없는 정보가 너무나 많다. 아울러 심각한 것은 정보의 편식이다. 각자 입맛에 맞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끼리끼리 무리 짓기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진보와 보수, 좌와 우가 극과 극으로 갈라지고 흑백논리가 판을 치고 있다. 모두가 모두와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시대에 사회적 갈등과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넘쳐나는 정보를 분석해서 그 가치에 따라 정리하는 여과의 과정이 무시되기 때문이다.
정보시대에 언론의 사명이 확장되고 있다. 사실 전달의 사명은 기본이다. 흙탕물처럼 혼탁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바르고 유용한 정보, 편향되지 않은 통찰력 있는 시각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누구나 기자 역할을 하는 시대에 전문적 지식과 사회적 책임의식을 갖춘 올곧은 기자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본보는 정확한 정보를 불편부당의 자세로 보도하는 정론지로서의 책임에 앞으로도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신문의 생명은 독자의 신뢰이다. 미주 한국일보는 한인사회의 신뢰 받는 신문으로 한인사회와 함께 발전하기 위해, 배전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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