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같은 상아탑에서 함께 학구열을 불태웠던 친구가 말씀(?) 하기를 “앞으로 70십이 되면 멋진 자서전을 출간하여 너 먼저 보여 줄 것이니 마냥 기대하여도 좋다”라는 소리에 “참! 싱겁기도 한 친구네”라고 대수럽지 않게그냥 웃음으로 넘겨 버렸다. 그러나 그 친구의 말을 꼼꼼히 지펴보니 그럴만하다. 우리가 어느덧 그런 연륜으로 접어들고 있구나를 새삼 느껴 보았다. 그동안 나이를 잊어버리고 살아 온 생각마저 들었다. 친구가 소식을 보내온 이 때 쯤 내가 혜택을 받아오던 메디케이드(Medicaid) 문제가 생겨서 고민하던차에 메디케어나 메디케이드에 대한 일반적인 업무에 봉사하는 소셜워커(Social Worker)를 만나 이분 도움으로 문제가 되어있던 것이 잘 풀리게 됐다. 다행히도 한국계 미국 시민권자라 너무 좋았다.
그녀가 일하고 있는 빌딩 안에는 55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고하는 모임이 있다. 나를 그 모임에 소개한 것이 하워드 카운티 한인 노인회이다. 친구가 자서전을 언급하고 나이에 대해 생각해보던 때라 나도 모르게 그곳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3주 정도 참석하고 있다.
그 모임은 매주 한 번 월요일날 오후 1시부터 4시까지다. 모임의 특징은 회원 간의 정겨운 만남으로 친목을 도모하고, 반면에 취미 활동도 각자 선택하여 영어 강의를 듣거나 춤을 배우거나 컴퓨터도 배우고 있다. 물론 빙고게임과 오락시간에 건전가요도 부르면서 건강상식에 관한 강의도 들으며 즐겁고 보람있게 잉영의 삶을 여유로운 마음으로 보내서 그런지 모두가 행복하고 웃음 짓는 얼굴을 보이고 있다. 남녀회원 평균 년령은 거의 73세 이상 된다고 하는데, 나이에 상관없이 언제나 젊음을 갖직하고 있는 듯 보이고 있다.
새삼 놀라움을 느낀 것은 70, 80세대에도 불구하고 수준 높은 영어구독 실력과 이에 못지않게 그동안 걸어 온 인생 경륜이 뒷받침되어 있다. 숭고한 인격과 덕성을 쌓은 분들이라서 연하와 관계없이 상대방을 인격자로 대우해 주는게 참으로 고맙고 고마울 따름이다. 그동안 우매하고 힘없고 초라한 노년층으로만 치부했던 내 자신을 후회하면서 자신을 꾸짖고 있다. 훌륭한 이 구성원의 모임을 통하여 이들로부터 기본적인 인격과 덕성을 쌓는 공부를 하면서 나의 삶을 뜻 깊게 살아가고 싶다.
시니어들 중에 칠십이 넘어서도 현지에서 빛나는 삶을 영유하는 사람들을 보았는데 그 중에 워싱턴DC에 있는 국회의사당에서 자원봉사에 보람을 느끼면서 새로운 젊음을 다시 맛 본다는 어르신과 세계은행에서 정년 퇴임해서 지금은 국가 통역관으로 젊은이 못지 않게 자신의 삶을 태우는 한국이 낳은 자랑스러운 할머니도 있다. 이들 모두가 노년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아쉬운 생각이 든다.
아동문학가며 목사인 최요섭은 “슬기로운 노인은 자기의 나이에 매어 살지 않는다. 나이를 잊어 버리는 지혜를 터득한다. 이 말은 의미에 살고 세월에 살지 않는다는 뜻이다.”라고 지적 했다. 내가 만났고 만나고 있는 노인분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나이에 의미를 두지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몸에서 뿜어나오는 능력, 그 속에는 자신감, 용기, 의지력과 같은 이런 요소들이 한테 뭉쳐 노년을 이겨내는 활력있는 삶, 젊음같은 피가 숨겨져 있는 것 같다.
내가 몸 담고 있는 문인회에도 그 모임에 있는 분에 못지 않게 활발하게 노익장을 과시하며 이번에 ‘워싱턴에서 3박 4일’소설을 출간 하셨고 또한 다른 한 분은 ‘녹슨 철모 구멍에 핀 보라색 들국화’의 시를 내놓아서 세상에 알리었다. 이들 역시 70대 80대이다. 이런 노년들이 이 사회를 받쳐주고 있기에 젊은 세대도 묵묵히 말 없이 이들 뒤를 따르며 새로운 삶을 개척해가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나는 활력있고 용기있는 이분들을 젊은 노년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젊은 노병’이라고 불러드리고 싶다. 나는 내 친구의 자서전을 받을 때는 나 또한 칠십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때 나도 그들과 같은 ‘젊은 노병’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리라고 생각하면서 웃음을 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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