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크마 ‘아프리카 갤러리’ 개관
▶ 개관전‘루바의 걸작들’ 왕·추장·신관의 물품 등 벨기에 로열 뮤지엄서 대여 현대작가 파네 설치작품도
현대작가 에이메 파네의 ‘콩고: 그림자의 그림자’. 식민지와 내전을 겪은 콩고 역사를 표현한 작품이다
보울을 안고 있는 여인(Bowl-Bearing Figure, 19세기). 루바 미술품 중 드물게 나이든 여인을 모델로 했다.
LA카운티 뮤지엄(LACMA)에 아프리카 미술 갤러리(African Art Gallery)가 새로 문을 열었다.
개관전으로 지난 7일부터 내년 1월5일까지 ‘권력의 형성: 루바의 걸작들’(Shaping Power: Luba Masterworks from the Royal Museum for Central Africa)을 열고 있는 아프리카 미술실은 한국 미술 갤러리가 있는 해머빌딩 위층, 이집트 전시관 옆에 꾸며졌으며 앞으로 라크마 소장품을 비롯한 타미술관 대여 작품들 및 현대작가들의 작품을 고루 기획 전시할 예정이다.
라크마의 아프리카 갤러리 오픈은 때늦은 감이 있다. 아프리카 원시미술에 대한 뮤지엄들의 관심은 벌써 이삼십년 전부터 높아지기 시작, 세계적으로 컬렉션이 갈수록 희귀해지고 있기 때문.
마이클 고반 라크마 관장은 오프닝에서 “7년 전 라크마에 부임했을 때 아프리카 미술관이 없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으며 그때부터 영구적인 아프리카 갤러리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고 밝히고 “이제 중요한 컬렉션의 확장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크마는 현재 약 200점의 아프리카 미술품-마스크, 조형물, 텍스타일, 가구, 장식품 등을 소장하고 있다.
라크마 아프리카 미술실 개관은 UCLA 교수인 매리 로버츠 박사(Dr. Mary Nooter Roberts)의 작품이라 해도 좋을 만큼 그의 활약이 컸다. 2011년부터 라크마의 컨설팅 큐레이터로 동분서주해 온 그는 개관전을 위해 전 세계에서 가장 중앙아프리카 미술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벨기에의 로열 뮤지엄(Royal Museum for Central Africa)과 콜레보레이션으로 이번 루바 미술전을 유치했다.
로버츠 박사는 “루바 예술은 내가 학창시절부터 20여년 연구해 온 분야이고,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가장 먼저 견학간 곳도 로열 뮤지엄이었다”면서 “운 좋게도 로열 뮤지엄이 보수공사를 하게 돼 지금까지 한 번도 벨기에 밖으로 나온 적이 없는 미술품들이 LA에 오게 됐다”고 기뻐했다.
루바는 중앙아프리카 콩고의 옛 왕조로서, 이번 전시에는 왕과 추장, 신관들이 지녔던 오브제 30여점이 진열돼 있다. 홀, 머리받침대, 활대, 마스크, 여자와 남자의 피겨들, 펜던트, 워터 파이프, 왕의 잔과 보울 등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우아하고 아름다운 아프리카 문화예술의 수준을 보여주는 미술품들이다.
재미있는 것은 왕의 권력을 상징하는 전통 미술품에는 거의 모두 여성의 모습을 새겨 넣었는데 그 이유는 “남자는 낮의 수장이지만 여자는 밤의 수장”이라고 여겼던 루바의 문화 때문이라는 것. 국민을 보호하고 다스리는 게 왕의 역할이지만 그 왕의 생명은 여성에게서 왔으니 왕권의 기반은 여성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전시장 마지막 방에는 유일한 현대작품인 에이메 파네(Aime Mpane)의 2005년 작 ‘콩고: 그림자의 그림자’(Congo: Shadow of the Shadow)가 설치돼 있는데 무척 강렬하고 아름다운 인스톨레이션이다. 4,652개의 성냥개비를 사용해 만든 남자의 몸과 그 그림자는 부서지기 쉬운 인간의 연약함을 상징하는 동시에 권력의 무상, 물질과 영성의 대비, 식민지와 내전을 겪은 콩고 역사의 아픔을 아주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 오후 2시30분에 도슨트가 안내하는 20분짜리 투어가 있으며, 이 전시와 연계된 강의와 패밀리 웍샵도 마련돼 있다.
5905 Wilshire Blvd. LA, CA 90036, www.lacma.org, (323)857-6000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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