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온 이옥선 할머니 위안소 참상 전해
▶ “죽기 전 명예와 인권 회복해 달라”눈물
15세에 강제로 중국 일본군 위안소에 끌려갔던 이옥선 할머니가 18일 LA에서 당시의 참상을 생생한 육성으로 증언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그곳은 인간 도살장이었습니다. 일본군은 열서너 살 아이들까지 남자를 못 받는다고 칼질을 하고 태연히 사람을 죽이기까지 했어요.
70여년전 당시 소위 일본군 위안소의 참상을 전하는 할머니의 목소리는 낮지만 절규와 응어리가 가득했다. 15세 때 길거리에서 아무 것도 모른 채 일본군에게 끌려가 악몽 같은 경험을 한 이옥선(86) 할머니의 육성 증언이다.
글렌데일에 세워질 미 서부 최초의 위안부 기림 조형물 제막을 앞두고 연방 의회 위안부 결의안 6주년 기념 행사를 위해 뉴욕과 워싱턴 DC를 거쳐 18일 LA에 온 이옥선 할머니는 ‘명예와 인권회복’을 외치며 일본의 참회와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했다.
“일본 놈들은 우리보고 매춘부라고 거짓말해요. 한국 정부는 일본군 성노예가 인권문제인데도 꿈적 안 해…. 열한 살, 열다섯 살 애들이 어떻게 전쟁터 위안소를 제 발로 찾아가요. 어떤 부모가 어린 자식을 팔겠어요. 여러분이 우리 죽기 전에 ‘명예와 인권’을 회복해 주세요”1943년 부산시 중구 보수동을 거닐던 15세 소녀 이옥선은 ‘그 날’을 평생 잊지 못한다. 동네를 거닐던 소녀 이옥선은 건장한 성인 남성 두 명에게 갑자기 끌려갔다.
그녀는 그 날 기차에 실려 시골서 잡혀 온 5명 소녀와 중국으로 강제 송출됐다. 당시 한국을 식민통치하던 일본은 천황폐하 직속 군인들의 사기를 높인다며 ‘데이신다이’(정신대) 운용에 열을 올렸다.
이옥선 할머니는 “위안소는 한 마디로 사람 잡는 도살장”이라며 “열네 살 아이가 뭘 알겠어요. 일본군은 남자를 못 받는다고 칼질을 하고 애들 보는 앞에서 태연히 죽이기도 했다”고 분명한 어조로 기억하고 싶지 않던 당시를 회상했다.
자존감이 강했던 이옥선 할머니는 일본군에게 호락하지 않았다. 도망갔다 잡혀도 헌병에게 “왜 때리느냐. 춥고 배고프다. 우리를 보내주면 되지 않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런 이 할머니에게 돌아온 것은 손등과 발등에 찍힌 칼자국이었다.
“일본 놈들은 지금도 우리가 돈 벌러 갔다고 하는데, 참혹했던 사실을 거짓말 하지 말란 말이에요. 그들은 어린 애들보고 하루에 군인 40~50명을 접대하라고 강요한 놈들입니다”1943년부터 1945년 일본군 항복까지 이옥선 할머니는 중국 전쟁터 위안소에서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
수많은 일본군 성노예 소녀들은 수치심에 자살하고, 전쟁범죄 증거인멸 목적으로 죽임을 당했다. 살아남은 이들은 해방 후 이역만리에 방치돼 고향 땅도 밟지 못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일본군 항복 후 중국에서 버려졌다가 2000년 초반에서야 조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부모, 형제자매는 다 죽고 본인도 사망자로 신고된 상태였다. 이 할머니는 “80~90대인 성노예 피해자들은 매일 죽어가요”라며 “우리도 한국 딸입니다. 한국 대통령이 ‘일본은 사죄해라, 인권유린을 반성해라’고 적극 나서주면 여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미국 한인사회의 일본군 성노예 인권유린 규탄과 전쟁범죄 재발방지 운동에 고마움을 전했다. 나라 잃은 자신이 겪은 악몽이 반복되지 않도록 한인사회가 더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일본은 우리가 빨리 죽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저 죽기 전에 명예를 회복하고 싶어요. 우리가 ‘해방’을 찾을 수 있도록 여러분이 도와주세요”한편 나눔의 집(소장 안신권)에 따르면 이옥선 할머니와 같은 80~90대 위안부 할머니 59명만이 생존해 있으며 연고 없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 10명은 한국 ‘나눔의 집’에 머물고 있다.
<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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