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동 선 <전 한인회 회장>
올해도 반을 훌쩍 넘어선 시간이 숨 돌릴 겨를도 없이 지나쳐 갔습니다. 텅 비었던 뒷산이 울창한 숲을 만들어낸 시간이니, 최소한 나도 한해를 맞으며 세워두고 마음에 담아 두었던 계획들의 절반쯤은 눈에 보여야 하는데 이렇게 빈손으로 여름 한 복판까지 떠밀려 와 서있습니다.
한해 두해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람이 그 나이만큼 깊어지는 거라면 좋을 텐데, 점점 더 좁아지고, 계산하고, 욕심내고, 편협해지고, 그러면서 서서히 자신감을 잃어가는 나를 만납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가슴에 길 하나를 내며 사는 것이라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그러나 그 길은 자기에게 주어진 길이 아니라 자기가 만든 길입니다. 내가 만든 길을 걸으며 스스로 역경에 휘말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역경’을 거꾸로 읽으면 ‘경력’이 됩니다. 돌이켜보면 나의 사소한 모든 ‘경력’까지도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며 얻어낸 소중한 훈장이었습니다.
어느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가 한 신문사와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 당신은 훌륭한 기록으로 우승을 하였는데 당신이 달리는 동안 가장 어려웠던 때는 언제였습니까?” “나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다름 아닌 신발 속에 들어간 작은 모래였습니다.” 우리들은 그동안 큰 문제로 힘들기 보다는 주변의 작은 이유로 멈추어 서서 좌절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삶은 수시로 우리에게 진리를 깨우쳐 줍니다. 병들었을 때일 수도 있고, 인간관계에서 좌절했을 때, 갑작스럽게 근친을 여의었을 때일 수도 있습니다. 삶은 어느 순간 우리를 놀라게 하며 찾아와 모두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해줍니다.
때로는 본의 아니게 다른 이들의 마음을 다치게도 하고, 다른 이에게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서로가 기쁨과 즐거움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소통과 불통의 사이에서조차 시간은 흐르고 그 순간이 지나면 또 다른 감정이 자신을 지배함을 느낍니다. 미움은 결코 미움만으로 머물지 않으며, 사랑 역시 사랑만으로 머물지 않기에 우리는 그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느 지인의 말처럼 너무 치밀한 계획을 세워 스스로를 가두는 일은 그만 내려놓았으면 합니다. 내 뜻과 멀어져서 조바심치는 그 마음마저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일임을 알았으니 이제 그만 내려놓으려 합니다. 그렇게 내려놓고 가만히 눈을 감으면 작고 보잘것없던 내 존재가 갑자기 소중하고 존엄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며 시련에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고 살 일이었습니다.
“지금 그대에게 주어진 모든 시련에 감사하십시오. 그것이야말로 그대가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행복의 씨앗입니다.” (박성철/ 누구나 한번쯤은 잊지 못할 사랑을 한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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