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영(웨체스터 씨드 학원 원장)
이번 여름 웨체스터에는 잦은 공사로 인하여 길이 막힐 때가 많다. 브롱스리버 파크 웨이, 스프레인 부르크 하이웨이와 믿었던 I-87 뉴욕 하이웨이가 막힐 때에는 나는 씨익 웃으며 구불구불한 길을 찾아 센트럴 애비뉴로 나오며 이제 웨체스터 사람이 다 된 것 같아 흐뭇해한다. ‘길’은 흔히 삶의 과정에 비유된다. 올해 새로 바뀐 2013-2014 대학 입학 공통 지원서(Common Application 4)의 다섯 에세이 질문들을 보며 ‘길’ 이라는 공통 요소를 발견하였다.
정리를 한다면:
네가 걸어온 길 위에서 1) 너의 정체성을 찾았는가?
2) 길이 막혔을 때에는 무엇을 배웠는가?
3) 어떤 이념(ideology)에 도전했었는가?
4) 삶의 의미가 담긴 곳은 어디인가?
5) 어린이에서 어른이 된 교차선에서 어떤 성장을 했나?
미술 치료에서는 환자들이 인생을 뒤돌아보아야 할 때나, 아이들이 인생을 계획 할 때에 ‘길’을 그리게 하며 한다. 이제, 더 큰 길로 향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의 길을 뒤돌아보게 할 시간이 되었다. 많은 화가들이 길을 그렸지만 ‘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20세기 미국의 대표적인 리얼리스트(Realist)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이다. 그의 회고전이 요즘 휘트니 뮤지엄(Whitney Museum of America)에서 열리고 있는데, 그는 길, 방, 빌딩 등과 같은 테마 시리즈를 통하여 감정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한 평론가는 에드워드 호퍼를 “실질적으로 정적으로 보이는 회화에서 가장 동적인 심리선을 추적하는데 도통했던 화가”라고 소개했다. 특히, 그의 작품의 특징은 이야기의 실마리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 앞에서 관객들은 그 이야기를 궁금해 한다.
이와 같이 대학 지원자들의 글에는 내적인 ‘울림(resonance)’이 있어야 하며, 이야기를 읽으면서 지원자들을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야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호퍼의 작품은 ‘빈 방에 든 햇빛(Sun in an Empty Room)’이다. ‘소외와 고독의 화가’인 그가 말년에 느낀 내면의 평화가 나에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가 남긴 “나는 나를 찾으려 하고 있다. ”(I am after me.)라는 말은 곧 “나는 나를 찾아서 떠난다”라는 말과 같다고 생각한다.
길이 막힐 때에 또 다른 경로를 찾을 수 있는 것은, 평소에 여유 있을 때에 골목길을 다니며, “아하~ 여기가 이렇게 연결되었구나!” 하며 무릎을 쳤기 때문일 것이다. 회색빛으로 변해 가는 이 여름시즌 후반부에 ‘나의 길’을 찾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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