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은 대개 짝사랑인 경우가 많다. 사춘기라는 인생의 강을 건너오면서 한 번쯤 짝사랑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 대상은 까까머리하고 중학교 다닐 때 좋아했던 불어 선생님일 수도 있겠고, 함께 다니던 교회의 단정하게 교복 입은 여학생일 수도 있다.
대상은 다를지 몰라도 첫사랑의 추억은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가슴 떨리는 아련한 기억으로 마음 가운데 각인돼 있을 것이다. 혹시 아픔 없는 첫사랑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본인이 첫사랑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왜냐하면 첫사랑은 반드시 아픔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투르게네프의 중편소설 ‘첫사랑’은 사춘기를 지나던 16세의 소년이 5년 연상의 아름다운 여인을 짝사랑하게 되면서 겪는 ‘가슴앓이’를 섬세한 심리묘사로 아름답게 그렇지만 비극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사춘기에 겪게 되는 사랑의 심정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행복한 감정이지만 동시에 날카로운 아픔이 동반된다. 불가항력적이며 맹목적인 것이어서 모든 생각을 지워버리고 때로는 운명의 화살을 엉뚱한 방향으로 돌려놓기도 한다.
재정 러시아의 몰락한 귀족의 딸인 지나이다를 보고 한눈에 홀딱 반해버린 블라디미르는 그녀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해 보지만 그녀는 오히려 주변의 엉뚱한 청년들과의 장난을 즐기면서 그의 애간장을 녹인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나이다에게 연인이 생겼다는 소문을 돋고 질투가 불같이 끓어오른 블라디미르는 그의 연인을 살해하기 위해 칼을 가슴에 숨기고 그녀를 기다린다. 그런데 그녀와 함께 다정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낯익은 얼굴이 바로 자기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걷잡을 수 없는 혼돈과 충격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투르게네프는 니힐리즘적 소설 ‘첫사랑’을 통해 19세기 러시아 대중문학의 문을 열었으며, 거의 동시대에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와 더불어 활동하며 러시아 문학작품을 세계문학의 중심무대에 올려놓은 대표적인 러시아 작가로 꼽힌다.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은 마음먹고 앉아서 독서하면 한두 시간 안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분량의 중편소설이다. 오랜만에 이 책을 다시 읽다보니 더불어 아련하게 기억나는 단편들이 있다. 국어책에 실렸던 알퐁스 도테의 ‘별’ 그리고 황순원의 단편 ‘소낙비’가 그것이다. 인터넷을 뒤져 그 글들을 다시 한 번 읽어보니 가슴이 짜릿하다.
무엇에 감동을 받고 있다는 것은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그래서 감동이 없이 사는 삶은 죽음보다 무의미한 것이라고 했던가! 중년의 위기는 감동 없이 살기 시작할 때 다가온다. 나이 들어가면서 도박, 외도, 마약, 포르노 중독과 같은 허망한 일들에 빠져드는 이유는 ‘감동’을 ‘자극’으로 대체한 까닭이다.
나이 들어갈수록, 또는 매사에 의욕이 떨어질수록 의도적으로라도 ‘첫사랑’의 풋풋한 기억들을 반추해서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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