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미(용커스 거주)
미국 마켓에서 샤핑 할 때 숫자에 둔한 캐시어들 때문에 가끔씩 겪는 일이 있는데, 얼마 전에도 친구와 함께 미국 마켓에 갔을 때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었다.
샤핑한 물건들의 합계가 21달러 43센트. 나는 마침 20달러짜리가 없어 51달러 45센트를 내밀었다. 이때부터 작은 소란이 시작되었다.
캐시어는 일단 50달러짜리에 대한 위폐 여부를 가리기위해 구내 인터폰으로 매니저를 부른다. 그런데 매니저가 금세 와주질 않는다. 의당 그러려니 하며 기다린다. 매니저가 느릿느릿 걸어와 내게 먼저 인사를 건넨 후 지폐 검사용 펜으로 가짜 돈이 아님을 입증해 주곤 제자리로 돌아간다.
자~다음은 내가 잔돈을 거슬러 받을 차례다.아니, 그런데 이 순진하게 생긴 캐시어는 계산기에다 내게서 받은 액수를 $ 51.40으로 입력하는 것이 아닌가. 당연히 거스름 돈 액수는 $29.97로 찍히고, 이 아가씨는 거기에 맞게 잔돈을 만들고 있다. 친절하고 엷은 미소까지 머금은 채. 황당한 생각이 들어 그녀를 부른다.
“ Excuse me! ”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다른 손님들은 슬슬 흥미 반 짜증 반인 표정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내가 당신에게 애초에 지불한 액수는 $51.45 즉, 50달러짜리 한 장, 1달러짜리 한 장 그리고 25센트짜리 쿼터 하나에다 10센트짜리 다임 두 개였다. 그것은 간단하게 30달러와 2센트를 잔돈으로 되돌려 받기 위함이었다’고 찬찬히 설명을 했다.
그러자 이 아가씨, 큰 동요 없이 내게서 받은 잔돈에 대해 얘기하며 손가락으로는 쿼터 넣는 박스와 다임 넣는 박스를 가리키며 맞는단다. 그 의미는 그렇게 제대로 받아 그 박스에 잘 넣었다는 뜻이겠다. 그런데 아직도 내가 준 동전의 합계가 45센트라는 부분에선 이해를 못하고 있다.
‘뭐야? 계속 29불을 만들고 있네.’ 뒤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중국인으로 보이는 남성이, 이 나라사람들은 그렇게 ‘한국식의 계산법’에 대해 서툴다는 걸 모르냐며 안타까운 표정이다. 아마도 ‘수리에 밝은 한국사람’이란 개념을 가진 중국인인가보다. 그의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다른 손님들은 이미 다른 계산대로 가고 없다.
어이없는 상황으로 시간이 지체되자 답답한 마음에 친구는 3센트를 내밀며 줘버리고 30달러를 받아 어서 가잰다. 이쯤 되니 계속 헛갈린 이 가련한 캐시어 또 매니저를 불러 댄다. 손님에게서 추가로 받은 3센트를 어떻게 기계에 처리를 해야 할 것인지 혼란이 생긴 모양이다. 그냥 집어넣고 30달러를 내어주면 간단한 일인 것을……다시 매니저가 오고 상황을 듣더니 3센트는 필요 없고 손님에게 그냥 30달러를 잔돈으로 내주란다.
뭐 당연한 귀결이긴 한데, 이 개운치 못한 기분은 뭘까? 나는 나대로 지갑에 그 여러 개의 잔돈을 구겨 넣기 귀찮은 생각으로 또한 그들의 일처리를 좀 더 간편하게 해주기 위해서 한 행위였는데, 오히려 암산에 능숙하지 못하고 종업원들에게 하드 타임만 주었던 것 같다. 또한 뒤에서 서있던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그러나 그들을 경시해서 하는 말은 결코 아니지만 적어도 돈을 다루는 캐시어라면 손님이 내민 돈을 정확히 셀 수는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오죽하면, 내가 자주 가는 어느 패스트푸드 가게에는 이런 문구가 붙어 있다. ‘Don’t pay changes, p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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