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주민 63% “좋은 교육 받고싶어”
▶ 193개 회원국 국민 130만명 대상 조사...북한주민 41명 참여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고 있는 제68차 유엔총회에서 23일 북한 주민들의 희망사항을 분석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유엔은 이날 오후 3시 총회의장 건물 컨퍼런스룸 2호실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What People Want)이라는 주제의 회의를 갖고 세계 각국 국민들이 과연 어떠한 세상에서 살기를 희망하고 있는가를 조사한 결과 내용을 공개했다.
유엔이 2012년 8월부터 193개 회원국 국민 130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 한국에서 1,186명이, 북한에서 41명이 각각 참여했다. 조사 결과 북한 응답자들 63%가 ‘좋은 교육’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49%가 ‘범죄와 폭력으로부터의 보호’를 원했으며 역시 49%가 ‘정직하고 국민의 요구에 반응하는 정부’를 바랬다.
이외에도 46%가 ‘보다 낳은 보건’을, 39%가 ‘깨끗한 물과 위생’, 그리고 39%가 ‘보다 낳은 취직 기회’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엔은 응답자들에게 총 16개 항목을 제시하고 그 중 자신의 삶을 가장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6개 사항을 선택하도록 했다. 북한 응답자들이 삶의 변화에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항목들은 ‘실업자 지원’, ‘값싸고 영양가 있는 음식’, ‘전화와 인터넷 접속’, ‘교통과 도로 개선’, ‘가정에서의 에너지 공급’, ‘정치적 자유’, ‘차별과 박해 철폐’ 등이었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북한인들은 남성 21명과 여성 20명으로 교육 수준이 중학교 졸업 30명, 중학교 중퇴 8명, 초등학교 졸업 1명, 초등학교 중퇴 2명이었다. 또 연령대별로는 16~30세가 30명, 31~45세가 9명, 46~60세가 1명, 60세 이상 1명으로 분류됐다.
북한 조사 결과는 응답자수와 교육수준 및 연령 등을 감안할 때 북한주민 전체의 견해를 반영했다고 볼 수는 없으나 폐쇄된 북한 사회의 한 면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엔은 새천년개발목표(MDGs) 달성 시한인 2015년 이후의 국제개발 의제를 수립하기 위해 이번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조사는 인터넷, 비정부기구와 시민사회단체 등을 통한 응답자 직접면담 방식으로 진행됐으나 북한주민 대상 조사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로를 통해 실시됐는가는 밝히지 않았다.
세계 응답자들의 결과를 종합해 보면 좋은 교육과 보건, 정직하고 공정한 정부, 일자리 창출 등 현안이 자신들의 삶을 가장 향상시키는 관심사들로 드러났다. 한국 응답자들의 경우 66%가 ‘정직하고 국민의 요구에 반응하는 정부’를, 역시 66%가 ‘범죄와 폭력으로부터의 보호’를 꼽았으며 60%가 ‘좋은 교육’, 46%가 ‘산림, 강과 바다 보호’, 46%가 ‘깨끗한 물과 위생’, 44%가 ‘보다 낳은 보건’을 택했다.
유엔에 따르면 인터넷을 통한 설문조사는 2015년 말까지 계속 진행될 예정이며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100만의 목소리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첫 공개된 지난 10일 이후 23일 현재 41명 이외의 북한주민 20명이 추가로 인터넷 설문조사에 응답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왼쪽)이 20일 오후 4시45분 유엔본부 본부 사무국 건물 38층에 자리한 사무총장집무실을 방문해 신임장을 제출한 오준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 대사는 유엔에서 2등 서기관, 유엔 총회의장 비서실 공사, 그리고 차석대사로 활약한 바 있는 대자외교 베테랑이다.2011년 5월 임명돼 유엔에서 한국을 대표해온 김숙 유엔대사는 신임 오 대사 부임에 앞서 2년여 간의 대사직 수행을 마치고 귀국했다.

■ 기자의 눈/ 현실에 임하는 자세
‘학생 데모, 4.19 정신 모독’. 한국 경향신문 1965년 5월3일자 1면 왼쪽 톱기사 제목이다. 부제는 ‘정부서 하는 일 옳고 그른 것 가려 비판토록.’과 ‘박대통령연설무책임한언론 시정돼야’라고 돼있다.
자료수집 중 이 오래전 기사에 눈이 끌린 이유는 3개 단어 때문. ‘데모’, ‘대통령’, ‘언론’.
기사는 “박정희 대통령은 2일 한일회담을 둘러싸고 정국이 소란한데 대해 처음으로 그의 정치적 소신을 밝혔다”라고 시작된다.
그리고 그가 “한일회담을 반대하는 야당정치인들과, 일부 철부지한 학생, 일부 언론인들의 선동 및 정부가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반대해야만 애국자인줄 아는 ‘인텔리’의 습성 등 현실에 임하는 자세가 시정되지 않는 한 우리나라의 근대화는 어려운 일”이라고 한 말을 전한다.
기사에는 또 박 대통령이 “세금을 내는 국민으로서 정부가 하는 일의 옳고 그른 것을 가려 비판하고 편달하는 것은 달게 받겠다”고 말한 내용도 담겨있다. 신문은 진해 제4비료공장기공식 취재를 위해 서울에서 현장에 특파된 신영각 기자가 박 대통령의 즉석발언을 기사로 정리해 송고한 것으로 밝히고 있다.
당시 한국은 4.19 혁명과 5.16 군사혁명을 거친 뒤 ‘국가재건’이 주 메뉴였다.
여기서 5.16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사람들을 위해 ‘팔리 보고서‘를 소개한다.
미국은 6.25 전쟁으로 초토화된 한국을 주한미군원조사절단’(USOM)을 통해 지원했다.
바로 이 기관의 부단장인 휴 팔리가 5.16 발생 직전 미국에 긴급보고서를 제출했다. “부정부패가 최고위층부터 바닥까지 사회 깊숙이 파고들어 사람들은 마치 현실을 도피하듯 그렇지 않다는 망상 속에 살고 있다“며 ”조만간 민중의 불만이 폭발하거나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공개된 비밀해제문서들에 따르면 팔리의 보고를 받은 미국 ‘존 에프 케네디’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 국가안보회의 차원에서 한국의 막후통치까지 검토했다.
‘국방, 치안, 경제, 사회 등 개혁을 모두 한국정부 뒤에서 담당(조종)할 특사와 보좌관들을’ 한국에 파견하는 문제를 신중히 논의한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팔리가 예측한 5.16이 발생했고 미국은 이틀 만에 ‘혁명세력’을 ‘한국정부’로 인정하고 막후통치안을 백지화했다.가장 큰 이유는 새 정권이 ‘미래한국’을 군사통치가 아닌 ‘자유’와 ‘민주’를 바탕으로 한 사회로 구상했기 때문이다.실제로 한국이 정치적 ‘안정’을 찾고 경제개발 등 본격적인 개혁에 나서자 한국지원 재정부담 등을 덜기 위한 미국은 한일관계 개선을 한미관계의 최대 이슈 중 하나로 삼았다.
박 대통령의 진해 비료공장 연설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이뤄진 것이다. 놀라운 점은 근 50년 전 기사에서 ‘한일회담’이라는 단어를 ‘미군주둔’, ‘국가보안법’, 또는 ‘대선결과’로 교체할 경우 어제 오늘 한국 언론을 장식한 기사 내용과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다. 5.16이 한국을 미국의 ‘막후통치’에서 구제했을지는 모르나 국민의 현실에 임하는 자세가 시정되는 사회개혁만큼은 실패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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