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호제시, 은퇴혜택 축소 추진…노조들 소송 제기하며 반발
인구 100만으로 캘리포니아에서 3번째 큰 도시인 샌호제는 수만명의 테크놀러지 종사자들이 거주하는 곳이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의 수도라 불리는 이 곳 조차도 디트로이트와 다른 도시들을 덮쳤던 경기침체의 파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샌호제는 11억달러에 달하는 시 일반예산의 5분의1을 연금과 은퇴자 의료비로 지출하고 있으며 그 액수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시정부 서비스들은 축소됐으며 도서관과 커뮤니티 센터들은 문을 닫았다. 직원들은 감원되고 봉금도 대폭 삭감됐다. 새로 지은 시설들은 직원들이 없어 문이 닫혀 있는 상태다. 여기저기 패인 도로들과 주택 절도 등 도시의 문제들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샌호제의 빈민지역인 이스트사이드가 지역구인 재비어 캄포스 시의원은 “우리는 실리콘밸리다. 디트로이트가 아니다. 이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개탄한다. 물론 샌호제의 상황은 디트로이트와 이미 파산신청을 한 스탁튼, 샌버나디노 등과는 다르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들과 파산법원 관계자들은 베니핏 대폭 축소계획을 추진중인 샌호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계획은 척 리드 시장에 의해 마련돼 지난 선거에서 70% 찬성으로 주민투표를 통과한 발의안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 안에 대해 노조들은 불법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이다. 이 안에 따르면 앞으로 신규 채용되는 시 직원들은 지금보다 낮은 수준의 연금과 의료혜택을 받게 된다. 또 기존 직원들에 대해서는 신규직원들과 같은 베니핏을 받든지. 아니면 본인 부담을 훨씬 더 늘려 현 베니핏을 유지할지를 선택해야 한다.
이 케이스의 결과는 캘리포니아는 물론 다른 지역 주정부들의 예산에도 상당한 여파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법원 판결에서 시정부 방안이 이기고 항소까지도 넘어서게 되면 유사한 방안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리드 시장의 방안 외에 시카고의 램 이마누엘 시장과 로드아일랜드 주의 재무관인 지나 레이몬도 등 민주당 정치인들은 노조가 싫어하는 연금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노조친화적인 민주당은 이런 방안을 회피해 왔었다. 그러나 리드 시장은 “이런 방안은 오히려 민주당에 의해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샌호제 경찰노조를 필두로 한 시 노조들은 채용시 발효된 연금 계약은 달라질 수 없도록 캘리포니아 주법이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리드 시장과 그의 지지자들은 일단 적립된 혜택에 대해서만 손댈 수 없다는 것이 주법의 내용이라고 맞서고 있다. 리드 시장은 다른 시장들과 연대해 오는 2014년 선거에 연금 및 의료혜택과 관련한 재량권을 시정부에 부여하는 주 전체 주민발의안을 회부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한 결정이 빠르면 이번 달에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리드 시장 지지자들조차 노조의 불만을 어느 정도는 수긍한다. 스탠포드대 강사로 슈워제네거 주지사의 특별자문을 맡았던 데이빗 크레인은 “시 직원들은 아무 잘못도 없다. 노조 역시 마찬가지”라며 “어느 누구도 시정부들에 베니핏을 강요하지 않았는데 이런 상황이 발생하니 어느 정도 수준의 은퇴생활을 기대했던 직원들에게는 잔인한 일일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탭 수가 줄고 봉급이 깎인 데다 미래까지 불확실해지자 수백명의 샌호세 경찰관들이 다른 경찰국으로 이직하려 하고 있다고 경찰노조는 밝혔다. 피트 유리타 경찰관은 “저들이 우리의 이직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티브 깁슨 경찰관은 다른 경찰관들처럼 샌호제 경찰국을 떠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개월 후면 재직 25년이 되는데 그때 이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른 경찰관은 “나는 현재 집을 팔아야 할 형편”이라며 “감봉 등에 따라 수입 감소를 메우려면 끝없이 오버타임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 보다는 차라리 집을 파는 게 낫다”고 푸념했다.
캘리포니아의 시정부들은 특히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재산세 인상이 여의치 못한데다 버블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 1999년 주의회가 대규모의 베니핏 인상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 법안에 따라 예를 들어 50세에 은퇴한 경찰관은 봉급의 90%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파산전문 캐롤 데니스톤 변호사는 “캘리포니아가 온통 이런 상황”이라며 “지금처럼 계속 갈 수 없으며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풍광 좋은 소노마 카운티의 경우 도로 보수예산은 420만달러에 불과하다. 공무원들의 연금에 예산이 너무 낳이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해안가 도시인 퍼시픽 그로브는 독자적인 소방국을 없애고 대신 인근 자치단체들과 공동 소방국을 만드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샌디에고 역시 지난 10년간 연금관련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샌디에고는 연금지출로 인해 도로보수 등 필수적인 프로그램을 위한 자금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다. 지난해 유권자들은 경찰을 제외한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401(k) 형식의 은퇴플랜을 제공하자는 발의안을 통과시켰다. 샌호제처럼 샌디에고 공무원 노조들도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3월 주 행정법원의 노동법 판사는 샌디에고 시정부가 공무원들과 적절한 협상을 벌이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슈워제네거 특별자문이었던 크레인은 새크라멘토와 샌호제 등 연금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시정부 지도자들이 해결이 가능했던 시기에 이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함으로써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샌호제 리드 시장은 이에 동의한다. 그는 “나에게 일정 책임이 있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년전 직원들이 받아들였던 10% 임금삭감으로는 현재의 심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예산이 삭감되고 경찰관들 이직이 늘면서 샌호제 경찰의 출동시간도 늦어지고 있다. 아직까지 폭력범죄를 뜻하는 ‘프라이어리티 1’ 출동시간은 7분으로 비슷하지만 비폭력 범죄 출동시간은 계속 늦어져 출동에 수시간, 심지어 하루 이상이 소요되기도 한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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