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감은 밀려드는데 일할 사람 없어 애타는 봉제공장들
▶ 소매업체들‘미국 산’ 선호하면서 해외 공장들 국내로 돌아오기 시작 심각한 인력난으로 국내생산에 차질
미니어폴리스의 던우디 기술전문학교 강사인 루스 커쉬너가 학생들에게 여러 종류의 직물과 스티치들을 보여주고 있다.
70년대 한인이민 초기 한인들의 생계를 지켜준 고마운 기계가 재봉틀이었다. 미국에서 일자리 찾기 어려운 한인여성들이 거의 유일하게 취업할 수 있는 곳이 봉제공장이었다. 이후 의류업체들이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진출하면서 봉제업은 쇠퇴기를 맞았다. 그런데 최근 업체들이 다시 미국 내 생산을 선호하면서 인력난이 심각하다. 일감은 많은 데 숙련된 재봉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미네소타의 한 봉제공장. 넓은 공장 안에 공장용 재봉틀은 단 15대 뿐이다. 그 3배는 들어설만한 공간이어서 공장 안은 썰렁하기 그지없다. 커튼이나 베개 등 실내장식용 봉제 제품을 만드는 이 회사에 주문이 들어오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다. 그 반대다. 공장을 운영하는 에어텍스 디자인 그룹은 정 반대의 고민을 하고 있다. 주문은 밀려드는 데 제품을 만들어 낼 인력이 없는 것이다. 고객업체들이 점점 더 미국산 제품을 요구함에 따라 에어텍스는 중국에서 하던 생산을 대거 미국 내로 옮겨왔다.
“신문에 광고를 내도 찾아오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게 슬픈 진실입니다.”에어텍스의 마이크 밀러 사장은 말한다.
제조업 분야가 전반적으로 그렇듯이 미국의 원단 및 의류업계가 공장들을 해외에서 미국내로 옮겨 오고 있다. 국내에서 직접 생산할 경우 안전 문제가 적고 품질이 우수하며 납품 일정 맞추기도 쉽기 때문이다. 연초 방글라데시에서 공장이 무너져 1,000여명의 직공들이 사망하는 등의 사건들도 제조업계가 국내 생산으로 돌아서는 데 박차를 가하게 했다.
그러나 봉제업계는 지난 20년에 걸쳐 무참하게 무너졌다. 업체들이 값싼 노동력을 찾아 속속 해외 공장으로 나가면서 미국 내 봉제 인력은 77%가 사라졌다. 그 결과 지금 업체들은 일할 직원을 못 찾아 애를 먹고 있다. 많은 일을 기계가 대신하지만 봉제는 기계로 대체되지 않은 특수 직종에 해당한다.
커팅과 재봉 일을 하는 봉제 인력의 임금은 급상승 중이다. 지난 2007년부터 2012년 사이 봉제 직원 임금은 인플레이션 적용 13.2%가 상승했다. 전반적 사기업 임금 상승률은 불과 1.4%이다.
이곳 미네소타에서는 봉제 인력이 너무 귀해서 공업용 재봉틀 사용 훈련 프로그램을 갓 마친 학생 1인당 5개의 신규 채용공고가 나오는 실정이다. 숙련된 봉제 인력이 고갈되었는데 아무도 그걸 알아채지 못했다고 과거 가죽제품 제조회사의 사장이었던 젠 구아리노는 말한다. 업체들이 직원 훈련과 시설에 투자하는 걸 멈추어서 문제가 생겼다고 그는 말한다.
미네소타의 봉제업체들은 미 전국 다른 제조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쉽지 않은 싸움을 앞에 두고 있다. 신세대 공장 노동자들을 어떻게 해서든 유치해야 하는 문제 하나, 그리고 비즈니스가 돌아가도록 이윤을 남겨야 하는 문제가 또 있다. 의류업이라는 것이 장 당 몇 센트를 두고 망하느냐 흥하느냐가 결정되는 만큼 그 하한선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전국적으로 제조업체들은 원단 및 의류업계 일자리의 좋은 점들을 홍보하느라 첨단 테크놀로지를 동원해 구인 센터들을 만들었다.
이곳 미네소타에서는 고등학교에서 일할 사람들을 구하고, 교회와 커뮤니티 센터에 채용 공고를 담은 인쇄물을 돌리고 있다. 아울러 몽족, 소말리아, 히스패닉 등 이민자 신문들에 광고를 내고 있다.
사람 구하기가 얼마나 힘든가 하면 지난해 몇몇 회사들은 들어오는 주문을 거부해야 했을 정도였다. 주문량을 맞춰 낼만한 인력이 확보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미네소타 봉제업체들은 힘을 모아 야심찬 인력 확보 방안을 마련했다. 기능공 양성 프로그램이다.
봉제업체들, 비영리 기구, 기술전문대학이 연대해 만든 이 프로그램은 6개월 과정이다. 매주 두세 번 저녁시간에 공업용 재봉틀 사용법을 가르친다. 지난 6월 끝난 1회 참가 학생은 모두 18명으로 휴학 중인 22살의 대학생부터 실직한지 3개월 된 60세의 전직 청소부까지 배경과 연령이 다양했다. 이들의 수강료 3,695달러는 미니어폴리스 시와 자선단체들이 대납해줬다. 앞으로 수업료는 학생들이 각자 부담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업체들은 부담금을 내고 인력 양성 연합에 가입한다. 학생들은 6개월 과정을 수료하고 나면 각 공장들을 돌며 3주간 현장실습을 하고 2주간 인턴과정을 거친다. 이때 최저임금이 지급되는 데 이는 소속 업체들이 부담한다. 그리고 나서 학생이 봉제업계에서 일하기로 결정을 하면 그를 채용하기 위해 회원 업체들간 벌어지는 경쟁이 치열하다.
기능공 양성 프로그램을 만든 구아리노는 업체들이 숙련된 인력을 얻기 위해 실용적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앞으로 봉제업의 성장은 불을 보듯 빤한데 채용할 인력 풀이 없으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노동 통계국에 의하면 지난 해 미국에서 공업용 재봉사로 고용된 인력은 14만2,000명 정도이다. 미니어폴리스 - 세인트 폴 메트로 지역에서 지난해 전체 노동력은 거의 175만명이었지만 재봉사로 고용된 사람은 860명에 불과했다. 그중 에어텍스가 고용한 인원이 50명. 매일 새 재봉사들을 구하고 있다고 밀러 사장은 말한다.
에어텍스의 뿌리는 19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밀러의 할아버지가 미니어폴리스에 샘 빌러 가방회사를 만든 것이 원조였다. 감자와 사료 담는 가방을 전문으로 했다. 1980년대 수지 실즈가 여행용 가방회사를 만들고 이 둘이 2000년 합쳐지면서 에어텍스 디자인 그룹이 되었다. 포터리 반, 레스토레이션 하드웨어 같은 소매업체들에 실내장식용 봉제 제품들을 만들어 납품하는 회사이다.
합병 직후 에어텍스는 중국에서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생산가가 저렴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중국에서 생산하는 비용이 싸지 않다.
처음 에어텍스는 중국인 근로자들에게 시간당 평균 3달러를 지급했다. 지금은 배니핏과 주거비를 합쳐 시간당 11달러80센트를 지급한다. 한편 미국 내 에어텍스 공장 근로자들은 시간당 9달러에서 17달러를 받는다. 베니핏을 합치면 여기에 30% 정도가 더 추가 지급된다.
중국에서의 생산 원가가 올라가는 한편 고객 업체들의 메시지도 분명했다. 고객들이 점점 더 미국산 제품을 원하는 것이다. 아울러 도중에 디자인을 바꾸는 등 제품에 변화를 주어야 할 때 제품이 미국에서 생산되면 조정이 쉬운 장점이 있다. 봉제업체들로서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할 경우 안전문제나 품질 문제가 별로 제기되지 않는다. 국내 봉제업체들에게 지금 엄청난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고 실즈는 말한다.
그런데 미네소타의 경우를 보면 봉제 인력 부족으로 비즈니스를 국내로 옮겨오는 데 차질이 생기고 있다. 새로운 주문이 생기면 기회가 아니라 골칫거리로 여겨질 정도이다. 예를 들어 지난 2월 판촉을 위해 시카고에 출장 갔던 밀러는 새로 계약을 딸 때마다 흥분보다는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이 계약을 따내면 어디 가서 일할 사람 구할까라는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 봉제업체에 희망이 되고 있는 것은 이민사회이다. 일자리 구하기 힘든 이민자들이 재봉 일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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