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난 타개 위해 중서부 도시들 이민자 환영 정책
▶ 불경기로 인구 줄고 빈집 늘어 황량 이민자들 이주해오면서 도시에 생기
미국 중서부 도시들이 이민자들에게 손짓을 하고 있다. 경제난으로 빈집은 늘어나고 인구는 줄어들며 일자리는 사라지는 암담한 상황에서 도시를 되살릴 구원투수로 이민자들을 꼽은 것이다. 오하이오의 데이튼 시정부는 공업이 쇠퇴하면서 죽어가는 도시를 살리기 위해 2년 전 혁신적 정책을 채택했다. 이민자들을 적극 유치해 정착하게 함으로써 경제도 살리고 도시의 정신도 되살리자는 도시 활성화 계획이다.
데이튼 북부 지역은 최근까지만 해도 빈 집이 줄을 이어 폐허에 가까웠다. 지금 이곳에는 터키계 주민 400 가구가 살고 있다. 대개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다. 한 집 한집 이사올 때마다 하얀 담장이 쳐지고 지붕이 고쳐지고 말끔하게 새로 페인트칠이 되면서 동네에 생기가 돌고 있다.
터키계 이민자 대표인 이스롬 샤크반다로프는 “우리는 우리를 잘 받아들여주는 곳에 투자를 하고 싶은데 데이튼이 바로 그런 곳”이라고 말한다.
경제난으로 허덕이는 도시들이 이민자들을 불러들여 재기를 꾀하고 있다. 중서부에서 데이튼과 비슷한 정책을 펴고 있는 도시는 시카고, 클리블랜드, 콜럼버스, 인디애나폴리스, 세인트루이스, 디트로이트 등. 지난 6월 이들 도시의 담당직원들은 디트로이트에 모여 공통 네트웍 구축을 시작했다. 이민자들의 창업정신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이같은 이민자 환영 추세는 지난 몇 년 최악의 불경기를 호되게 경험하면서 여론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여론조사를 보면 이민자들, 때로는 불법체류자들도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이 늘고 있다.
데이튼에서는 불법체류자 단속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시정부의 목표는 합법 이민자들을 많이 불러들이는 것이지만 불법 체류자라도 법만 잘 준수하면 신분을 따지지 않는다.
데이튼의 이민자 친화정책은 지난 2010년 샤크반다로프가 개리 리첼 신임 시장을 만나면서 태동 되었다. 당시 그는 갓 선출된 리첼 시장에게 “미 전국에 살고 있는 터키 이민자들을 이곳에 와서 살게 하고 싶다”는 구상을 말했다.
이에 리첼 시장이 관심을 보였다. 예를 들어 터키계 주민 4,000 가족이 이주해 온다면 4,000 채 집이 새로 보수된다는 의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당시 데이튼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 1만4,000채에 달했다. 이를 위해 뭔가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고 시 당국자들이 고심하던 중이었다.
데이튼의 전체 인구 14만1,000명 중 아직 많지는 적지만 외국 태생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시정부 측은 깨달았다. 1만명이 넘는 여러 나라 출신 무슬림, 부룬디와 소말리아에서 온 난민, 중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유학생, 의료계에 종사하는 필리핀계,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에서 온 많은 서류미비 육체노동자들.
병원, 경찰소, 도서관, 서비스기관들, 건물주들은 이미 이민자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아무도 그런 사실을 터놓고 얘기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늘에 묻혀있던 것을 끄집어낸 것이라고 도시 매니저인 팀 리오단은 말한다.
시정부 관리들은 수차례 타운미팅을 통해 시민들이 이민자들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 지를 시험했다. 반대 목소리를 높인 단체는 오하이오 타 도시들에 소재한 불법이민 반대 그룹들이 유일했다. 2011년 10월 테이튼 시 위원회는 ‘웰컴 데이튼’ 플랜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후 시정부는 이민자 맞을 준비에 들어갔다. 지역 단체들과 협력해 공공기관들에서 일할 통역을 구하고 도서관에 외국어 책들을 추가했으며 영어교실을 마련했다. 교사들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다른 나라 말들을 배웠다.
지역 단체들은 이민자들 대상으로 자영업 창업 안내 강좌를 제공하고 난민과 유학생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시정부 관계자들은 아울러 공립대학인 라이트 주립대학과 손잡고 이민자 의사나 엔지니어가 관료주의의 벽을 뚫고 자격증을 취득해 미국에서도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경찰국장은 범죄 목격자나 피해자 그리고 교통위반 등 가벼운 법률 위반자에 대해서는 더 이상 체류신분 검사를 하지 말도록 지시했다. 이에 대해 인근 카운티 경찰과 셰리프들은 데이튼이 이민법을 준수하지 않는 성역 도시가 되었다고 비난했다.
이 모든 조치들을 취하면서 든 비용은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한사람 봉급과 회의장 간식 정도. 이 프로그램으로 경제가 되살아날 지는 아직 말하기 이르지만 시행 초기단계로 봐서는 전망이 좋다.
터키계 이민자들이 데이튼을 선택한 것은 생활비가 싸고 자녀들을 위한 대학들이 근처에 있기 때문이라고 샤크반다로프는 말한다. 이들은 새로 이사와서 식당, 가게 등 자영업을 시작했고 인근 공군기지로 물품을 배송하기 위한 운송회사를 차리기도 했다. 그리고 각자의 저금으로 데이튼 북부 지역에서 주택들을 고쳤다. 이들이 집을 장만하느라 이용한 부동산 중개, 자재 구입, 투자한 노동력 등을 계산하면 이제까지 3,000만달러 정도가 투자된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터키계 주민들은 최근 다운타운에 커뮤니티 센터를 마련했다. 좋은 조건의 론을 얻어 비어있던 건물을 시정부로부터 사들였다. 센터 입구의 로비에는 터키에서 수입해온 베이지 색 타일이 깔렸다. 커뮤니티 센터를 찾는 사람들이 훈훈한 느낌을 갖도록 하려는 배려이다. 이제 센터에는 프리스쿨과 무도장이 입주해 아이들이 찾아들고 있다.
터키계뿐 아니라 다른 이민자 커뮤니티도 분주하다. 케냐 태생인 미그웨 키메미아는 아프리카 태생 이민자들을 모아 커피 로스팅 회사를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다. 아프리카에서 커피를 들여와 데이튼 현지 공장에서 볶는 것이다.
무슬림 단체인 이슬람 평화 센터는 다운타운 인근에 한 블록에 달하는 샤핑센터를 매입하기도 했다. 너무 황폐해서 시정부가 허물기 시작했던 곳이다. 이스마일 굴라 샤핑센터 사장은 그 곳에 국제적 샤핑, 오락, 종교 센터를 구상 중이다. 리비아에서 태어나 데이튼에서 오래 살아온 굴라는 “우리 무슬림이 이 도시 커뮤니티의 일원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 말한다.
이민자들이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결과 밝혀졌다. 듀크 대학 경제학자인 제이콥 빅더 교수는 지난 40년 간 이민자들이 제조업 일자리를 유지하고 추가함으로써 고용 지속화에 기여했다는 연구결과는 지난달 발표했다. 이민자들은 각 지역 주택 가치를 높이는 데도 일조했다. 한 카운티에 이주해오는 이민자 1,000명 당 미국인 270명이 뒤따라 들어오는 것으로 빅도 교수는 밝혔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