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의회, 규제안 부결… 18세 이하 판매는 금지
▶ 업계“흡연과의 싸움에 도움 될 것” 보건당국“흡연으로 이끄는 관문” 올 미국 내 매출 17억달러 달할 듯
<스트라스부르그, 프랑스> 유럽의회는 지난 8일 전자담배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과 다른 국가들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을 내렸다. 니코틴을 전달해주는 전자담배 도그를 의학기기로 규제해야 한다는 보건관계자들의 건의안을 거부한 것이다. 대신 의원들은 전자담배 판매와 사용을 허용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단 18세 이하 청소년 판매금지 단서는 붙였다.
또 예상대로 유럽의회는 금년 초 유럽연합이 채택한 박하향 담배 금지안과, 담뱃갑 포장의 65%를 경고문구와 흡연 폐해를 보여주는 사진 등으로 채우는 안은 통과시켰다. 그러나 박하향 담배 판매금지도 당초 3년 후 시행에서 8년 후 시행으로 연기시켰다. 유럽의회의 결정은 앞으로 18개월 내에 28개 회원국 정부의 승인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가장 주목을 받은 내용은 역시 전자담배와 관련된 규정들이었다. 흡연자들이 금연을 위한 방편으로 많이 사용하는 전자담배는 유럽과 미국에서 판매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월스트릿은 10년 내에 전자담배가 전통 담배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을 정도다.
‘담배상품 법안’으로 알려진 법률 초안에 포함된 전자담배 관련 새로운 규정들은 급증하는 소비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법률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것이다. 유럽 일부 국가들은 전자담배를 강력히 규제하고 금지시키려 하고 있지만 이런 움직임은 전자담배 생사회사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미국에서도 식품의약국(FDA)의 규제 움직임은 업계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 이런 가운데 FDA는 조만간 규제와 관련된 방침을 발표할 예정으로 있다. 8일 유럽의회 결정이 최종적인 전자담배 규정을 뜻하지는 않지만 곧 결말이 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전자담배 업계는 군소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리튬 배터리와 니코틴 액, 그리고 다른 원자재들을 중국 등 저가생산 국가들로부터 들여온다. 사용자들은 태워야 하는 기존 담배들 대신에 달궈진 니코틴 액에서 나오는 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전자담배를 피운다. 이런 방식 때문에 일부 금연지역에서는 전자담배가 허용되고 있다.
전자담배 사용자들의 지원을 받아 의료기기 지정에 반대하는 로비를 적극적으로 벌여온 업체들은 유럽의회 결정을 건강과 상식을 위한 승리라며 환영하고 있다. 영국 최대 전자담배 브랜드인 ‘E-라이츠’를 생산하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대중의 건강과 유럽의 수백만 흡연자들을 위한 놀라운 결과”라며 “상식이 승리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자담배가 의약품에 요구되는 승인절차는 피했지만 담배상품 법안 수정안은 전자담배의 광고와 후원에 대해서는 엄격한 제한을 가했다. 청소년 판매 금지 등 기존 담배들에 부과하고 있는 규정을 똑같이 적용했다. 이런 규정들은 전자담배가 나이 든 흡연자들의 금연은 도울지 몰라도 유럽의 젊은이들을 니코틴 중독으로 이끌지 모른다는 일부 의원들의 우려를 잠재우는 역할을 했다.
표결 전 토론에서 스웨덴 출신 한 의원은 “전자담배는 금연이 아닌, 흡연으로 이끄는 관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자담배의 강력한 지지자인 영국 출신 크리스 데이비스는 이런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흡연과의 싸움이라는 큰 그림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년 70만명의 유럽인이 흡연관련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며 “이것을 줄이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며 이것이 전자담배 구입을 기존 담배 구입보다 어렵게 만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189개 수정안 표결을 앞둔 토론은 흡연과 기업로비에 대한 성토로 넘쳐났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이런 주장들을 자유선택을 위협하는 적이라고 비난하며 ‘반흡연 탈레반’이라 부르기도 했다. 행복한 흡연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네덜란드 출신 다니엘 반 데르 스토엡 의원은 담배에 부과된 높은 세금으로 조성되는 세수를 지적하며 만약 사람들이 일제히 금연하게 되면 “유럽연합은 파산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그는 종교가 담배보다 훨씬 더 해롭다며 “그렇다고 성경과 코란에 경고 문구를 넣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전자담배와 관련용품 시장은 현재 유럽에서만 연 6억5,000만달러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폭발적 성장을 해 월스트릿은 금년에만 매출이 17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럽의회는 유럽위원회와 담배 법안을 놓고 절충안 마련을 위한 협상에 들어간다. 유럽의회를 대표하는 린다 맥밴은 수주일 내에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며 최종안은 금년 안에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녀는 전자담배를 둘러싼 이견이 가장 클 것으로 보고 있는데 유럽위원회는 이것을 의료기기로 지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유럽의회 표결 전 날 프랑스와 벨기에, 네덜란드 등지로부터 온 전자담배 사용자들은 의회 앞에서 의료기기 지정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만약 그렇게 될 경우 전자담배 판매가 약국으로 제한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전자담배가 나를 담배로부터 해방시켰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전자담배 업계 관계자들은 FDA가 관련 규정을 만들어 이번 달 안에 발표할 것으로 기대해 왔다. 하지만 정부폐쇄 등으로 시기는 아직 불확실하다. 이에 대한 문의에 FDA는 응답을 보내오지 않았다.
지난 2008년 FDA는 중국에서 수입된 전자담배들을 의약품 승인에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압류한 적이 있다. 그러나 2010년 워싱턴 법원은 이 제품들을 의약품으로 볼 이유가 없다며 FDA 입장에 반하는 판결을 내린바 있다.
이렇듯 미국과 유럽에서 전자담배와 관련한 혼란이 계속되자 좀 더 명확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왔다. 지난 9월 41개주 검찰총장들은 전자담배에 기존 담배들과 같은 규정을 적용해 청소년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서한을 FDA에 보냈다. 이 서한은 9월 초 발표된 연방질병통제국 조사보고서를 인용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는 점차 많은 중고등 학생들이 전자담배에 손을 대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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