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작가 김우영, 남가주서 첫 개인전
▶ 앤드류샤이어 갤러리 24일 개막
김우영의 작품‘무제 #01-04, 밀워키’(2013, 122×122cm).
김우영의 작품‘무제 #1209, 모노 레익’(2011, 122×122cm).
그가 누군지 잘 모르던 시기에 사진작가 김우영(사진)의 스튜디오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윌셔와 팍뷰에 위치한 크고 높고 널찍한 공간, 벽에 걸린 꽤 많은 사진들을 보면서 아니, LA에 이런 작가가 있었나 하고 속으로 무척 놀랐던 것 같다. 거의 모든 사람이 사진작가 행세를 하는 요즘, 눈길을 끄는 사진을 만나기란 홍수에 마실 물 찾기처럼 어려운데 거기 걸린 작품들은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사물을 찍었는데 사물이 아닌 것을 표현하는 사진, 시간의 흔적이 남긴 물체의 근원을 날 것으로 그려낸 사진, 눈에 익은 대상을 낯설게 만들어 거의 초현실적 이미지로 창작해낸 사진들은 왠지 보는 사람의 옷깃을 여미게 하며 명상과 성찰로까지 유도하는 특별한 잔영을 남기는 것이었다. 그 김우영이 한국 상업사진 작업의 현대화에 토대를 놓은 사람이며, 순수사진과 상업 작품 양쪽에서 모두 인정받은 유명 작가라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게 됐다.
10월24일부터 11월9일까지 앤드류샤이어 갤러리에서 열리는 김우영 개인전에서 그는 남가주에 처음으로 자기 작품을 소개한다. 상업예술에서 벗어나 순수예술을 향해 걸어온 지난 5년의 도정에서 많은 눈물이 낳은 작품, 굳은살 떼어내고 돋아난 새 살처럼 연하고 민감한 작품, 시시때때로 분출된 예술에의 열정이 화면 곳곳에 인화된 작품들이다.
‘내 눈을 통해서’(Through My Eyes)란 제목의 이번 작품전에서 김우영은 그가 만나고 보고 느낀 ‘물’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의 표면, 물의 시간, 물의 흔적, 그리고 물의 격정적 포효에 이르기까지 우주를 담은 작품들이다. 함부르크대학 철학 및 예술사 교수이며 화가 노은님의 남편인 게하르트 바르취 박사는 이렇게 쓰고 있다.
“김우영의 작품은 물처럼 무심하다. 에두르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거울처럼 비춰주는 그 시각적인 효과의 탁월함이 도드라진다. 그의 작품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나 보지 않고 지나칠 수 있는 대상들을 담고 있다. 때로는 공(空), 부질없다. 물아일체… 자연과 나를 일체화시키는 동양적인 시각으로의 접근. 김우영의 작품 속에서는 많은 대상을 볼 수는 없다. 단지 물의 잔해와 흔적뿐. 그 아득한 세계는 우리 스스로가 찾아야 하는 물음이다”김우영은 홍익대 도시계획과와 같은 대학 산업미술대학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츠 사진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뉴욕에서 활동하던 7년 동안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전시를 통해 보기 드문 대형 이미지를 창조하며 관객을 압도했던 그는 자연과 도시의 주제, 산업개발로 변해가는 도시의 모습을 관조적인 자세로 포착한 사진작업으로 주목 받았다.
그런데 1996년, 패션잡지 창간의 디렉터직을 제안 받아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그는 이를 계기로 의도치 않은 커머셜 아트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당시 열악했던 한국의 패션사진 분야에 일대 변혁을 주도, 특히 화장품 광고사진에서 새로운 컨셉과 이미지를 창조하며 각광받은 그는 연속적으로 약 10권의 잡지 창간에 참여하면서 커머셜 아트의 총아가 됐다.
“5년 한창 일하다 보니 완전히 다른 세계로 가 있더라”고 그는 회상했다. 돈도 많이 벌고, 중간중간 작품전도 했고, 여러 대학(서울여대, 이화여대, 중앙대, 서울산업대)에서 강의도 했지만 순수 아트하던 사람이 상업예술의 정글에서 살다보니 스트레스가 쌓여만 가더라는 것이다.
2003년부터 그는 사회봉사 활동, 전문성 도네이션에 나섰다. ‘아름다운재단’의 1% 나눔에 참여한 인사들의 모습을 담아 전시를 열고 촬영비 전액을 기부했으며, 2005년 장애인들의 히말라야 등반 도전을 담아 전시회와 책을 냈고, 산악인 엄홍길과 함께 히말라야 등반 희생자 시신수습 원정대에 참여, 사진으로 기록했으며, 2006년엔 도시개발의 그늘 속에 살아가는 이들을 그린 ‘김우영의 포이동 사진 이야기’전, 2007년 전국을 돌며 환자와 가족, 의료진의 모습을 촬영한 국내 최초의 환자 사진전 ‘다 함께 행복한 세상’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뛰고 봉사해도 예술에의 갈증을 해결할 수는 없었다. 2007년 그는 ‘도망’을 나왔다. 하와이 대학에서의 초빙이 계기였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캘리포니아로 날아왔다.
“상업모드에서 예술모드로 바꾸는데 캘리포니아라는 환경이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사실 뉴욕서 살 때는 캘리포니아를 우습게 봤는데 이곳에 자리 잡고 여행하다 보니 와 닿는 것이 많았습니다. 머릿속에 작업이라는 게 다시 생겨났고, 아티스트로서 자신감을 회복하게 됐죠”혼자서 차로 무작정 여행하며 미국 대륙횡단을 여섯 번이나 했다고 한다. 시선이 맑아지고 머릿속이 씻겨 내려가면서 묶이고 걸리고 꼬여 있던 것들이 풀리기 시작했으며 2년 전부터는 전시에 대한 의욕도 생겼다.
5년 만에 처음 여는 개인전, 순수 예술작품을 선보이기는 10년 만이라는 그는 오랜 시간 마음을 추슬러서 여는 첫 전시회인 만큼 자신에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전시를 계기로 내년 봄 한국서 “김우영의 이름을 새로 쓰는” 본격적인 작품전을 열어볼 생각이며 후반기엔 설치작업도 계획중이라고 밝혔다.
오프닝 리셉션은 24일 오후 6~8시.
3850 Wilshire Blvd. #107 LA, CA 90010, (213)389-2601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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