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인들 피해 끊임 없어
▶ 중도에 깨져 수십만달러 날려도 미국법상 계주 처벌할 방법 없어 계원들 ID 등 신상정보 꼭 보관 곗돈 수수 증명서 받아 놓아야
계 피해를 막는 최선의 방법은 곗돈을 주고받으면서 증명서를 남겨두고 계원들의 신상을 정확히 파악해 두는 것이다.
‘계에 울고 계에 웃는다’ 계를 좋아하는한인들의 자화상이다. 이용만 잘하면 든든한 사업 밑천으로 성공의 발판이 되지만잘못하면 물질적 피해와 정신적 충격을안겨다주는 복마전 같은 존재다. 미국에서는 계가 깨져도 형사는 물론이고 민사로도 피해 보상을 받기 힘들다. 한국식 계라는 단어조차도 생소한 미국의 사법제도로는 처벌이 불가능하다. 사법 당국은 계를그저 융자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계로 인한 피해는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또 계를 깨고 달아났던 계주가 몇년 지나 다시 나타나 또 다른 계를 꾸리는경우도 허다하다. 계 피해를 막는 최선의방법은 곗돈을 주고받으면서 증명서를 남겨두고 계원들의 신상을 정확히 파악하는것이다.
얼마나 많은 한인들이 계를 하고 있는지는알 수 없다.
지난 1999년 노터데임에서 발표된 ‘커뮤니티와 마켓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에서 저술자인 랜 카오는 미국 한인 가정의 80%가량이 계에 가입(동창, 가족계 등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워싱턴 DC 메트로폴리탄 지역에서 약 1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계에 의해 형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자료는2008년 메릴랜드주 항소법원에서 심의된 곗돈 분쟁에서 변호인 측 자료로 제출된 것이지만 어떠한 근거로 논문이 작성됐는지는 서술돼 있지 않다.
한국의 경우 한 연구논문은 1993년 기준으로 한국 인구의 20%가 계를 할 정도로 계는 한국 사회에서 재정뿐 아니라 친목에도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1998년 기준으로 계는 한국 농촌경제의 13%를 차지한다는 보고서도 발표됐다.
고위험 고소득 개념으로 변질계는 한인들의 사업자금, 자녀들의 결혼비용 등 목돈 마련 수단으로 많이 이용된다. 노인들의 장례비를 분담하는 상조회도 계의일종이다. 계는 미국에서 영어에 능숙치 않는 초기 이민자들은 계는 필요한 자금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한다.
그러나 계가 점차 ‘고위험 고소득’의 ‘돈놓고 돈 먹기’ 개념으로 변질되어 가는 것이문제다.
그렇다고 계가 한인사회에만 존재하는 목돈 마련 수단은 아니다. 멕시코에서는 ‘컨디나’ , 일본은 ‘타나모시’라는 부른다. 또 서부인도나 웨스트 아프리카에서는‘ 에수수’ , 중국과 베트남은‘ 후이’, 에티오피아는‘ 에쿠브’라고 한다.
한인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커뮤니티 역시계가 이민자들의 사업자금 등 경제활동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계가 때때로 불미스러운 결과로 이어져 돌이킬 수있는 독버섯 같은 존재가 될 때도 있다.
계주 처벌 힘들어계주였던 한인 P씨는 얼마 전 파산했다.
타운에서‘ 사모님’으로 통했던 P씨의 주장은이렇다.“ 곗돈을 내던 계원 25명 중에서 2명이 불경기를 이유로 돈을 내지 않아 계가 깨지게 되자 나머지 계원들이 변재를 요구하고나섰다”는 이유다.
P씨는 파산신청서에 계원들이 불입한 곗돈을 모두 빌린 것처럼 만들었다. P씨는 한인타운의 비즈니스를 미리 처분했고 100만달러가 넘는 주택도 아들 이름으로 바꿔놓고는파산을 신청했다. 물론 계를 타지 못한 계원들은 수십만달러에 달하는 곗돈을 한 푼도받지 못했다.
더군다나 계원들의 상당수가 파산을 한 줄도 몰랐다. 곗돈을 냈다는 증명도 없어 하소연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계원들은 계를 타간 다른 계원들을 찾으려했지만 계원이 누군지도 모르고 P씨가 밝히지도 않아 발만 구르고 있다.
곗돈을 찾지 못한 김모(54)씨는 “남편 비즈니스에서 푼푼이 모은 돈으로 매달 2,000달러씩 곗돈을 냈는데 1년반 만에 깨졌다”면서 “파산한 P씨는 뻔뻔하게 타운을 활보하고 다니고 있고 요즘 또 다른 계를 한다는소문이 돈다”면서 울먹였다. 그는 또“ 사모님으로 불릴 정도로 재산이 있는 것으로 알아마음 놓고 곗돈을 냈다”며 후회했다.
김씨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한인타운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근근이 살아가는 이모(46)씨는 계주 이모씨에게 1만달러에가까운 곗돈을 뜯겼다. 지인의 소개로 계주인 이씨를 만난 그는 한 달 1,000달러씩내는 곗돈을 타면 식당장비를 교체할 예정이었다.
이씨는 “계주가 여러 개의 계를 운영하고있었는데 계를 탄 계원 몇 명이 돈을 내지않아 어쩔 수 없이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다고 말하더라”면서 “피해액이 100만달러 가까이 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곗돈은 주로 현금거래로 이루어지는데다가 신고를 꺼려하는 계원들이 많아 법적 보조를 받기 힘들다.
LA 경찰국에서 오랫동안 수사관으로 근무했던 한상진 전 수사관은“ 곗돈을 냈다는 증명서류가 없는 계원들이 대부분이어서 법적처벌이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 전 수사관에 따르면 LAPD 동양인 수사과에서 계주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장문의 보고서와 설명서를 첨부해 검찰에 제출했지만 검찰에서 증빙서류 부족 등의 이유로기소를 거부한 적도 있을 정도로 계주의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돈을 떼먹고 달아나는 계주가 기소된 것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면서 “계원이30명인데 돈 안 내서 어쩔 수 없다며 우기면처벌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 전 수사관은 계원들의 인적사항이나운전면허, 소셜번호 등이라도 받아놓으면 피해 발생 때 법적 대응이 가능하지만 이런 증빙서류를 갖추고 계를 하는 계원들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계의 합법화미국에서 계를 인정해주는 주는 찾아보기힘들다. 수천달러가 오가고 많게는 수십만달러의 목돈을 한꺼번에 받는다는 것 자체가색안경을 쓰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곗돈의 대부분이 현금으로 이루어져 정부로서는 자금출처가 불분명한데다가 탈세 등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 역시 많은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려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워싱턴주는 부분적으로 계를 한인 이민자들의 합법적인 사업자금 마련 수단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
워싱턴주 주류통제국은 ‘영구 주류판매허가서’ 신청 때 내는 신청비의 출처를 철저하게 조사해 오고 있다. 이는 마약이나 범죄조직의 자금여부를 가리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수만달러에 달하는 신청비를 곗돈에의지하는 한인들로서는 자금 출처를 설명하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영어가 안 돼 돈을 모은 방법을 제대로 설명하기도 힘들다.
주류통제국은 결국 케이스 별로 한인들만의 독특한 목돈마련 방식인 계를 인정해 주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하지만 조건을 달고 있다.
돈을 낸 계원들의 소셜번호와 운전면허증,정확한 거주지 등 신상정보를 제시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계원들의 이같은 개인정보를 확보하기가 쉽지는 않다. 선뜻 개인정보를 내주는 계원들이 많지 않을 뿐더러 많은계원들이 불법체류 신분이거나 곗돈의 대부분이 탈세성이 강한 자금이기 때문이다.
주류통제국의 한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수만달러가 오고가는 한인 이민자들의 독특한 계 문화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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