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티도 잡자
‘칩스’라는 TV 영화가 70년대 말 히트했었다. 캘리포니아 하이웨이 순찰대(CHiPS) 소속 모터사이클 경찰관 2명의 활약상을 다뤘다. 당시 LA에 연수와 있던 나에겐 한국에 없는 고속도로 전담 경찰관들이 매우 낯설었다. 그 시리즈 영화에 서부영화에서나 본 셰리프 대원들도 자주 등장했다. 역시 생소했다. LA시 가 아닌 LA 카운티 소속이라고 했다.
카운티라는 행정단위 자체가 한국엔 없다. 영한사전엔 ‘군(郡)’으로 풀이돼 있지만 몇 개의 면(面)을 관장하는 한국의 군과는 규모가 다르다. 워싱턴주의 노른자위인 킹 카운티는 시애틀, 벨뷰, 페더럴웨이, 시택, 쇼어라인, 스카이코미시 등 39개 도시와 미합병 커뮤니티 45개를 관장한다. 인구가 200만을 육박하고 면적은 로드 아일랜드주의 거의 2배다.
미국엔 전국적으로 3,144개 카운티가 있다. 가장 큰 LA 카운티의 인구는 1,000만명을 헤아린다. 그보다 인구가 적은 주가 워싱턴주를 포함해 42개나 된다. LA, 롱비치, 패사디나, 버뱅크 등 88개 도시를 포용한다. 수퍼바이저 위원회(5명)가 입법과 행정은 물론 일부 사법권까지 관장한다. 위원 1인당 200만명 이상을 대변하며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워싱턴주의 카운티는 39개다. 그중 킹 카운티는 의회의원 9명 외에 행정관, 검사장, 셰리프국장 등 요직을 주민들이 투표로 선출한다. 시택공항과 시애틀항만을 관리하고 버스와 전철을 운영하는 등 주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사안들을 카운티가 다룬다. 시애틀 지역 한인들이 즐겨 찾는 등산코스인 쿠거 마운틴과 스콱 마운틴 등도 킹 카운티 관할이다.
근래 킹 카운티에 관심을 갖는 한인이 많아졌다. 카운티 의회 제 9선거구에 한인 2세 쉐리 송 후보가 출마해 예상 외로 선전하고 있다. 그동안 워싱턴주 한인사회는 시의원과 시장과 주의원을 배출했지만 카운티 의회는 금단의 벽처럼 높았다. 시의원이나 주의원보다 훨씬 어려운 도전이다. 송후보의 첫 도전은 그만큼 값지고, 그래서 꼭 승리해야 한다.
사실은 또 한명의 한인여성이 킹 카운티 의회에 도전장을 냈었다. 신디 류 주 하원의원이다. 작년 주 법무장관으로 당선된 제1선거구 밥 퍼거슨 의원의 잔여임기 후임을 지망했던 류의원은 “지명에서 탈락돼도 올해 제1 선거구에서 출마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막상 탈락되자 “주의원 직에 열중하겠다”며 번복했다. 카운티 의원직은 그만큼 매력적이다.
벨뷰지역 부동산업계에서 입신한 후워싱턴주 한미연합회 등 2세 단체들을 이끌며 리더십을 기른 송후보는 지난 8월 예선에서 후보 3명 중 현직인 리건 던 후보에 이어 득표율 2위로 본선진출에 성공했다. 11월5일 본선까지 보름 남짓 남은 선거기간에 가가호호 방문과 광고 및 전화 캠페인을 적극 벌이겠다며 지지율 분석결과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송후보는 어쩔 수 없는 ‘언더 덕’이다. 제니퍼 던 전 연방 하원의원의 아들이며 제9 선거구를 8년째 독식중이고 작년에 주 법무장관 선거에도 출마한 던 후보와는 인지도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그런데도 지난 14일 이넘클로와 블랙다이아몬드를 지나다보니 도로변에 던 후보 사인은 숲을 이룬 반면 송후보 사인은 보이지 않았다. 입맛이 씁쓸했다.
시애틀타임스도 던 후보를 ‘명백한 선택’이라며 공식 지지했다. 던 후보의 선거자금이 거의 두배나 많다고 지적했다. 송후보가 한인사회에 막바지 지원을 요청하고 다닌 지난주 신디 류 주 하원의원이 재선 캠페인 킥오프 행사를 열었다. 한 인사는 선거가 1년이나 남았는데 서두른 이유를 모르겠다며 한인사회 내에서조차 손발이 안 맞는다고 개탄했다.
하지만 선거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본인 말대로 제9 선거구 한인들이 꼭 투표에 참여하고, 오는 27일 시택 컴포트 인에서 열리는 마지막 후원행사에서 독지가들이 십시일반 성원하면 안 될 일도 아니다. 그녀가 한인사회 역사상 첫 카운티의원으로 탄생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당락에 관계없이 그런 도전이 쌓여 한인사회 발전의 토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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