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유림 /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 선임연구원, 워싱턴한인복지센터 자원봉사자
“나는 노인들과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한다. 노인들은 우리가 걸어가야 할 인생의 길을 먼저 지나왔다. 그러므로 앞으로 겪게 될 삶이 어떠할지 그들에게서 배울 수 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의 <공화국>에서
나는 지난 9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어르신들을 만나고 있다. 워싱턴한인복지센터가 10월 17일부터 12월 12일까지 매주 목요일에 실시하게 되는 ‘어르신 우울 관리를 위한 집단 프로그램’ 대상자분들을 발견하기 위해서다. 외국에서 제작된 측정도구들이 한국적 상황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보완하여 만들어진 KGDS(Korean Geriatric Depression Scale)를 사용하여 어르신들의 우울 정도를 파악하고, 측정 결과 우울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여지는 분들을 확인하여, 약 2개월에 걸쳐 우울 관리를 돕는 집단 프로그램을 진행함으로써 어르신들의 우울 증상이 완화되도록 하는 데 이 만남의 목적이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설문에 응답하시면서 들려주시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나로 하여금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르신들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건강이 좋지 않으시거나, 배우자와 사별하셨거나, 장성한 자녀의 형편이 그다지 좋지 않거나,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으시거나…. 그런데 이 상황에서 어떤 생각과 태도를 선택하느냐가 노년의 삶을 행복하게 여기게 되는가 혹은 불행하게 여기고 우울감을 느끼게 되는가를 가름하게 되는 하나의 주요한 변수가 되는 것 같다.
“이제 다 끝나가는 나이에 뭘 더 하겠어. 그냥 이렇게 하루하루 살다가 가는거지”라고 말씀하신 60대 어르신이 계셨던 반면, “오늘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서 아침에 일어나요. 그리고는 한 시간씩 동네 학교 운동장을 돌아요. 그렇게 하면 기분이 더 좋아지지. 내가 나이가 많이 먹었지만 죽는 그 날까지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아무리 작은 거라도 열심히 하면서 감사하면서 살아야지”라고 말씀하신 80대 어르신이 계셨다. 두 분의 노후가 대조적으로 보여지는 순간이었다. 20대 중반, 한국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만났던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먼 미래에나 일어날 법해서 공감할 수 없었던 이야기, 늘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 같아서 재미 없었던 이야기였는데, 이제는 이 분들의 이야기 하나하나를 통해 나는 어떻게 살아야하고 어떻게 늙어가야하는지를 깊이 생각하게 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운 변화이다. 또한 앞으로 진행될 집단 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들이 어떻게 변화해가실지, 어떤 생각과 태도를 선택하려고 하실지 기대하는 마음이 크다.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는 91세가 되어서도 매일 첼로 연습을 했는데, 왜 그렇게 연습을 하는지 물어본 제자에게 그는 “요즘도 조금씩 실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어르신들이 카잘스처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시는데 이 프로그램이 작은 도움이 되길, 나아가 많은 어르신들이 자신의 삶을 더 사랑하며 지내실 수 있도록 다양한 개입들이 이루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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