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평화상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아직 연구와 작품으로 인한 노벨수상자를 한사람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세계적인 위상으로 봐서 너무 안타깝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들이 발표되는 10월이면 숨죽이며 기다려왔던 문학상이 이번에도 불발을 하고 말았다. 지난 10일 2013년도 문학상이 캐나다 소설가 앨리스 먼로(82)에게로 돌아감으로써 한국의 언론들은 “왜 한국은 문학상을 받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해답을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왜냐하면 문학상의 가능성이 여러 유수한 소스에 의해 오랫동안 유포되어 왔기 때문이다. 2006년 터키 소설가 오드한 파무크의 수상을 예상했던 영국의 온 라인 베팅사이트 ‘래드 브룩스’는 시인 고은(80)의 수상가능성을 10위 이내로 점쳐왔으며, 2005년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석했던 일본수상작가 오에 겐자브로는 소설가 황석영(70)에게 수상가능성을 예언했다. 겐자브로는 중국 모옌(2012), 프랑스 르 클레지오(2008), 터키 오르한 파무크(2006) 등을 유력후보로 예언, 황 씨를 제외하고 이들이 모두 문학상을 탔다. 1901년부터 시작한 노벨문학상은 지금까지 109명에게 수여됐으며 이는 38개국을 대표했다. 아시아지역에서만 봐도 인도, 이스라엘, 일본, 중국, 터키 등이 들어있다. 연구 및 작품으로 받는 노벨상은 물론 국가를 대표하는 상은 아니다. 따라서 문학상의 가능성은 한 작가의 문학적 역량에 좌우되며, 한 국가나 민족이 갖고 있는 경제 정치 문화 등의 세계적인 위상으로 수상여부가 결정된다고 볼 수 없다. 더구나 노벨문학상이 한 나라의 문학적인 성취척도로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벨상이 한 국가나 민족의 긍지와 이미지를 높여준다는 사실을 부정할 길은 없다고 본다. 그러면 한국 언론이 던진 질문 “왜 한국은 문학상을 받지 못하는가?”로 돌아가 보자. 첫째, 한국문학에 대한 세계화의 무관심 내지 방관이다. 세계화의 첫길은 번역이다. 한 나라의 문학을 세계적으로 알리는데는 번역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그것도 원문의 내용과 의미를 번역 언어에 충실히 반영하는 번역문학이다. 한국문학의 번역은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조금 눈을 뜨게 되었다. 그전에는 국가경제의 취약점 때문인지 문학이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많은 작가들이 생활유지에 급급하다보니 작품활동을 제대로 못했으며 작품번역에 대해서는 손도 쓰지 못했다. 국가경제가 향상되고 문학에 대한 국민적인 인지도 높아짐에 따라 국가차원의 문예진흥원, 번역금고, 한국문학번역원이 번역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민간차원의 대산문화재단이 나름대로 한국문학 세계화에 공헌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활발히 활동을 벌이고 있는2001년에 설립된 한국문학번역원의 경우를 보면 금년 10월 현재 608권을 28개 국어로 번역 출판했다. 혹자는 “문인은 많은데 쓸만한 작품이 드믈다.”라고 말한다.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유수한 작가들이 쓴 작품의 0.02%도 번역이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번역에 적극적인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세계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고 번역을 하는 국가로 알려진 일본은 1940년대부터 ‘번역’을 전담하는 국가사업을 두고 일본문학 세계화에 박차를 가해왔다. 두번째 문제는 한국의 독자층이다. 국민이 작품을 읽어줘야 좋은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한국인의 한달 독서량이 0.8%이다. OECD 가입국가 가운데 꼴찌다. UN 가입 191개 국가 가운데 161등이다. 한국 성인 10명 가운데 4명이 스마트폰을 통해서 뉴스와 지식을 얻는다는 것이다.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스마트폰에 뺏기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의미에서 노벨문학 수상자의 배출은 한편으로는 독자층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번역과 독자층이 앞서 나갈 때 문학상 수상자를 기대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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