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이 알까 쉬쉬 절반 치료 놓쳐
▶ 우울증*정신분열증 등 중증 악화로 평생 고통
올해 70세인 한인 노인 김모씨는 밤에 잠을 자다가 함께 사는 아들이 자신의 방에 들어와 도끼를 휘두르는 바람에 크게 놀라 경찰에 신고를 한 경험이 있다.
30대 후반에 결혼도 하지 못한 김씨의 아들은 계속되는 취업 실패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정신질환으로까지 진행된 경우다. 그러나 단순히 우울한 것으로만 알고 가족들이 쉬쉬하며 제대로 전문 상담과 치료를 받지 않다 병을 키운 것이다. 김씨는 “단순한 스트레스가 정신분열증까지 불러올 줄은 몰랐다”며 눈물을 흘렸다.
명문 기숙학교에 재학 중인 한인 고교생 신모양은 한 달 전 학교에서 카운슬러와 상담을 하다 병원으로 실려 간 경우. 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밤낮없이 공부를 한데다 성적 하락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몇 주 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것이 우울증을 가져왔으나 이를 주변에 알리지 않고 숨기다 증세를 키운 것이다.
신양의 담당 카운슬러는 “당시 신양은 삶에 대한 의욕도 없던 상태였고 몸 상태도 안 좋았다”며 “진단결과 중증 우울증으로 나타나 급히 입원을 시켰다”고 전했다.
이처럼 각종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한인들이 정신질환을 쉬쉬하는 한국식 정서 때문에 전문적 상담이나 치료가 늦어지거나 이를 제대로 받지 못해 상황을 악화시키거나 극단적 비극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치료를 원하는 대부분의 환자들의 상당수가 초기 치료시기를 놓쳐 중증으로 발전하거나 극단적으로 정신분열증까지 이어져서야 병원이나 상담기관을 찾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신질환 상담기관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공황장애를 비롯해 정신분열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중 50%가 치료를 받는데 비해 한인 등 아시안들은 실제로 치료를 받는 비율이 4명 중 1명 꼴로 전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이 최 동서 상담치료 연구원장이며 산타클라라카운티 교도소 심리 분석관은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 등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초기에 완치가 가능하다”며 “"’전문치료를 받을 수준은 아니야’라는 한인들의 생각이 병을 키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인들의 정신질환 치료율이 낮은 원인을 ▲문화적 배경에 따른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감정 표현이 너그럽지 못한 한인사회 특유의 분위기 ▲정신질환에 대한 부족한 정보 등을 꼽았다.
최 원장은 "화를 잘 낸다거나 방에만 혼자 갇혀 지낸다면 정신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며 "성격탓 환경탓으로만 돌려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벼운 감기를 방치하면 폐렴이 되는 것처럼 정신질환을 방치하면 시한폭탄을 껴안고 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치료시기를 놓치면 결국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정도가 된다”고 경고했다.
<김하나 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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