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부호들 아일랜드 고성에 관심
▶ 부동산 거품 터지면서 가격 떨어지자 아일랜드계 억만장자들 현금으로 매입
미국의 억만장자 존 말론이 소유한 흄우드 성. 미국의 부호들, 특히 아일랜드계의 거부들이 아일랜드의 운치 있는 성들을 매입하고 있다.
아일랜드 서해안의 킬콜간 성. 미국인 주인이 베드 & 브랙퍼스트로 운영하고 있다.
동화나 영화 속에 나옴직한 웅장한 성의 주인이 되어보면 어떨까. 미국 거부들이 아일랜드의 고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근년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아일랜드의 주택가격이 하락하자 유서 깊은 성이나 대저택들을 미국 부호들이 사들이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정점에 달하던 지난 2006년 시세에 비해 가격이 1/3로 떨어진 성을 매입한 미국인‘성주’들은 가족 별장으로 쓰기도 하고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숙박업을 하기도 한다.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9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흄우드 성에 가면 사람들은 “와!” 하고 탄성을 터트리지 않을 수가 없다. 거대한 규모에 탑들이 솟아 있는 장관의 고성 앞에 서면 한마디로 얼이 빠지게 된다.
427 에이커의 대지에 우뚝 솟아있는 흄우드 성은 침실 15개에 무도회장, 연회장, 당구장 등 다양한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이 고성의 주인은 존 말론이라는 미국인이다. 케이블과 텔레콤 기업인 리버티 글로벌의 회장인 72세의 이 억만장자가 지난해 11월 800만유로, 약 1,000만달러에 성을 매입했다.
1860년대에 세워진 흄우드 성은 빅토리아 고딕 양식의 화강암 성이다. 말론 회장이 매입한 가격은 아일랜드의 경제가 한창 붐을 이루던 지난 2006년 거래 가격의 1/3 수준이다. 그해 아일랜드의 부동산 개발회사인 랄코 홀딩스는 2,500만유로에 이 성을 사들였다. 골프장까지 포함된 초호화 휴양지로 개발할 계획이었는데 2008년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계획이 무너졌다.
그렇다고 말론 회장이 값이 싸서 성을 매입한 것은 아니었다. “흄우드를 투자용으로 매입하지는 않았다. 재정 보다는 애정에 의한 매입이다” 라고 그는 말한다.
그가 자신의 뿌리를 추적해본 결과 1830년대 펜실베니아로 온 아일랜드인이 자신의 선조였 다는 것이다. 말론 회장처럼 조상이 아일랜드 태생인 거부들이 아일랜드로 가서 성이나 대저택을 사들이는 케이스들이 늘고 있다. 마침 가격이 뚝 떨어진 저택들을 현금으로 매입하고 있다.
아일랜드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면서 개발업자들이 줄줄이 손을 털고 나갔다. 그 결과 많은 저택들은 2007년 시세의 1/3 수준으로 거래되며 주인을 바꿔가고 있다.
더블린의 부동산 중개업체에서 전원저택과 고성을 주로 취급하는 해리엇 그랜트에 의하면 과거 아일랜드의 고택들은 주로 개발업자들이나 아일랜드에 사는 기업가들이 사들였다. 미국인 구매자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는데 최근 갑자기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주택 가격이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 부분적으로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아일랜드 시골에서 거래된 10대 저택 중 9채는 외국인이 매입한 것이다. 그리고 그중 여럿은 미국인이 샀다고 더블린 소재 부동산중개업체는 밝힌다. 미국인들이 대저택 매입을 주도하는 추세는 2013년에도 계속되고 있다. 한편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쪽에서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아일랜드 저택을 매입한 미국인 중에는 볼티모어의 재정관리회사 창업자인 찰스 노엘이 포함된다. 그는 120 에이커의 대지 위에 자리 잡은 18세기 저택, 아드브라칸을 매입했다. 정식 정원들이 갖춰진 이 맨션을 그는 490만유로(630만달러)에 샀다. 지난 2008년 매물로 나왔을 당시의 가격은 그 세배였다.
미국인으로 홍콩의 영주권자인 제임스 톰슨도 지난해 자신의 뿌리를 찾아 아일랜드에 갔다가 아일랜드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이다. 크라운 월드와이드 그룹 창업자인 그는 400에이커 대지의 전원 저택을 650만유로 채 안 되는 가격에 매입했다.
미국인 매입자들은 대개 이름이 밖으로 알려지지 않게 조용히 거래를 하곤 한다. 지난 12개월 동안 거래된 현금 구매 케이스 중 여러 건이 이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1970년대 팝 싱어 송 라이터였던 길버트 오설리반이 이전에 살던 저택 레이븐스우드가 지난해 130만유로에 팔렸는데 텍사스의 변호사가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6,500평방피트의 조지아 양식 맨션으로 지난 2009년 매물로 내놓았을 때 가격은 250만유로였다.
그렇다면 지금이 아일랜드로 가서 성을 매입하기 좋은 때인가. 일단 경쟁은 심하지 않다. 10년 쯤 전이면 고성에 욕심을 냈을 만한 아일랜드의 부자들이 지금은 관심을 끄고 있다. 은행 융자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금으로 성을 매입할 만한 사람은 많지 않고, 아일랜드가 작은 나라이다 보니 성이나 고택 중 관리가 잘 된 매물도 제한되어 있다.
아일랜드는 웨스트버지니아 정도의 크기이다. 그러니 매물로 나오는 고성이나 저택은 일년에 10채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도 4~5년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어 있다보니 가격이 떨어지면서 국외 매입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 중개상들에 의하면 거의 1년 전부터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소유주들이 팔고 싶은 생각에 가격을 낮춰 매물로 내놓고 있다. 은행 융자를 갚지 못해서,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혹은 집 규모를 줄이기 위해 고성이나 저택의 주인들이 집을 내놓고 있다.
유서 깊은 고택들도 다른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위치가 중요하다. 더블린 인근에 있는 저택이나 해안을 내려다보는 성은 일반 시골에 있는 저택들과 값이 천지 차이이다. 아울러 집의 보존 상태나 대로까지의 거리 등 많은 요인들이 고택의 가치를 결정한다.
가격이 낮게 나왔다고 무조건 좋아할 일도 아니다. 값이 너무 싸다 싶으면 필시 집에 문제가 많을 수가 있다. 고성의 돌로 된 벽들이 겉보기에는 멋져도 습기 차고 외풍이 심해서 겨울 뿐 아니라 우기인 여름에도 지내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수백년 된 집인 만큼 대대적 수리가 필요하고 끊임없이 관리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성을 사들인 미국인 성주들은 별장으로 쓰기도 하고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방을 빌려주기도 한다. 아일랜드 서해안의 갈웨이 시티 외곽에 있는 킬콜간 성의 주인 캐런 조기건은 베드 & 브랙퍼스트를 운영한다. 11세기에 지어진 석회암 벽의 이 성은 침실 4개에 3층탑을 갖춘 아담한 성으로 관광객들에게 단기체류의 기회를 제공한다. 캐런은 지난 1996년 아버지로부터 성을 물려받았다.
한편 흄우드 성을 매입한 말론 회장은 이를 별장으로 삼고 아내와 매년 대여섯번씩 방문해 묵을 생각이다. 유럽으로 출장 갈 때마다 한번씩 들르고 비즈니스 회합을 그곳에서 할 생각도 있다고 그는 말한다.
<뉴욕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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